서남의대 폐과 염두 목포대-순천대 의대 유치전 가열…지역여론·정치권 이해득실 맞물려 왜곡되는 양상

[라포르시안]  전남 지역에서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의 폐과를 염두에 둔 의대 유치전이 다시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목포시와 목포대학교가 의대 유치에 상당히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순천과 목포를 지역구로 둔 유력 국회의원 간 경쟁이 더해지면서 의대 유치가 정치권의 파워게임으로 치닫는 듯한 모양새다.

이 때문에 의료인력 수급전망과 교육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지역별 균형 발전이란 명분과 정치권의 이해득실이 맞물려 무분별한 의대 신설 추진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서남대 구 재단은 지난 7일 교육부에 대학구조개혁과 관련해 의과대학 폐과를 골자로 하는 정상화 방안을 제출했다.

목포시는 서남대의 정상화 방안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8일 박홍률 목포시장이 목포대 최일 총장과 관계기관 간담회를 열고 목포대에 의과대학을 유치하는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로 협의한바 있다.

당시 간담회 자리에서는 순천대학교도 의대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여론이 분열되지 않도록 목포대와 순천대가 서남대의대 폐과시 의예과 정원(49명)을 분산해서 양 대학이 공동으로 유치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그런데 며칠 만에 목표시가 입장을 바꿨다. 목포대와 순천대의 공동 유치에서 목포대 단독 유치 추진을 선언한 것이다. 

목표시는 지난 15일 "목포대 최일 총장이 목포대, 순천대에 의예과 정원(49명) 분산배치도 고려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차원의 의견을 개진했으나 그 후 목포지역 기관·단체장 및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과 시민여론을 청취한 후 목포대에 의과대학을 단독 유치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시와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시는 "지난해 순천 정치권에서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 설치 법안 제출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목포시는 지난 11일 박지원 원내대표, 최일 총장 등과 간담회를 갖고 대응책을 모색해 의대 단독유치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목표시는 앞으로 범 도민 유치 추진위원회를 재가동하고 의대 유치 100만인 서명운동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전남지역 의대 유치 분위기 조성을 위해 범도민 추진위원회의 민간참여 확대, 공동건의문 중앙정부 제출 등을 통해 여론을 조성할 방침이다.

박홍률 목포시장은 "지역의 염원인 목포대학교 의대 유치를 위해 지역 국회의원, 목포시의회, 목포대학교와 적극 협력하고, 모든 방안을 강구해 의과대학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대와 순천시도 의대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전남 순천·곡성을 지역구로 당선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지난해 의료취약지에서 활동할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의대 유치 활동이 더욱 본격화 됐다.

순천시의회는 현재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유치 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의대 유치 활동을 펴고 있다.

목포시가 목포대의 독자적인 의대 유치를 선안함에 따라 다시 양 도시간 의대 유치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의료계는 서남대의대를 폐과하는 것에는 적극 찬성하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새로운 의대를 신설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서남의대 폐지는 합리적인 결정"이라며 "서남의대 폐지를 단순히 부실 의과대학을 퇴출한 것에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기존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이 내실 있는 운영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 등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의 의료인력 문제는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아니라 의료자원 배치의 불균형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우리나라는 의료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대도시 등 특정 지역 편중이 문제이므로 이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면서 "의료인력의 증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합당하며, 지역의 요구에 따라 부화뇌동할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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