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아주대병원이 설립한 운영하는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가 13일 공식 개소했다.

공식 개소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외상전담 전문의들이 365일 24시간 대기하고 외상환자 전용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갖춘 중증외상 전문치료센터이다.

아주대병원은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권역외상센터 설치지원기관 지정을 받았다.

이보다 앞서 2012년 실시한 권역외상센터 설치지원기관 선정에도 지원했지만 떨어진 바 있다. 그러자 당시 일각에서는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 선정 평가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지난 2011년 초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던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이국종 교수가 살려낸 일을 계기로 복지부가 전국에 권역외상센터 설립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 출처: 아주대병원 홈페이지

당시 이 교수는 석 선장을 치료하면서 틈만나면 부실한 중증외상환자 응급의료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중증외상센터 설립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인식시켰다.

이런 노력 끝에 중증외상센터 설립을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했고, 결국 정부와 정치권을 움직여 ‘이국종 법’으로 불리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관련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정작 이국종 교수는 여러모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우선 이듬해 실시된 권역외상센터 설치지원기관 선정 과정에서 이 교수가 소속된 아주대병원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한차례 논란을 겪었다.  <관련 기사: 아주대병원 ‘골든타임’ 악몽 오버랩…이국종 교수 “지쳤다…”>

아주대병원은 2010년 4월 중증외상특성화센터로 지정받아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시스템을 운영해 왔고, 그 이전부터 이 교수를 중심으로 외상외과를 집중 육성해왔지만 정작 권역외상센터 지원기관 선정에서 탈락한 것이다.

당시 권역외상센터 공모에서 탈락한 직후 이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쳤다"는 짧은 말로 선정 결과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주대병원은 결국 2013년 실시한 권역외상센터 공모에 재지원해 선정됐다. 

이국종 교수가 소속된 아주대병원은 2011년 석해균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의 치료비 2억여 원을 지급받지 못한 채 포기한 것도 뒤늦게 확인됐다. <관련 기사: [단독] 아주대병원, ‘석해균 선장’ 치료비 2억여원 결국 못 받았다 >

지난해 라포르시안 단독 보도한 바 있지만 아주대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우학원 이사회는 석 선장의 병원비를 내야 할 책임이 있는 삼호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치료비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작년 2월 치료비 2억여원을 '부속병원회계 대손상각 처리'키로 결정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석 선장의 후송을 위해 스위스의 회사로부터 에어 앰뷸런스를 임대하는 과정에서 한국 외교부가 보증을 서고 이국종 교수 명의로 빌렸지만 임대비용 지급이 늦어지면서 에어 앰뷸런스를 임대해 준 회사가 이 교수에게 비용결제를 독촉한 일도 있었다. <관련 기사: [단독] “이국종 교수, 석해균 선장 후송 에어앰뷸런스 비용지급 독촉받았었다”>

이 교수는 이 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6월 13일 열린 아주대병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개소식. 사진 맨 왼쪽의 흰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이 이국종 교수이다. 사진 제공: 경기도청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아주대병원 권역의료센터가 시설을 모두 갖추고 오늘(13) 공식적으로 문을 여는 개소식이 열렸다.

그런데 이날 개소식의 테이프커팅 행사 장면을 담은 사진을 보면 다시 한 번 씁쓸한 마음을 들게 한다.

 개소식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이기우 경기도 사회통합 부지사, 이찬열·박광온·김진표·김영진·김명연 국회의원, 윤화섭 경기도의회 의장, 원미정 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 등의 내외빈과 함께 이국종 권역외상센터 소장과 석해균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 등이 참석했다.

권역외상센터 입구에서 진행된 테이프커팅식 촬영 사진을 보면 가운데부터 좌우 왼쪽으로 정부부처와 지자체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과 경기도의회 의원 등이 나란히 서 있다. 이국종 교수는 맨왼쪽 끝에서 흰가운을 입은 채 테이프커팅을 하는 모습이 촬영됐다.

이런 행사에서 의전을 고려한 자리배치일 수 있고, 또한 어느 위치에 서 있느냐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치 곁다리로 낀 듯한 이국종 교수의 모습과 권역외상센터 설립 행사의 주인공인 듯 가운데 자리를 차지한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모습은 보기에 불편하다.

중증외상환자를 살리기 위한 권역외상센터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또한 국내 권역외상센터 확충 과정에서 이국종 교수가 기여한 공로를 감안한다면 많은 아쉬움을 갖게 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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