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라산 원정’ 마쳐…“편견과 차별 없애는 것도 전문가 집단의 역할”

[라포르시안] 지난 7일 오후 2시, 10여 명의 아이들이 백록담이 환히 보이는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

이 아이들은 모두 선천성심장병을 앓고 있다. 심장의 왼쪽에 있는 좌심방·좌심실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했거나 폐동맥 판막이 막이나 근육으로 막혀 혈류가 우심실에서 폐로 나가지 못하는 선천성심장질환을 지녔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가방도 받아주면서 오른 등반 거리는 약 10Km 정도.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는 지난 7일 선천성심장병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한 인식개선운동의 일환으로 ‘2016 제주 한라산 원정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8일 밝혔다.

한라산 원정대에는 선천성심장병 어린이 9명과 성인 환자 1명을 포함해 그 가족 등 32명과 자원봉사자 9명, 그리고 세종병원 소아심장과 김성호 부장, 소아흉부외과 이창하 부장,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 전남대병원 소아흉부외과 정인석 교수 등이 함께 했다.

6월 7일 오후 한라산 백록담 앞에서 ‘2016 제주 한라산 원정대’. 사진 제공: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환우회에 따르면 한라산 원정대는 이날 오전 7시 성판악탐방안내소를 출발해 속밭 대피소, 사라오름 입구,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 오후 2시 원정대 가족 모두백록감이 보이는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

한라산 등반에 앞서 원정대 참가자들은 인왕산부터 시작해 관악산, 도봉산, 북한산, 계양산, 광교산 등 서울과 근교의 산을 오르며 근력운동과 함께 팀워크를 다졌다고 한다.

원정대에 참여한 9명의 선천성심장병 환우는 좌심형성부전증, 양방좌심실연결, 폐동맥폐쇄, 우심형성부전증, 양대혈관우심실기시 등 복잡심장기형을 앓고 있다. 원정대에서 유일한 성인 환자였던 이영호(36)씨는 폰탄(Fontan)수술을 받았다.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투병으로 몸과 마음이 힘든 소아청소년기를 보내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다시 선천성심장병 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이영호씨는 "지금의 삶을 영위하기까지 선천성심장병 환자라는 이유로 세상에서 나를 보는 시선과 싸워야 했다"며 "내가 한라산 정상에 섰을 때 선천성심장병을 가진 어린이들이 ‘나도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뜻깊은 일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라산 등반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는 "선천성심장병 아이들이 수술 후 건강하게 자라 편견이나 차별 없이 사회발전에 기여 할 수 있는 건전한 사회가 되도록 만드는 것도 수술 못지않게 전문가 집단이 노력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며 "단심실로 폰탄수술을 받은 이가 백록담에 올라 기뻐하고 감격해 하는 모습에 소아흉부외과 의사로서 내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심장병 아이들과 부모와 그리고 관련된 전문가 집단이 함께 가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선천성심장병환우회는 선천성심장병 환자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달라요, 다르지 않아요’라는 공익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라산 원정대도 인식개선운동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환우회 안상호 대표는 "아직도 사회 전반에 걸쳐 심장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그로 인한 차별이 만연해 있다. 파란 입술, 헐떡이는 숨, 잘 뛰지도 못할 것이라는 수많은 편견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다"며 "여느 건강한 아이와 다르지 않게 씩씩하게 한라산에 오르는 것을 보여줘 편견과 사회적 차별을 없애고 싶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 그리고 이번 도전을 지지하고 도와 준 소아심장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