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효 (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회보험노조와 보건의료단체들의 김종대 이사장 퇴진 요구가 거세다. 공단 통합을 반대한 조합주의자가 공단 이사장직을 수행해서는 안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건강보험 재정통합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판결이 내달 예정돼 있다. 김 이사장은 건보 재정통합이 위헌이라고 줄곧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건강보험공단을 다시 예전처럼 지역과 직장조합으로 분리하려는 의도가 숨겨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이처럼 김 이사장을 둘러싼 '건보 쪼개기'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이기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을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최근 김종대 이사장의 취임 이후 공단 안팎으로 잡음이 많다. "신임 이사장이 과거 공단의 통합을 반대하고 조합을 지지했다는 전력 때문에 노조의 반발이 심한 것 같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조합으로 회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사장도 그점을 직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이사장이 지금은 통합주의자로 돌아섰다는 말인가?"과거 보사부 기획관리실장에서 직권 면직될 때 이사장은 '先부과체계 後통합주의론'을 펼쳤다. 그게 당시 정치 상황에서 부과체계는 많이 묻히고 통합만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사장은 부과체계 개선을 단계적으로 거쳐 통합하자는 논리를 주장했던 거다."

-공단이 건강보험제도 개선 과제 중 우선순위로 꼽고 있는 것도 부과체계인가?"맞다.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가능하게 하려면 부과체계 개선이 급선무다. 현재 공단 각 지사에서 접수되는 민원건수만 한해 평균 5,000만건이라고 한다. 이중 부과체계의 형평성에 대한 민원이 가장 많다. 지역가입자는 재산세 과세표준액 변동될 때마다 보험료 인상에 따른 불만을 쏟아낸다. 직장가입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후 소득 및 재산으로 인해 직장가입자 당시 보다 건보료를 더 내야 하는 경우 불만이 증폭된다. 심지어 지역가입자 일부는 취업을 통해 건보료를 낮추려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복지부가 얼마 전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발표하지 않았나?"그 부과체계 개선안도 일부는 땜질 처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실례로 복지부는 전ㆍ월세금을 내기 위해 금융회사에서 빚을 내면 빚을 뺀 금액을 보험료에 반영한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빚 내지 않고 집을 구매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주택 소유주도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건보료 부과체계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은 무엇인가?"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보험료 인상은 물론 간접세 부과 등의 형식으로 건보재정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정치적 결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결국 실질소득에 따라 건보료를 부과하고 징수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향후에는 조직 통합도 고려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국세청이 공단의 징수기능을 흡수하고, 심평원과 공단이 통합해 보험자 기능, 즉 부과체계 및 급여 관리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부과체계가 형평성을 갖추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말로 들린다. 그런 측면에서 곧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예정돼 있는 건보 재정통합 위헌소송에 대한 견해는?"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을 선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사회 시스템상 불가능하다. 합헌으로 간다면 무언가 조건을 달지 않겠나? 예를 들어 부과체계 개선 부분을 강조하지 않을까 싶다. 과거 같은 소송에서 합헌 결정을 내릴 때도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부과체계 형평성에 대한 주문이 있었다."

-위헌소송 대표 청구인이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이다. 의료계가 왜 위헌소송을 했다고 보는가?"의료공급자단체에서 보기엔 과거 조합방식이 더 이롭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지역별로 조합이 설립된다면 과거의 조합과는 성격이 달라질 것이다. 조합 간 경쟁으로 인해 심사가 강화되고 삭감 분쟁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의료기관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