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 복지부에 현지조사 촉구…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주장

2013년 적발된 경남 김해 J종합병원 수술실에서 이뤄진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의료행위 모습. <사진 제공 : 부산지방경찰청>

[라포르시안] #. 경남 김해에 위치한 A종합병원 수술실. 수술복을 입은 40대 초반의 한 남자가 수술실로 들어오더니 마취상태로 누워 있는 환자에게 다가간다. 곧이어 이 남자는 메스를 들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환자의 무릎 부위를 절개한 후 관절 내시경을 삽입하는 수술을 한다. 일반적인 수술실 풍경으로 이상할게 없어 보인다. 문제는 이 남자가 의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메스를 들고 능숙한 솜씨로 수술을 한 남자는 이 병원에 의료장비를 납품하는 업체의 영업사원이었다.

지난 2013년, 경남 김해의 한 종합병원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로,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의해 적발됐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적발된 병원에서는 의사 대신 의료기기 판매직원과 간호조무사가 1,000여 차례에 걸쳐 불법으로 맹장, 무릎 관절, 허리 디스크 수술 등을 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역에서는 2014년에도 남자 간호조무사에게 관절염 환자 등을 상대로 무릎절개, 수술부위 봉합 등의 수술을 하도록 지시한 병원장이 적발되기도 했다. 남자 간호조무사가 실시한 불법 수술 횟수는 800회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병원 수술실에서 의사의 지시 아래 시행되는 무면허 의료인에 의한 불법 수술은 끊이질 않고 적발되고 있다. 특히 의사의 지시로 수술실 내에서 이뤄지다보니 적발도 어렵다.  

작년 5월에는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과 간호조무사, 간호조무사 실습생을 수술에 참여시킨 부산의 한 정형외과 원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작발된 정형외과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 등을 집도하면서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의료기기업체 직원과 간호조무사, 간호조무사 실습생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대형병원에서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이 상습적으로 수술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뉴스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사)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 참여하는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는 2일 성명을 내고 "유령수술 의혹이 제기된 정형외과 병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했다.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는 "정형외과 병의원의 유령수술은 집도의사를 유령의사로 바꿔치기 하는 형태가 아니라 비의료인인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을 수술에 참여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외부와 차단된 수술실과 전신마취약을 이용한 신종사기이자 반인륜범죄"라고 비난했다. 운동본부는 "특히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을 수술에 참여시키는 행위는 의사면허제도의 권위를 추락시켜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불신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을 이용한 정형외과 병의원의 유령수술 관행에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것도 요구했다.

감시운동본부는 "보건복지부는 언론보도를 통해 유령수술 정황이 드러난 정형외과 병원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동시에 정형외과 병의원 전반에 걸친 실태조사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20대 국회는 수술실에 영상정보처리기기(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거나 유령수술 의사의 형사처벌 강화 또는 의사면허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하는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이를 근원적으로 근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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