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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료·비빔밥·K팝 실은 정체불명 ‘박근혜표 코리아 에이드’[시민건강증진연구소 서리풀 논평]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코리아 에이드’의 정체

[라포르시안]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 나라,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를 방문 중이다.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원수가 외국서 ‘국익’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한다고 표현해야 도리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겠다.

일부 언론은 일본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고 아프리카를 순방하는 것을 문제로 삼았다. 안보 외교가 세일즈 외교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 비판의 이유다(아프리카 방문을 ‘세일즈’ 외교라고 표현한 것에 주목하자!).

우리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아프리카 방문 그 자체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청와대와 외교 당국이 내세운 대로 이번 방문이 ‘개발 협력’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도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이번 방문, 또는 이와 연관된 외교 활동이 개발 협력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가에 있다. 정부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아프리카 순방의 핵심 의제는 ‘코리아 에이드’ 사업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블로그의 설명도 코리아 에이드가 첫머리에 올라와 있다(청와대 블로그 바로가기).

“박 대통령은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3개국 방문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상생해가는 협력 파트너십의 기반을 다질 예정…(중략)…특히, 이번 순방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되는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사업은 보건, 음식, 문화 분야를 포괄하는 복합형 개발협력 프로젝트로서 앞으로 우리의 對아프리카 개발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

코리아 에이드가 무엇인가. 참 안이한 브랜드라는 일부 비판은 접어두자. 내용만 괜찮으면 그까짓 이름쯤이야. 황당한 내용이 진짜 문제다. 외교부가 낸 공식 보도자료의 일부를 그대로 인용한다(외교부 관련 자료 바로가기).

“코리아에이드는 기본적으로 보건, 음식, 문화 차량을 활용한 이동형 개발협력 사업이다. 동 사업은 △기존의 개발협력에 문화를 접목하고, △보건, 음식, 문화 등 요소를 포괄하며,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 국별 사업 차량은 △보건 3대 (검진차량 1, 앰뷸런스 2), △음식 4대 (조리트럭 3, 냉장트럭 1), △문화 1대 (영상차량), △지원 차량 2대 (SUV)로 구성되며, △기본적인 보건 서비스 제공, △한식, 현지식, 쌀가공식품 제공, △보건교육, 한국문화 등 소개 역할 담당“

푸드트럭과 한식이라니, 또 무슨 창조적인 ‘한국형’인가 싶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K-Pop 뮤직비디오를 상영한다는 계획, 한류 따위는 자주 듣던 것이라 그나마 덜 놀랍다. 대통령과 관련 부처는 이것을 정말 개발 ‘협력’으로 생각하는가?  

음식과 문화도 말이 많지만, 오늘은 일단 보건에 집중하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검진차량과 앰뷸런스를 활용하여 의료 소외지역 주민, 특히 소녀보건 향상을 위한 기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사업취지라고 한다.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렇게 나와 있다. △진료/검진(산부인과, 소아과, 내과), △응급처치, △약품조제, △위생교육, △보건키트 제공. 이를 위해 각 나라에 차량 3대(!)를 지원해 ‘순회 진료’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래도 괜찮은지, 개발협력이나 국제보건 전문가에게 한번 물어보기라도 했을까?  

우선, 순회 진료를 해서 무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개발도상국의 보건을 향상하는 방법은 이미 국제사회가 합의한 방법들이 있다. 여기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으나, 늦게 출발한 한국의 보건 원조가 국제 표준을 따르려고 온갖 노력을 다해온 것은 확실하다.

초기에는 건물과 시설, 장비 등 외형에 치중했으나 점점 더 소프트웨어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이 첫 번째 노력. 개발협력인 한, 글로벌 스탠다드가 그쪽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보건의료체계와 시스템을 강화하는 각 나라의 노력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조 영역이 되었다. 이번 코리아 에이드는 그런 노력을 단숨에 무력화했고, 그런 의미에서 명백한 후퇴다.  

협력이라고 내세운 마당에 그 크기 또한 민망하다. 에티오피아를 예로 들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4년 한해 에티오피아가 주요 원조국으로부터 받은 보건 분야 원조만 최소 약 20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도 이미 상당한 원조를 하고 있어서, 2013년 한 해 약 2천7백만 달러를 지원했다(국무조정실 관련 자료 바로가기). 

이번에는 달랑(!) 차량 10대를 지원하는 것이 전부다. 혹시 숨겨놓고 밝히지 않은 것이 있는가? 만약 이게 전부라면 차마 무슨 ‘임팩트’가 있겠는가? 전시용, 행사용 말고는 의미가 없는 규모다. 대통령 순방에 맞춘 이벤트라 쳐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케냐 KOPIA 사무소 앞의 코리아에이드 차량 모습. 이미지 출처: 정부합동보도자료 중에서.

코리아 에이드는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는가? 보도자료가 공표한 ‘기대효과’는 다음과 같다.

“아프리카 지역내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leave no one behind)”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 달성에 기여…(중략)…”우리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 구상의 주요 내용인 소녀보건 개선 및 ‘지구촌 행복시대’의 비전 달성에 기여할 것“ 

이런 기대효과를 달성하려면 무언가가 더 있어야 한다. 이번은 대통령 순방에 맞춘 행사일 뿐이겠거니, 뒤이어서 무엇인가를 계속 하겠거니, 찾아봤지만 별 내용이 없다. 1년을 하고 그 이후에는 차량을 상대 국가에 넘긴다는 것이 전부다.

“우리 정부(KOICA)는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하반기까지 월 1회 빈도로 보건, 음식, 문화 분야 전 차량이 참여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개별 사업도 국별 상황에 맞게 수시로 시행하는 등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다.” 

영혼 없는 행정용어일 뿐, 지속성과 실효성을 믿기 어렵다. 이대로는 개발 협력의 본래 가치인 인도주의는 그만두고라도, 자국(원조국)의 ‘국익’에도 보탬이 될 것 같지 않다. 설사 ‘세일즈’라 한들, 지금 정도의 코리아 에이드로 무슨 ‘경쟁력’이 있을까. 참고로, 우리는 국익을 우선하는 개발 협력에 반대한다. 

인도주의와 국익 모두 해당이 없다면, 내치(內治)를 위한 개발 협력이 그 다음이다. 이는 국내 정치, 통치를 위해 개발 협력을 동원하고 소비하는 것을 뜻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그리고 이를 위한 개발협력의 동원이 그랬다.

그마저 아니라면, 코리아 에이드는 권력의 사유화가 빚은 참사라고 해석해야 한다. 국가와 공공 시스템의 작동이 아닌, 개인의 사적 선호와 관심, 그에 기초한 공적 결정이 초래한 사태.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우리의 해석이 틀렸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내치로서의 개발 협력이든 권력 사유화의 결과이든, 이는 다시 우리 정치의 한계와 도전에 맞닿는다. 개발협력을 말하는 그 누구라도 알고 있는 ‘파리선언’의 내용, 그중에서도 ‘책임성(책무성)’이 바로 그 이야기다(외교부 관련 자료 바로가기).   

“개발원조는 수원국·공여국 모두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이는 개발성과에 대한 양측의 상호 책임성(Mutual Accountability)을 내포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개발재원 활용 면에서 상호 책임성 및 투명성 확립은 개발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호 책임성, 투명성은 개발협력체제 및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고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 할 것이다. 따라서 수원국과 공여국 모두 전략 수립 및 예산과정에서 의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개발전략 이행 및 평가 과정을 투명하게 하며 원조 관련 포괄적인 정보를 적시에 가감 없이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원국과 공여국은 기존 국가 장치의 중립성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원조효과성에 대해 공동으로 평가해야 한다.”

한 마디로, ‘좋은’ 개발협력(원조)을 위해서도 민주주의의 강화와 심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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