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의료정책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이 맞았다!세계 금융위기로 암환자 50만명 추가 사망…실업률 증가·공공부문 의료비 지출 감소와 밀접한 영향

[라포르시안] “불황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지만, 긴축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영국의 공중보건학자인 데이비드 스터클러와 미국의 감염병학자인 스탠퍼드대학교 산제이 바수 교수가 공동 집필한 <긴축은 죽음의 처방전인가>라는 제목의 책 속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은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 1991년 소련의 붕괴 뒤 러시아와 동구권, 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는 세계 금융위기 상황에서 국가별로 선택한 정책에 따라 그 나라 국민이 얼마나 목숨을 잃거나 질병이 늘었는지를 구체적인 통계와 자료를 바탕으로 제시한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그리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요구대로 긴축 정책에 돌입하면서 공중보건 관련 지출을 대폭 감축한 이후 벌어진 상황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HIV 감염 확산, 바이러스의 유행, 자살자의 증가 등은 긴축이 죽음의 처방전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저자들이 전 세계 국가의 통계와 자료를 살펴보고서 결론은 이렇다.

'긴축 정책을 선택했던 국가의 국민은 실업의 증가, 자살, HIV 감염과 각종 감염병의 확산과 같은 고통을 겪은 반면 경기 부양 정책을 선택했던 국가의 국민은 불황 속에서도 사망률이 감소하고 전보다 더 건강해지는 결과를 보였다'

비슷한 맥락에서 금융위기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공공부문의 의료복지 지출이 줄면서 암환자의 사망률이 급증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저명한 의학학술지에 발표돼 주목된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의학학술지 '랜싯(Lancet)' 온라인판(5월 25일자)에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마히벤 마루타푸 박사와 하버드 대학교 공공보건대학원의 리파트 아툰 교수 등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경기 침체로 인한 실업률 증가와 보편적 의료보장의 축소가 저소득 국가와 중간소득 소득, 그리고 고소득 국가에서의 암 사망률에 미친 영향에 관한 종단 분석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팀은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실업률의 증가와 공공부문 의료비 지출 감소가 암 사망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또한 보편적 의료보장이 그러한 변화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분석했다.<랜싯 온라인판 바로가기>

연구팀은 세계은행(World Bank)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생성한 전세계 70개국의 실업, 공공분문 의료지출, 암 사망 등에 관한 통계 자료를 이용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년 간의 경향을 분석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 치달았던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많은 국가에서 발생한 급격한 실업률 상승과 사망률의 경향을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2008~2010년 사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약 26만명이 암으로 인해 추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경제위기로 인해 약 50만명이 암으로 인해 추가 사망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업률이 1% 증가할 때마다 10만 명당 0.37명의 암 환자가 추가로 사망하고, GDP 대비 공공보건 의료비 지출이 1% 감소할 때마다 10만명 당 모든 암에서 0.0053명의 추가 사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7월 28일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영국의 아동병원인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병원(GOSH)'과 NHS(National Health Services)를 형상화한 개막식 공연의 한 장면.

"보편적 의료보장이 실업률 증가로 인한 건강 악영향 막는 효과" 왜 이런 상황이 초래될 걸까.

실업으로 인한 수입감소가 암 환자의 의료이용을 위축시키고, 또한 공공분문의 의료비 지출 감소는 암환자의 의료보장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치료가 가능한 유방암, 전립선암, 결장암 등은 실업률과 암 사망률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밀접하게 나타나 이런 분석에 더욱 힘을 실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대학교의 과학연구 성과를 전달하는 임페리얼즈 뉴스 사이트(Imperial's News site)에 따르면 공동저자인 하버드대 고중보건대학원의 리파트 아툰 교수는 "보편적인 의료보장이 없는 국가에서는 의료서비스 접근이 때때로 고용과 연계돼 제공되고 있다. 때문에 실직 상태에서는 환자의 진단이 늦어지거나 치료가 지연되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페리얼즈 뉴스 사이트 바로가기>

NHS(국민보건서비스) 기반으로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 의료보장을 제공하는 영국과 민간보험사 중심의 영리의료체계인 미국을 비교할 때 보편적 의료보장의 효과는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연구팀에 따르면 2008~2010년의 글로벌 경제위기 때 영국에서는 암으로 인한 추가 사망이 없었던 반면 미국에서는 1만8,000여명의 암으로 인한 추가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마히벤 마루타푸 박사는 "암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망 요인 중 하나이다, 그렇게 때문에 경제상황의 변화가 암 생존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실업률의 증가가 암 사망률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확인했다. 그런데 보편적 의료보장이 (실업률 증가가 암사망률 증가를 이끄는)이러한 것을 막아냈다. 특히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 치료 가능한 암의 경우에는 보편적 의료보장의 역할이 더욱 컸다"고 설명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상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