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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여성단체 “응급피임제 전문약 유지 정책은 여성의 재생산건강권 위협”식약처의 현행 분류 유지에 강한 우려 표명…접근성 강화 위해 일반약 전환 촉구

[라포르시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3년 간의 피임제 사용실태 등의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사후(응급)피임약의 전문의약품 분류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식약처는 이번 결정이 ▲응급 피임제의 오남용 우려 상존 ▲피임제 관련 인식 부족 ▲중대한 피임제 부작용 보고 감소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여성계와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가 여성들의 건강권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는 24일 공동성명을 내고 "식약처의 이번 발표는 대규모의 실태조사 이후에도 오로지 관련 전문직업군 간의 이해관계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내린 안일한 결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납득할 수 없는 식약처의 연구보고서 전문 공개를 요구하며 여성의 건강과 권리를 위해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식약처가 사후피임약의 전문의약품 분류 유지 결정을 내리는 데 근거로 삼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실태조사 보고서 내용의 전문 공개를 요구했다.

앞서 식약처가 공개한 실태조사 보고서 요약 결과에 따르면 응급피임제는 부작용 발현 양상이나 중대한 부작용이 2013년 4건, 2014년 0건, 2015년 0건 등으로 증가하지는 않았으나 1개월 내 재처방률이 3%에 달해 반복사용과 오남용에 따른 안전성 우려가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 단체는 "식약처는 연구 결과 전체를 공개하지 않은 채 부작용 실태에 대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자의적인 해석만을 고집하고 있다"며 "식약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응급피임약의 중대한 부작용 보고 건수는 2013년 4건이었으며 지난 2년간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는 응급피임약의 안전성을 재확인하는 결과"라고 반박했다.

또한 "1개월 내 재처방률이 3%에 달해 오남용과 안전성 우려가 지속된다고 주장했지만 응급피임약의 가장 흔한 부작용 중 하나는 오심과 구토"라며 "약을 복용한 후 갑작스러운 구토감으로 인해 약을 토해버리는 경우가 빈번하며, 이러한 경우 약을 재처방 받아 다시 복용해야 하기에 응급피임약 1개월 내 재처방률 3%를 약물 오남용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식약처가 사후피임약의 전문약 분류를 유지하는 또다른 근거도 제시한 전문가를 통한 낮은 정보습득율(18%)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들 단체는 "이러한 조사 결과가 응급피임약을 실제 처방받아 사용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다른 일반 및 전문의약품에 대한 인식과 비교해 어떤 수준인지 등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며 "다른 일반의약품이나 전문의약품에 대한 인식 수준에 비해 응급피임약에 대한 인식 수준이 현저히 낮아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사후피임약의 가장 중요한 복용 이유인 ‘응급성’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일반의약품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 당국과 식약처가 진정으로 여성의 건강을 우려한다면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존치함으로써 접근권을 제한할 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및 철저한 복약안내, 의료의 질 관리에 힘써야 한다"며 "응급피임약은 성관계 후 복용까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약의 효과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만큼, 빠른 시간 내에 구입해 복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약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임신중절이 형법에서 처벌되고 사회경제적 이유가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 허용사유가 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실패한 피임과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여성의 선택권을 매우 좁히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유지하는 것은 여성의 재생산건강을 위협하는 방안"이라고 우려했다.

사후피임약의 전문의약품 분류 유지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피임약은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청소년과 저소득층, 비혼 및 미혼 여성, 장애여성이나 만성질환을 가진 여성, 결혼이주 여성 등 사회적, 경제적 조건들로 인해 일일이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기 어려운 여성들에게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정부가 진정 여성들의 건강을 우려한다면 모든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스스로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사전피임약과 응급피임약을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허용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식약처의 이번 결정은 과연 3년간의 분류 유예 및 연구 기간 동안 여성 건강을 위한 책임을 충분히 이행해왔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며 "응급피임약은 보호되지 않은 성관계 후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여성은 그 마지막 기회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약사회도 식약처의 사후피임약 전문의약품 유지 결정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약사회는 지난 23일 "식약처의 응급피임제 전문의약품 유지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국민의 요구와 편익을 외면한 채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식약처 연구결과 피임제의 중대한 부작용 보고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응급피임제의 경우 중대한 부작용이 과거 2년동안 발생하지 않는 등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의약품으로 유지한다고 결정한 배경이 무엇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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