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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사건, 선정적 보도로 정신질환자 향한 편견·낙인 우려”신경정신의학회, 성명서 통해 심각한 우려 표명

[라포르시안] 강남역 살인 사건을 놓고 온라인 상에서 '여성 혐오 범죄'와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여성 혐오나 조현병을 사건을 원인으로 지목해 또다른 사회적 갈등이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정한용)는 23일 성명을 내고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살인 사건으로 온 국민이 슬퍼하고 있는 가운데 비통한 마음을 느끼며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다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 한 번의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피해자의 남자 친구가 오열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등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형태로 국민들의 슬픔과 분노를 유도하는 듯한 모습에 유감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전에 학회에서 배포했던 재난이나 자살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과 같이,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을 보도할 때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한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해자의 정신 감정 등 충분한 조사 과정 없이 여성 혐오나 조현병(정신분열병)을 사건의 원인으로 성급히 지목한 기사들이 올라오며, 온 사회가 더 큰 충격을 받고 분노하게 되었다"며 "하지만 여성혐오가 원인이 되었다는 보도 후 일부 인터넷과 SNS 상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지나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양상이 나타나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가해자의 조현병 진단과 치료 병력이 집중적으로 보도되며 이러한 분노와 혐오가 모든 조현병 환자들에게로 향하게 되지는 않을지도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사건의 내용을 지나치게 사회 전반에 일반화해 더 큰 갈등이나 불안을 일으키게 된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자에 의한 묻지마 범죄로 결론지은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학회는 "현재까지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가해자는 조현병으로 수 차례 입원치료를 받았었고, 최근 본인 의사에 의해 치료를 중단한 상태였다고 하지만 아직 가해자의 충분한 정신 감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의 원인을 조현병의 증상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앞으로 프로파일러 이외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충분한 정신 감정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라도 급성 악화기 이외에 대체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학회는 "조현병 환자들이 망상에 대한 반응이나 환청의 지시에 따라 기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동기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은 일반 인구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은 매우 드물다"며 "조현병은 급성 악화기에 환청과 망상에 압도되고 일부에서 본인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조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의 경우 약물치료를 중단하고 가출을 하며 증상이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자발적으로 투약을 원치 않는 성인을 가족이 억지로 투약하거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몹시 어렵다"며 "그러므로 이들의 치료와 관리, 그리고 증상으로 인해 나타난 비극적 결과에 대해 개인과 그 가족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되고, 사회적·국가적 테두리에서 보다 전문적인 돌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서 기인하는 편견과 낙인이 또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학회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커지면 환자와 가족은 낙인으로 인해 질환을 인정하기 더 어려워지고 돌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갈 가능성이 높으므로 편견을 조장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언론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유도되지 않도록 그 파급력을 고려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보도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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