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특성 위주의 건강지표 생성…“사회학적 환경 차이점 고려한 건강지표 개발 필요”

[라포르시안] 최근 들어서 각종 질환 발생률에 있어서 교육수준과 경제적 수준에 따른 남녀 간 건강불평등 격차를 확인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학력이 낮을수록 여성암 사망률이 높아진다거나 학력과 소득 수준에 따라 남성보다 여성한테서 당뇨병 및 고혈압 유별률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연구결과는 건강이나 질병 관리 및 예방 정책에 있어서 젠더(Gender, 사회학적 의미의 성) 관점의 시각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 기사: 보건의료 연구에서 훨씬 더 많은 ‘젠더 관점’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남성과 여성의 건강이나 질병에서의 차이를 고려해 보건의료분야 정책이나 연구에서 젠더적 관점을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여성의 건강문제에 관한 전체적인 윤곽을 보여줄 수 있는 '여성 건강지표 및 통계'의 생성에 보다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여성 건강지표나 통계 생성이 크게 미흡해 건강정책에 있어서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과 젠더적 요소에 대한 고려가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남순 연구위원은 <보건복지포럼> 5월호에 기고한 '한국의 여성 건강지표: 수치로 보는 여성건강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했다.

김 연구위원은 "여성에게는 임신, 출산과 같은 여성만이 경험하는 건강 문제가 있다. 여성과 남성 공통으로 경험하는 건강문제에서도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거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이 존재하고 있다"며 "또한 젠더 역할의 차이로 아직도 여성은 교육과 수입, 고용 측면에서 남성보다 열등한 위치에 있고, 이러한 사회경제적 능력의 제약은 여성이 자신의 건강을 보호하고 정상적 기능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집단의 건강을 측정하는 건강지표 생성이 한국은 이제 막 초기 단계 수준이지만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에서 여성건강에 관심을 갖고 앞서부터 관련 건강통계를 주기적으로 산출해 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보건부와 보건의료자원 및 서비스국(HRSA) 주관으로 2001년부터 여성 건강통계집인 ‘Women's Health USA’를 매년 출간하고 있다.

‘Women's Health USA’를 출간하는 목적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정책담당자들에게 여성건강에 대한 핵심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여성의 지위, 건강위험 요인, 보건의료이용 등에서 성, 인종, 민족뿐 아니라 교육과 수입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른 차이를 제시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Women's Health USA 2013’에는 건강보장상태, 미충족 의료, 상용치료원, 예방적 진료, 정신질환과 구강질환에 대한 의료이용, 비용 및 의료이용 경험에 대한 지표 등을 다뤘다.

캐나다는 여성의 지위를 알아보기 위한 포괄적인 통계로 ‘Women in Canada: A Gender based Statistical Report’를 발간하고 있다. 이 보고서가 다루는 내용 중 ‘Women in Health’ 부분에서 여성건강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Women in Health’에서 건강영역은 웰빙과 좋은 신체적·정신적 건강, 만성적 건강 문제, 위험요인과 건강관련 행태, 보건의료서비스 접근과 이용, 기대여명, 사망과 사망원인 등을 다루면서 영역별로 건강지표를 제시한다.

이 보고서에 포함된 여성 건강지표의 특징은 건강인식 혹은 수준에 웰빙 개념을 포함하고 있으며, 만성질환이 고용과 소득에 미치는 영향, 건강개선 노력에 대한 지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여성에 대한 건강통계 생성이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2003년에 처음 시도된 바 있으며, 이후 여성 건강지표나 통계가 지속으로 산출되지 못한 채 2013년에 한국여성 건강통계를 산출하는 연구가 수행됐다.

이후 2015년에 질병관리본부가 여성건강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한국여성 건강통계에 산출된 주요 여성 건강지표를 중심으로 '수치로 보는 여성건강'을 출간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된 여성 건강지표가 전반적인 여성의 건강문제를 파악하고 건강형평성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 연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김 연구위원은 "여성의 생애주기에서 아동과 청소년의 건강문제에 대한 지표를 포함하지 못하고 있으며, 재생산과 성건강 영역에서 유배우자 여성이 아닌 다른 여성에 대한 건강지표가 부족했다"며 "또한 여성건강에 중요한 문제이지만 성형, 성폭력, 배우자 폭력과 관련된 건강문제에 대한 지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고, 여성이 의료이용에 대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지표가 개발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여성 건강지표 개발에서는 기존에 소외된 건강문제나 여성의 위치와 사회경제적 변화가 미친 영향을 파악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여성 건강문제를 파악하고 건강형평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성 건강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2013년 한국여성 건강통계에서 나타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 건강지표에 대한 개념틀을 정립하는 작업과 인구사회적 변동으로 나타나는 건강문제를 다루는 여성 건강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한국 여성의 생애주기별 건강상태 및 건강인식을 조사해 단계별로 건강이슈를 발굴하고,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여성건강증진 정책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생애주기별 여성 건강이슈 발굴조사'를 지난 4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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