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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험사들 편만 드는 금융당국서인석(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라포르시안] 2003년부터 시작된 민간영리보험의 표준화 및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인한 문제가 나온 건 이미 오래된 일이다. 초기 손해보험사에서만 판매하던 실손보험이 생명보험사로 확대가 되고 보험판매처도 다양해지면서 민간보험사들의 과도한 경쟁은 시작됐다.

2003년 10월 출시된 실손보험은 중복보상의 문제 등으로 2009년 비례보상으로 바뀌었고, 본인부담금 전액 보상에서 90% 변경, 약관들의 표준화로 개선되었으나 실제 도덕적해이(moral hazard)를 막을 수 있는 기전은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특약이 곧 제외될 것이라는 절판 마케팅 등을 이용해 병에 걸리면 낸 보험료 이상의 본전을 뽑는다는 식의 설명을 했다.

이로 인해 한국의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중은 7.6%로, OECD 국가의 평균(10~11%)보다 훨씬 낮으면서 보험침투율(GDP 대비 민간보험료 납부 비율)은 OECD국가 중 1위가 됐다. 즉, 공보험 의료비는 OECD국가 중 하위권인데 비효율적인 민간보험료에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돈을 지출하는 나라가 됐다.

이미 2009년도부터 예견된 실손의료보험의 문제는 보험사들의 손해율 주장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의료기관과 가입자인 국민을 민간영리보험 손해율의 주범으로 삼았다. 일부 의료기관의 부도덕한 과잉진료와 보험사기범들로 인해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은 2011년 122%, 2012년 126%, 2013년 131%, 2014년 138%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2015년과 2016년에는 보험료를 20-30%이상 올렸고 정부는 보험료 자율화 정책으로 이를 도와줬다.

그러나 이상하다. 언론에서는 2015년 기준 보험사 순이익이 6조3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3% 늘어났다고 한다. 또한 이상하리만큼 대부업과 경쟁하듯이 많이 나오는 광고가 보험가입 권유 광고이다. 

지난 4월 시민단체인 경실련에서는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뻥튀기 손해율을 끝없이 인용하며 그 주범을 의료계의 과잉진료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로 몰아갔고, 보험사들의 마구잡이 보험료 인상을 용인했다고 했다. 실손보험사가 주장하는 손해율 자체가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보험을 가입할 때는 모든 걸 다해줄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지급을 받으려면 여러가지 핑계와 외부손해사정인을 이용하여 보험금 지급을 깎으려 흥정한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모 보험사는 암환자의 약제비를 여러가지 핑계로 지급하지 않으려 하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험사가 고객에게 소송을 제기한 건수는 2,032건이다. 2012년 495건에서 2013년 550건, 지난해에는 987건으로 2년 사이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손해사정사를 동원해 소송을 거는 행위는 소비자의 보험금을 의도적으로 편취하는 범죄 행위"라며 "손해사정 관련 법규를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졸속으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보험사기로 의심만 되어도 경찰이 환자의 예민한 의무기록을 볼수 있도록 했고, 이에 관한 입원 적정성 여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판단하도록 했다. 그러나 보험금 지급거절시 보험사에 대한 규제나 처분 대책 등은 쏙 빠져 있었다.

이렇듯 최근 모든 민간영리보험 관련 정책은 대형 영리기업인 친보험사 위주이며 소비자의 권익이나 의료기관의 진료 자율권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금이라도 민간의료보험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정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손해율을 국민들이 알기 쉬운 수입보험료 대비 지급보험료로 바꾸고 실제 가입자들에게 돌아간 혜택이 얼마인지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보험사의 지급률에 관해 외국과 유사한 비율로 80~85%정도로 정하고, 기준 이하로 보험금 지급시 익년도에 가입자들에게 돌려주도록 해야 한다. 획일적인 보험상품을 개선하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험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상품 승인에 의료단체가 참여하여 보험 판매로 인해 의료행태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과도한 보험 판매 광고를 억제하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외주 손해사정인을 고용해 보험금 지급을 흥정하는 행태를 막아야 하며, 지급에 관한 소송 남발도 억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아울러 실손보험청구간소화 서비스를 활성화 하고 금액을 확대해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 중 3천만명 이상이 가입했다는 민간영리의료보험은 이미 국민과 의료기관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상품을 잘못 설계해서 만들고 판매한 보험사의 잘못은 감추고 책임을 의료기관으로 돌리며, 가입자들을 보험사기범으로 몰아가는 정부 정책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 더이상 국민들은 손보사의 '뻥 손해율'에 속지 않는다. 국민과 보험가입자를 위한 정책의 선회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서인석은?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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