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새 원장이 부임해온 날 밤, 섬에서는 두 사람의 탈출 사고가 있었다'.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은 이렇게 시작한다.

당신들의 천국은 1962년 7월 10일부터 1964년 7월 25일까지 전남 고흥군 도양면 봉암반도와 풍양반도를 잇는 대규모 간척공사를 추진하면서 소록도에 수용된 한센인을 동원해 강제노역을 시킨 사건을 소재로 한다.

이 사건은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일명 한센인사건법)에 직접 명시돼 있는 사건으로, 공권력에 의한 대표적인 한센인 인권침해 사건으로 꼽힌다.

오는 17일로 개원 100주년을 맞는 국립소록도병원의 역사는 한센인에 대한 오해와 차별의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다. 

1916년 설립돼 이듬해인 1917년 5월 17일 정원 100명에 환자 73명으로 공식 개원한 소록도병원은 멸시와 천대, 편견과 차별, 세상과의 단절을 경험하며 힘겹게 살아온 한센인의 한이 서린 곳이다.

국가공권력에 의한 한센인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했지만 50년 가까이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07년 10월 마침내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2008년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듬해인 2009년부터 국무총리소속으로 '한센인피해사건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돼 피해사건 신고?접수 및 피해자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7월, 마침내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조사를 마치고 그 결과가 발표됐다.

한센인피해사건진상규명위의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신고는 2009년 3월부터 2013년 4월 말까지 6차례 연장 접수를 실시해 최종적으로 1만38건이 접수됐다.

이후 조사요원이 직접 방문조사 후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위원회가 심의한 결과, 6,462건(신고당시 사망 1,758)은 피해자로 인정을 받았고, 256건은 불인정, 나머지 3,320건은 중복신고 등으로 반려됐다.

위원회는 심의를 하면서 법에서 직접 규정한 ▲한센인 격리?폭행 사건 ▲84인 학살 사건 ▲오마도 간척사업 사건사건 등 3건의 사건 외에도  ▲ 사천 비토리 사건 ▲ 흉골골수천자 사건 ▲ 양평 양수리 사건 ▲ 안동어린이 실종 사건 ▲ 무안 연동 사건 ▲ 함안 물문리 사건 ▲ 나주 냇골 사건 ▲부산 성화원 폭행 사건 등도 한세인 피해사건으로 결정했다.

한센인 격리·폭행사건은 1945년 8월 16일부터 1963년 2월 8일까지 수용시설에 격리 수용돼 폭행과 부당한 감금, 또는 본인의 동의 없이 단종수술 등을 당한 사건이다.

□ 한센인사건법에서 직접 규정한 사건

▲한센인 격리·폭행사건(법 제2조제3호가목)   한센인 입소자가 1945년 8월 16일부터 1963년 2월 8일까지 수용시설에 격리 수용되어 폭행, 부당한 감금 또는 본인의 동의 없이 단종수술 등을 당한 사건

▲84인 학살사건(법 제2조제3호나목)   1945년 8월 20일을 전후하여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에서 소록도 갱생원 직원에 의한 폭력으로 한센인이 사망, 행방불명 또는 부상을 당한 사건

▲오마도 간척사업사건(법 제2조제3호다목)   1962년 7월 10일부터 1964년 7월 25일까지 전남 고흥군 도양면 봉암 반도와 풍양반도를 잇는 간척공사와 관련하여 한센인이 강제 노역을 당한 사건

□ 위원회 심의·결정 사건

▲기간 외 사건(격리·폭행)   한센인 입소자가 전염병예방법 개정(’63.2.9, 강제수용 조항 삭제) 이후 수용시설에 격리 수용되어 폭행, 부당한 감금 또는 본인의 동의 없이 단종수술 등을 당한 사건

▲사천 비토리 사건   1957년 8월 삼천포 영복원에 살던 한센인들이 농토 확보를 위해 사천 서포면의 비토리 섬에 건너가 개간을 하던 중, 비토리 및 서포면 주민 100여명의 공격을 받아 집단으로 피해를 입은 사건

▲흉골골수천자 사건  소록도병원에서 ‘나환자 흉골골수내 나균검색의 진단적 가치 연구보고’에 따라 1952년부터 골수천자기를 사용한 흉골골수 채취검사를 실시 중 환자들이 치료법이 아니라 나균검출 검사방법 연구라는 것을 알고 1954년 4월 6일 대규모 소요사태를 일으켜 검사가 중단된 사건

▲양평 양수리 사건   대명구호병원 입원 원생 40여 명이 1963년 4월부터 보사부 지원으로 양평 양수리 일대에서 살 집을 건축하던 중, 12월 19일 마을 주민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가옥이 모두 파괴당한 사건▲안동어린이 실종 사건   1947년 6월경, 안동 실종 어린이를 한센인들이 해쳤다고 의심하여 경찰이 한센인 3명을 강변 공동묘지에서 총살하고, 경찰과 주민에 의해 한센인들이 폭행당한 사건

▲무안 연동 사건   1949년 9월 14일, 목포 형무소 탈옥사건 진압과정에서 무안 연동에 집단 거주하던 한센인 40여명이 사망 등을 당한 사건

▲함안 물문리 사건   1950년 7월 함안의 인근마을 유지들이 한센인을 제거하기 위해 통비분자란 혐의를 씌워 국군을 사주, 한센인이 사망 등을 당한 사건

▲나주 냇골 사건   1950년 9월 한국전쟁 중 인민군 점령시 주민 신고로 경찰이 희생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나주 경찰에 의해 마을 주민과 한센인 40여 명이 사망 등을 당한 사건

▲부산 일광초등학교 한센인 자녀 취학 반대 사건   1960년대 일광초등학교 입학 과정에서 용호동 주민들로부터 한센인 자녀들이  등교거부 및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

▲의성 금성초등학교 한센인 자녀 취학 반대 사건   1965년 금성초등학교에 입학 과정에서 주민들과 학부모로부터 한센인 자녀들이  등교거부 및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

▲부산 용산초등학교 한센인 자녀 취학 반대 사건   1979년 3월 용산초등학교 입학 과정에서 용호동 주민들로부터 한센인 자녀들이 등교거부 및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

▲김천 이발관 폭행 사건   1963년 삼애원에 사는 한센인이 이발관 주인에게 폭행을 당하고 쫓겨나자 삼애원 주민들이 이발관을 찾아가 항의하던 중 주인과 주민들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

▲김천 목욕탕 폭행 사건   1976년 목욕탕 주인이 한센인들이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소문을 퍼트려 삼애원 주민 60여명이 목욕탕에 항의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한센인들을 폭행한 사건

▲부산 성화원 폭행 사건   1950~1970년대까지 성화원에 입소한 한센인들이 원장과 직원들로부터 격리, 감금 및 폭행과 강제 노역을 당한 사건

 

 

 

 

 

 

 

 

 

 

 

 

 

 

 

 

 

 

 

 

 

 

 

84인 학살사건은 1945년 8월 20일을 전후로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에서 갱생원 직원에 의한 폭력으로 한센인이 사망, 행방불명 또는 부상을 당한 사건이다.

사천 비토리 사건은 1957년 8월 삼천포 영복원에 살던 한센인들이 농토 확보를 위해 사천 서포면의 비토리 섬에 건너가 개간을 하던 중 비토리 및 서포면 주민 100여명의 공격을 받아 집단으로 피해를 입은 사건을 말한다.

양평 양수리 사건은 대명구호병원 입원 원생 40여명이 1963년 4월부터 보사부 지원으로 양평 양수리 일대에서 살 집을 건축하던 중, 12월 19일 마을 주민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가옥이 모두 파괴당한 사건이다.

한센병과 한센인에 대한 오해와 차별에 의해 빚어진 어이없는 인권침해 사건도 적지 않았다.

안동어린이 실종 사건이 대표적이다. 1947년 6월경, 안동 실종 어린이를 한센인들이 해쳤다고 의심해 경찰이 한센인 3명을 강변 공동묘지에서 총살하고, 경찰과 주민에 의해 한센인들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또 1976년 김천에서는 목욕탕 주인이 한센인들이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소문을 퍼트려 삼애원 주민 60여명이 목욕탕에 항의하던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한센인들을 폭행한 일도 있었다.

한편 정부는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이곳에 '한센병 박물관'을 세웠다.

이 박물관에는 한센병의 역사와 퇴치연구역사, 한센병에 대한 오해와 진실 등에 관한 자료를 모아놓은 '한센병' 역사관과 한센인으 대한 인권침해사건, 사회적 편견 등에 관한 사료를 모아놓은 '인권관' 등 모두 5개 전시관이 설치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제13회 한센인의 날 및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인권 순회상담을 실시한다.

인권위는 한센인과 그 가족들을 찾아가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한 어려움을 듣고 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인권침해 구제 및 차별행위 시정 국가기구로서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및 인권 보호,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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