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선행연구 인용해 부가가치·고용창출 효과 분석…근거는 빈약

전경련의 주장을 인용보도한 기사가 쏟아졌다. 네이버 뉴스 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영리의료법인)을 도입하면 새 일자리가 약 27만개나 생긴다는 주장을 폈다.

일자리 창출 효과의 근거도 빈약하고, 주장의 근거로 인용한 선행연구와 비교해도 영리병원 도입의 효과를 상당히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지난 10일 '7대 갈라파고스 규제개혁시 경제적 기대효과'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수도권 규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제한 ▲지주회사 규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게임셧다운제 ▲금산분리 ▲택배 증차규제 등을 개혁하면 63조5,000억원의 부가 가치와 92만3,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계량화된 선행연구와 가정에 기초해 7대 갈라파고스 규제개혁의 부가가치 창출효과를 산출한 후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산업별 취업 유발계수를 곱해 일자리 창출효과를 추산했다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전경련의 분석에 따르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규제를 개선하면 14조9,000억원의 부가가치 증가와 26만9,000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

전경련이 영리병원 도입의 경제적 효과를 산출하는 데 활용한 계량화된 선행연구는 현대경제연구원이 2011년 9월 작성한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의 경제적 효과'라는 보고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1년 9월 작성한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 중에서.

이 보고서를 직접 살펴본 결과, 전경련이 제시한 영리병원 도입 효과와 상당히 큰 차이가 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영리병원 허용이 의료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내수시장 지향형(내국인의 의료서비스 수요 일부 충족) ▲의료관광 산업화형(내국인과 함께 외국인 의료관광 수요 확보) ▲핵심 산업화형(영리법인 도입으로 의료산업이 경제의 핵심산업화)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내수시장 지향형의 경우 부가가치 유발액이 2조8,000억원에 4만8,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한다.

의료관광 산업화형은 5조1,000억원의 부가가치와 10만2,000명의 고용창출을, 그리고 가장 효과가 큰 핵심산업화형은 10조5,000억원을 부가가치와 18만7,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효과 창출은 영리병원 허용시 국내 의료서비스 시장 수용의 5% 추가 확보, 해외의료관광객 100만명 방한, 제약업과 의료기기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로 무역수지 균형 등을 가정한 상태에서 도출한 것이다.

의료관광객 100만명에 제약과 의료기기산업의 경쟁력이 지금보다 월등히 높아진 상태를 가정했을 때도 영리병원 도입으로 인한 최대 고용창출 효과가 19만명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전경련은 영리병원 허용시 부가가치 및 고용창출 효과를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한 셈이다.

전경련은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와 가정에 기초해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산출한 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산업별 취업 유발계수(최종 수요 10억원당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수)를 대입하는 방식으로 추산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이 제시한 '7대 갈라파고스 규제개혁 추진 시 경제적 효과 추산' 자료 갈무리.

전경련의 방식대로 영리병원 허용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14조9,000억원으로 보고, 여기에 한국은행의 산업별 취업 유발계수(2013년 기준 서비스업 취업유발계수는 17.8명)를 대입하면 약 26만7,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나온다. 

영리병원 허용시 26만9,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라는 주장은 이런 식으로 나온 듯 싶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는 영리병원 허용시 효과가 큰 '핵심 산업화형'에서 부가가치 유발액을 10조5,000억원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도 18만7,000명으로 추정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전경련은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로 선행연구에 비해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더 커졌는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비영리법인보다 영리법인 병원 일자리 창출 효과 적은게 외국의 일반적 사례" 한편 영리병원 도입시 의료 분야에서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가뜩이나 의료기관 공급 포화상태인데 외부자본에 의한 영리병원까지 들어서면 병원의 상업화가 더욱 심화돼 인건비 절감과 인력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박형근 교수는 '의료정책포럼'에 기고한 글을 통해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특성 상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인도 있다"며 "영리법인 의료기관에 있어서 이윤 창출이 중요한 조직이기 때문에 원가절감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적은 인력을 활용하거나 인건비가 낮은 인력을 활용하려는 경향을 갖기 때문에 유사한 병원 간에는 비영리 병원에 비해서 영리법인 병원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적은 게 외국의 일반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영리병원 도입 등의 의료민영화 정책은 보건의료 분야에서 기존의 좋은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전락시킬 것이란 우려도 높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의료민영화·의료영리화는 수많은 일자리를 파괴하고 나쁜 일자리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정말로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고자 한다면 포괄간호서비스 전면 시행, OECD국가 수준의 보건의료인력 확충,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 등 실효성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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