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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프리존 특별법’ 뜯어봤더니…가습기 살균제만큼 위험한 법개별기업 차원에서 현행법 뛰어넘는 특례조치 적용받을 수 있어…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도 지자체 맘대로

[라포르시안]  하다하다가 이제는 '규제프리존'까지 등장할 판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규제완화 정책의 진행 속도가 더디자 적용 대상을 특정 지역으로 한정해서 좀 더 '가볍고, 빠르고, 손쉽게' 규제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예를 들면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지금보다 더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회를 통해 의료법 개정 처리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개정만으로 부대사업 범위 확대가 가능하도록 허용하겠다는 식이다.

이를 위해 규제프리존으로 지정된 지역에 한해서 현행 법으로 묶여있는 민감한 규제라도 특례를 부여해 풀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이 추진된다. 이름하여 '규제프리존 특별법'이다.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규제프리존 도입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방안'이 수립됐다. 당시 확정된 발전방안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산업을 지정하고 집중 육성할 수 있도록 '규제프리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정부는 올 1분기까지 시ㆍ도별 '지역전략산업 육성계획(안)'을 수립한 후 6월에 규제특례를 반영한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지 출처: 2015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규제프리존 도입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방안' 자료 중에서.

그런데 느닷없이 그 일정을 앞당겼다.

지난달 24일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 대표발의로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당초 정부 입법발의로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의원 입법발의로 급선회해 법안이 제출된 것이다.

법안이 제출되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열린 시·도지사협의회에서 전국 14개 시·도지사들은 이 자리에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의 조속 입법을 위한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 등 선진국은 규제개혁을 통해 도시와 지역의 산업과 경제를 일으키고 이를 국가 경쟁력 강화로 연결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과감한 규제 특례와 네거티브 규제 혁신 시스템을 적용하는 규제프리존을 조속히 도입해 신기술과 융‧복합을 통해 지역전략산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특별법 처리를 촉구했다.

여기에 장단 맞춰 지난 24일에는 여야 3당 대표가 특별법 처리를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해 처리하겠다고 잠정합의까지 했다.

규제프리존법 자세히 뜯어봤더니 '규제 무풍지대' 만들겠다는 것

대체 규제프리존 특볍법안에 뭐가 담겼길래 이렇게 서두르는 걸까. 찬찬히 뜯어봤더니 규제완화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심지어 개별기업에 한해서 규제특례 조치를 적용할 수 있는 규정까지 들어 있었다. 

국회에 제출된 특별법안의 내용을 보면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다. 특별법안 제3조(다른 법령과의 관계)에는 '이 법은 규제프리존에 적용되는 규제특례를 적용하는 경우 다른 법령보다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지자체에서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특례를 담은 조례를 만들 경우 이 법에 근거해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의료법상 규정된 부대사업 범위를 지자체의 조례 제개정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특별법안 제43조(의료법에 관한 특례)에는 규제프리존 내 지역전략산업과 관련해 의료법상 규정된 부대사업 외에도 시도의 조례로 정하는 부대사업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작년 12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된 '규제프리존 도입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방안'을 보면 강원도와 충청북도의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핵심 규제특례로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를 조례로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특별법안 제4조(원칙허용 예외금지 규정 등)는 규제프리존에 한해 '네거티브' 방식의 파격적인 규제완화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4조 제1항은 '규제프리존에서는 다른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열거된 제한 또는 금지사항을 제외하고는 지역전략산업 및 이와 관련된 사업 등을 허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2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규제프리존 내 지역전략산업 및 이와 관련된 사업 등에 대한 해당 법령을 운영·집행하는 경우 규정이 없거나 불명확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해당 사업 등을 허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해 놓았다.

관련 규정이 없거나 불명확하면 일단 포괄적으로 허용하라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지역전략산업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 표 제작: 라포르시안

더 황당한 건 '기업실증특례' 규정이다. 기업실증특례제도란 신규 사업을 개시하는 사업자가 특례조치를 제안하면 안전성 확보를 조건으로 기업 단위로 규제의 특례조치 적용을 인정해 주는 제도이다.

일본의 기업실증특례제도를 참고해 만든 것으로, 규제특례를 지자체 단위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개별기업 단위로 적용해 주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경상북도 지역에서 의료기기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데 현행법상 규제 때문에 사업 추진이 힘들다고 판단하면 기업실증특례 신청을 통해서 개별기업 차원의 규제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특별법안 제13조에 따르면 규제프리존에서 지역전략산업 및 이와 관련된 사업 등을 추진하고자 하는 자는 시·도지사에게 기업실증특례를 요청할 수 있다. 기업실증특례를 신청하면 관련부처의 검토를 거쳐 기재부 장관이 최종적으로 특례 부여를 결정하는 식이다.

 

기업실증특례를 요청할 수 있는 조건은 ▲허가등의 근거가 되는 법령에 기준ㆍ규격ㆍ요건 등이 없는 경우 ▲허가등의 근거가 되는 법령에 따른 기준ㆍ규격ㆍ요건 등을 적용하는 것이 부적합한 경우 ▲허가등의 근거가 되는 법령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 해당 법령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한 경우 등이다.

기업체가 판단해 관련법규정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특례 적용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별법안의 제20조부터 84조까지는 현행 특허법, 의료기기법 등에 관한 특례 규정을 담고 있다. 현행법 규정과 관련해 규제완화 차원에서 필요에 따라 우선 적용하거나 예외적으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그런 내용들이다. 

특별법안 전체를 뜯어보면 규제프리존에서 전략사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개별기업의 필요에 따라 규제 무규제 지역을 만들어주는 법안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 가할 수 있어"

그동안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던 시민단체와 의료계에서는 여야 3당이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강력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25일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사실상 모든 공공적 규제를 없애버리는 심각한 규제완화 법안"이라며 "규제프리존에서는 다른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제외한, 또는 규정이 없거나 불명확한 모든 사업을 허용하며, 규제의 경우엔 법령에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허용토록 하고 있다.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일단 모두 물에 빠트려놓고 꼭 살려내야만 할 규제만 살려두도록' 해야 한다는 끔찍한 발언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규제프리존에서 허용되는 규제 특례 내용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 의료법을 무시하며 병원 부대사업을 시·도 조례로 대폭 확대할 수 있게 한다. 병원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자회사 허용은 2년 전 국민 200여만명이 반대한 의료민영화"라며 "병원이 영리사업을 무제한 늘리게 하는 것은 병원을 상업화시키고 국민 의료비를 폭등시킬 조처"라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기기법을 무시하고 허가·인증받지 않은 의료기기를 제조·수입하고 환자에게 사용하게 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며 "몇몇 조건을 달고 있지만 뜻이 모호하고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어 안전장치라 보기 어렵다. 이 법의 목적 자체가 ‘경제성장’이라는 산업의 이윤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을 목적으로 한 규제완화가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여당이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의 처리를 당초 계획보다 서둘러 추진하는 이유로 '여소야대'인 20대 국회로 넘길 경우 법안처리가 더 힘들 것이란 판단 때문인 것 같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여당은 의석수가 줄어든 20대 국회로 넘길 경우 통과가 쉽지 않을 거란 판단에서인지 19대 임시국회 통과를 재촉하고 있다"며 "우려스럽게도 야당이 이에 동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 법을 잠정 합의한 것을 보면 두 야당이 이 법안의 내용을 모르거나 아니면 민의를 벌써 배반하기로 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의료계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규제프리존 특별법 통과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를 조례로 확대 허용하고 있다"며 "이는 영리병원 도입을 가속화해 의료양극화를 더욱 깊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려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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