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의사들 사기 저하로 환자안전에 오히려 해를 끼칠 것” 우려 높아

영국 정부의 근로조건 변경 추진에 반발하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는 젊은 의사들. 사진 출처: 영국 가디언지 온라인판(http://goo.gl/YsguQY)

[라포르시안]  영국 NHS(National Health Service) 산하 병원의 전공의들이 근무시간 확대 추진에 반발하면 지난 26일과 27일 이틀간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영국의 전공의들은 앞서 작년 12월에도 사흘간의 파업을 실시한 바 있으며 올해 들어서도 2월에 한차례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이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는 영국 캐머론 정부가 NHS 산하 병원에 근무하는 수련의사들의 주말 근무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내 의료인력의 약 1/3(약 4만5천여명)을 차지하는 수련의사들의 근로조건은 정부가 근로계약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작년 말 제레미 헌트 보건장관이 2016년 하반기부터 적용할 새로운 근로계약안을 제시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근로계약안에 따르면 수련의사의 표준근로시간이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에서 '평일 오전 7시~오후 10시, 토요일 오전 7시~오후 7시까지'로 확대된다.

이에 따른 표준근로시간 급여를 11% 인상하고, 표준근로시간 외 시간 근무에 대해 지급하던 특별수당을 폐지하고 새로운 초과근무수당으로 대체한다.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의에 입문하면 중도에 개인적인 연구 등을 위해 휴직을 해도 연차별로 급여가 자동 인상되던 시스템을 폐지하고, NHS가 인정하는 수련의 복무 기간만 급여 인상에 반영하는 근로계약 조건도 들어 있다.

대신 7일 동안 연속으로 근무할 수 있는 절대근무 상한시간을 91시간에서 72시간으로 줄이고, 연속 야간 근무를 4일 이상 못하도록 하는 등의 근무시간 제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가 수련의사들의 근로계약 변경을 추진하는 이유는 평일 입원보다 주말 입원 시 환자의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결과와 주말의 병원 활용도를 높이는 데 찬성하는 여론을 배경으로 한다.

이를 통해 캐머론 정부는 주말의 의료 접근성을 평일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한 보수당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 주도 의료공급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영국에서 의사들의 기본 급여는 다른 직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근로시간은 긴 편이라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인력이나 예산의 추가지원 없이 근무시간 확대를 추진하자 거센 반발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난 26일부터 파업에 나선 수련의사들은 "정부의 근로계약안대로 기본 급여가 11% 인상되더라도 표준근로시간 외 수당이 크게 줄어들어 수련의의 평균 임금이 30~40% 줄어들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제시하는 새로운 근로조건이 수련의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환자의 건강과 복지에 해를 끼치고, 정부의 의도와 달리 의료서비스 제공을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7일 영국 수련의사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전협은 "우리는 영국의 동료들이 인력과 지원이 부족한 영국의료의 현실속에서 오직 환자들을 지켜야한다는 절박함으로 이번 파업을 시작했다는 것에 절대적으로 공감하며 찬성한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최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정책입안자들은 환자를 위한 의료제도가 아닌, 정치적인 입지확보를 위한 포퓰리즘적 의료제도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대한민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대한민국의 전공의들은 이러한 정책의 피해자들은 결국 환자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을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국정부는 국민을 위한 의료정책을 위해 정의로우며 정치경제적으로 순수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고있는 영국전공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한국의 전공의들은 이번 파업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영국의 동료들과 함께 올바른 의료를 고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전협은 27일 오전 이러한 내용을 담은 성명을 영국 의사회 측에 전달했다.

대전협 조승국 평가수련이사는 "불합리한 의료제도로 인해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지고 동료 젊은 의사들이 고민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젊은 의사, 그리고 전체 의사들의 고민"이라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직을 불사하겠다는 용감한 결심을 해준 동료들에게 혼자가 아니며 함께 고민하자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성명을 발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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