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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은 수십년 전 ‘동성애’를 질환 목록서 삭제했다성소수자 향한 차별·반인권적 법제정 잇따라…세계정신의학협회 “질환 아닌데 치료한다고 개입하는 건 비윤리적”

[라포르시안] 몇 해 전 러시아와 우간다, 나이지리아 등의 국가에서 '반동성애법'(anti-homosexuality laws)을 제정하면서 국제적 논란을 불러왔다. 

최근 세계 최대의 무슬림 거주 국가 인도네시아에서 레즈비언과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의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사회 전반에 걸친 탄압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관련기사: 우간다의 반동성애법 입법에 오용된 과학과 의학…“동성애가 질병?”>

정치인부터 종교, 언론까지 나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침해적 여론을 조성하고 있으며, 특히 인도네이사 정신의학회까지 가세해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를 '정신장애자'로 분류하겠다고 밝혀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국에서도 최근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이 동성애와 이슬람 저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원내진출을 시도했다. 기독자유당은 비례대표 의석 확보 최소 기준인 정당득표율 3%에 0.36% 모자라 원내 진출에는 실패했다.

반인권적 공약을 제시한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 확보 최소 기준에 육박하는 수치의 지지를 받았다는 자체만으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전세계 각 국가의 정신의학협회가 참여해 설립한 세계정신의학협회(World Psychiatric Association, 이하 WPA)가 동성애를 '질환'으로 인식하고, 치료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사회 일각의 인식이 '편견이며 비윤리적'이라는 입장을 최근 표명했다. <원문 바로가기, 국제인권소식"통" 번역문 바로가기>

WPA에는 세계 117개국 20만명 이상의 정신과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로,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WPA는 지난달에 '성별 정체성 및 동성에 대한 성적 지향, 끌림, 행동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성별 정체성 및 성적 지향에 관한 사회적 불평등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WPA는 성명서에서 "다른 국제기구들과 마찬가지로 성적 지향이 선천적인 것이자 생물학적, 심리적, 발달상의 요인들과 사회적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본다"며 "정신의학자들은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 관련 불평등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의 감소를 옹호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의학에서 동성애를 질병 목록에서 삭제한 지 수십년이 지났다는 점도 언급했다. 미국정신의학회는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APA)가 DSM(정신질환 진단-통계편람)에서 동성애의 질환 항목을 삭제한 것을 상기하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동성애가 정상적인 정적 지향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제 질병분류서(ICD)에서 동성애와 관련된 '성적성숙장애'(sexual maturation disorder)라는 질병명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기사: 동성애, ‘정신질환 낙인’ 지우나…WHO, 국제질병분류서 삭제 추진>

이와 관련해 WPA는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영속시킨 불행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대의학이 동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지향과 행동을 병리화하는 것을 그만둔 지는 이미 수십 년이 지났다"며 "WHO는 동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지향을 인간 섹슈얼리티의 정상적인 형태로 인정하고 있으며, 정신의학과 국제빌병사인분류에서는 동성에 대한 성적 지향, 끌림, 행동, 그리고 성별 정체성을 병리현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선천적인 성적 지향이 치료를 통해 바뀔 수 있다거나, 나아가 치료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동성애 치료'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의학적 개입이 비윤리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WPA는 "선천적인 성적 지향이 바뀔 수 있다는 어떠한 타당한 과학적 근거도 없으며, 나아가 이른바 동성애 치료라는 것은 편견과 차별이 확산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며 "질환이 아닌 것을 ‘치료’한다고 주장하면서 제공하는 모든 개입은 전적으로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WPA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의 성소수자 역시 모든 다른 시민들과 동일한 권리와 책임을 가지며, 평등한 의료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WPA는 동성을 대상으로 한 끌림, 지향, 그리고 행동이 인간 섹슈얼리티의 정상적인 형태라고 판단하며, 성적 지향을 바꾸려는 치료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한 그러한 치료의 해악과 역효과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을 도울 수 있게끔 근거를 바탕으로 한 의학적·사회적 개입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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