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으로 파면된 서울백병원 교수, 징계처분 취소 소청심사 청구

[라포르시안] 전공의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소속 대학교로부터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던 대학병원 교수가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파면 취소 소청을 청구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라포르시안에 자신이 겪었던 일에 대해서 상세히 제보하며, 징계가 번복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강력한 우려를 제기했다. .

앞서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A교수는 작년 말 남자 인턴을 뽑는 면접자리에서 성추행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병원으로부터 정직 처분이 내려진 데 이어 대학 징계위원회를 통해 지난 2월 말 파면처분을 받았다.

A교수가 파면처분까지 받은 이유는 남자 인턴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발언 뿐만 아니라 병원 윤리위원회외 및 대학 징계위원회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여자 전공의와 임상심리사를 대상으로 성추행을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A교수는 파면처분 이후 복직을 위해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파면취소를 요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 오는 20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회의를 앞두고 있다. 

그러자 A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중 한 명인 B씨는 지난 6일 기자에게 자신이 겪었던 일을 제보하며 가해자인 A교수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과잉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복직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B씨가 성추행이라는 끔찍한 일을 겪었던 건 3년 전이다.

B씨는 지난 2013년 3월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인턴 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다 같은 해 3월 말 정신과 회식 자리에서 기억하기조차 싫은 그 일이 발생했다. 

B씨가 인제대 징계위원회에 제출한 진술서를 보면 4차까지 이어진 회식자리에서 A교수가 B씨의 옷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가슴을 만지는 성추행을 저질렀다.

"의대 혹은 병원서 성추행 사건 생기면 피해자가 비난받는 게 현실"

하지만 B씨는 자신이 겪은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 섣부르게 이 문제를 공론화 했다가 진실규명은커녕 오히려 성추행 피해자를 향한 비난과 질책이 쏟아질지 모른다는 걱정과 A교수가 보복을 해 전공의 수련과정 상의 불이익을 입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그냥 덮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B씨가 학교 징계위원회에 제출한 진술서에는 그런 두려움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저는 의대에서, 혹은 병원에서 성추문이 생길 경우 피해자가 겪게 되는 것들을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별 피해를 입지 않는 가해자와 다르게 피해자들은 그들의 처신이 적절했는지, 얼굴이 어떠한지, 몸매가 어떠한지, 이전 남자관계는 어떠하였는지, 성적은 어떠한지, 성격은 어떠한지, 선후배 관계는 적절한지, 심지어는 추행의 정도가 어떠했는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평가받고 비난당합니다. 그 비난과 평가들은 복제되고 재생산되어 낙인이 되고 추후 지원하게 되는 과에서도 논해집니다. 잘못한 것은 오로지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습니다."

B씨가 더 참을 수 없었던 건 성추행 사건 이후에도 A교수가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타과에서 인턴을 돌고 있을 때도 A교수는 '회식에 참여하라', '식사를 같이 하자'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B씨가 요청을 거절하면 전화로 화를 냈다고 한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서 B씨는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정신과 레지던트를 지원하는 것에도 회의를 느껴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B씨는 이후 전공의 수련도 포기한 채 모병원에서 일반의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작년 12월 A교수의 남자 인턴 성추행 사건이 터지면서 병원 윤리위원회와 학교 징계위원회의 진상조사가 시작됐다.

조사 과정에서 2013년 3월 당시 같이 근무했던 다른 전공의가 B씨 사건을 병원 교육수련부에 제보하면서 뒤늦게 드러나게 된 것이다. 

B씨는 작년 12월 서울백병원 윤리위원회 차원의 자체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연락을 받고 자신이 A교수로부터 겪었던 성추행 사건을 진술했다.

B씨는 지난 6일 기자에게 관련 내용을 제보하면서 "가해자는 전혀 반성하지 않고 당시 전공의들을 ‘배신자들’이라고 말하고 다니며 학교의 정당한 파면결정에 불복하고 교육부에 교원소청을 제기했다"며 "이 사건은 전형적인 직장 내 성폭력 문제로, 상하 관계에서 발생되는 위력에 의한 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A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 중 한 사람인 여성 임상심리사의 경우 퇴사 후 다른 곳에 취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새 직장에 미치는 가해자의 영향력을 두려워해 병원 윤리위원회에서 피해 사실을 진술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이후 병원과 학교 측에서 초기에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한 것에 대해서는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였다.

B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희망적인 부분은 병원과 학교가 늦게나마 문제를 인식한 후 뛰어난 초동대처를 보여 추가 피해자를 찾아내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사실을 밝혀내고 가해자에 대한 단호한 징계 처리를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반성하지 않은 A씨는 자신이 받은 처분을 과잉 징계로 호도하며 징계를 무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가해자의 사회적 영향력과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라는 원래의 지위를 고려할 때 매우 몰염치한 행위이며, 동시에 병원과 학교가 보여준 단호하고 올바른 결정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뒤늦게 B씨가 당시 사건을 언론에 제보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A씨의 교원소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추가적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B씨는 "가해자 같은 성추행 교원이 제기한 소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저 같은 피해자는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게 될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라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단호한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대전협 "성추행 교수 징계 번복은 있을 수 없는 일"

한편 이 문제와 관련해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A교수의 징계를 번복하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되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협은 7일 성명을 내고 "성추행 가해자인 해당 교수는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남용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자신에 비해 ‘을’의 위치에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장기간에 걸쳐 성폭력을 가했다"면서 "이러한 심각한 성폭력 가해 교원에 대한 사학법에 따른 처분은 파면으로, 학교측의 결정은 매우 정당한 것이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전협은 "성추행은 어느 누구에게도 용납될 수 없다. 해당 판결이 번복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막아낼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공의 성추행 피해를 뿌리 뽑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향후 전공의 성추행 근절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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