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직면하는 27가지 난감한 순간 / 브루스 툴간 지음 / 김광현과 도상오 옮김 / 이담북스 펴냄, 2015년

[라포르시안] 정치의 계절입니다. 선량(選良)이라고도 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분들의 과거 언행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랜 세월을 두고 자신을 다듬어온 분이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상속자들> 앞에 붙었던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부제가 떠오릅니다.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cles)’이라는 이야기에서 실마리를 얻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원전 4세기 전반에 시칠리아의 시라쿠사를 다스리던 참주(僭主) 디오니시오스 2세의 측근 가운데 다모클레스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왕의 친구이기도 했던 다모클레스는 왕의 자리가 근사해보였던지 부러워하다가 질투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런 친구의 모습이 딱했던지 왕은 다모클레스에게 하루 동안 자신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소원을 이룬 다모클레스는 꿈같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왕좌에 앉아 하루를 되새김하다가 섬뜩한 느낌이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한 올의 머리카락에 매달린 칼 한 자루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놀라는 다모클레스에게 왕은 ‘권력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네’라고 말했습니다. 왕의 자리가 겉으로 보기에는 호화롭게 보이지만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긴장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던 것입니다.

‘부러우면 지는거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말은 부러워만하지 말고 스스로를 갈고 닦아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역량을 발휘해보라고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오늘은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를 안내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경영컨설팅 전문가 브루스 툴간이 쓴 <팀장이 직면하는 27가지 난감한 순간>입니다. ‘탁월한 리더가 되기 위한 리얼 팁!’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고, 바로 아래 정답이 적혀 있습니다. “준비된 ‘1:1대화’를 시도하라” 팀장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1:1대화’, 바로 ‘긴밀한 소통’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다양한 조직에 대한 경영컨설팅 과정에서 수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관리자로서의 능력과 역량을 높이고, 개인과 조직이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과정형 팀장이 되라>, 등의 베스트셀러를 내기도 했습니다.

저자가 경영컨설팅 회사 레인메이커 싱킹(Rainmaker Thinking)을 창립했습니다. 그 회사에서는 경영세미나, 포커스 그룹인터뷰, 설문 조사 등을 통하여 수많은 리더들로부터 ‘팀장으로서 관리하기 가장 힘든 상황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수집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그 답변을 바탕으로 정리된 것입니다. 이 책에서 가려 뽑은 27개의 상황이 90% 이상의 응답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저자는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조직 내의 리더들이 참고하면 좋을 관리지침서가 되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팀장을 꿈꾸는 분들에게 더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습니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무엇을 놓치기 쉬운가하는 문제가 첫 번째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즉 팀장이 되는 순간부터 고참 팀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맞는 어려운 상황들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문제적 상황에 들어가기 전에 리더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기본사항을 먼저 정리해두었습니다. ‘리더여, 기본에 충실하자’입니다. 그 기본이 바로 소통입니다. ‘우리 조직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60%이상의 사람들은 ‘더 많은 소통’을 꼽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소통에 대한 욕구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니면 소통을 내세우는 리더일수록 제대로 된 소통은 외면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팀원 가운데 관심이 가는 팀원만 챙기는 팀장이 많습니다만 조직을 원활하게 이끌어가려면 모든 팀원에게 골고루 관심을 나누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팀원들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기본적으로 만나는 시간을 늘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팀장들이 많습니다. 저도 가끔 느끼는 것입니다만, 어느 조직이든 대부분의 리더들은 다음과 같은 4가지의 치명적인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1. 별로 중요하지 않은 미팅에 너무 많이 참석하기, 2. 끝나지 않는 이메일의 행진, 3. 의미 없는 형식적인 대화, 4. 서로 방해하기 등입니다. 그리고 회의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도 추가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학부를 졸업하고 처음 모셨던 과장님의 방에 들어가면 ‘요담 3분’이라는 팻말이 있었습니다. 3분 안에 대화를 마무리하려면 미리 말씀드릴 내용을 잘 요약해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룬 27개의 상황들은 어려움의 수준이나 빈도와는 무관하게 상황의 성격에 따라 공통점이 있는 일곱 가지의 틀로 나누었습니다. 1. 신임 팀장이라면 이것부터 챙겨라, 2. 자기 관리가 안 되는 팀원을 방치하지 마라, 3. 어떻게 팀 성과를 끌어올릴 것인가?, 4. 팀원의 문제에 직면하라, 5. 꼭 필요한 팀원, 함께 가라, 6.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7. 상황에 맞게 변신하자, 등입니다.

7개의 영역 가운데서 첫 번째 신임팀장에 관한 문제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팀원이 바라보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기존 팀 안에서 팀장으로 승진한 경우, 외부에서 팀장이 영입되는 경우, 새로 팀을 구성하는 경우로 구분하여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를 논의할 뿐 아니라, 새로운 팀원을 뽑을 때 고려할 사항까지도 챙기고 있습니다. 그만큼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을 충분히 고려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팀 내에서 승진한 팀장의 경우 팀원들과 업무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평적 관계에서 수직적 관계로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서로 인식하지 못하여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연공서열 등에서 선임자가 팀장이 되었을 때는 팀장과 팀원의 관계를 설정하는데 큰 문제가 없겠지만, 연공서열을 깨는 승진인사의 경우는 갈등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결국 대화를 통하여 서로의 역할을 받아들이면 갈등이 생기지 않을 것이지만, 새로운 팀장이 권위를 내세우거나 과중한 목표를 설정하는 등 팀원들에게 정신적, 신체적 부하가 많아지게 되면 갈등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팀장으로서 팀을 이끌어가는 기본 철학과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팀원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팀장과 팀원이 서로 신뢰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팀장이 팀원들에게 기대하는 자기관리의 4대 기본원칙, 시간 관리, 의사소통, 조직화, 기본 문제 해결 능력 등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수시로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팀이 지향하는 방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팀원이 팀의 분위기를 흐리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같이 갈 것인가 방출할 것인가를 분명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같이 가야겠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가급적이면 빠른 시간 안에 대화를 통하여 팀의 흐름에 동참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같은 일을, 같은 수준에서 반복적으로 이행하는 조직은 결국 구성원을 타성에 젖게 만들고 새로운 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게 합니다. 따라서 목표를 상향조정하여 달성토록 주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팀이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인적, 물적 지원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러한 지원이 없다면 여력이 바닥난 팀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무처리 속도가 떨어지거나, 부여받은 업무만 처리하는 팀원, 업무처리과정에서 오류가 많은 팀원들의 경우 원인분석을 통하여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조직이 적용하고 있는 성과관리제나 재교육 프로그램들을 활용하도록 합니다. ‘혁신’이 화두가 되던 시절이 있습니다. 당시에 혁신과제를 도출하느라 기본 업무가 뒷전이던 것이 가장 큰 부작용이라고 자조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혁신도 의무적으로 하게 되면 오히려 방해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창의적인 업무처리방안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팀원들 사이에서, 때로는 팀원과 팀장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팀원들 가운데 예민하거나, 오지랖 넓거나, 논쟁적이거나, 불평불만이 많거나, 남을 탓하거나, 화를 잘 내는 팀원이 있는 경우에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자는 “이 팀원들이 자신의 부정적 행동을 좋은 의사소통 습관으로 바꾸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면 당신은 인간관계 갈등의 가장 흔한 요소를 없앤 것이다(209쪽)”라고 말합니다. 결국 1:1대화를 통하여 문제적 팀원의 행태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는 팀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전체 팀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팀원들이 양해할 수 있다면 들어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용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팀원의 진가를 발견하고 그가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아끼는 팀원이 조직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매끄럽게 처리해야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조직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 대하여 저자는 이런 처방을 제시합니다. “최고 팀원은 당신이 앞으로도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원하는 사람이기에 좋은 인수인계 계획을 세워서 실행할 수 있게 하고 총체적인 과정을 밟게 하고 매끄러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떠나는 것을 늦춰야 한다.(253쪽)” 물론 그 사이에 상황이 바뀔 수도 있고, 새로 올 후임자가 업무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감정이 부딪칠 상황은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저자의 권유가 실제로는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것 같더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하여 업무의 내용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미 팀장의 직무를 오랫동안 수행해온 분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화두, ‘성장은 끊임없는 변신을 요구한다’를 읽게 되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제가 자문하고 있는 사업 가운데 맞춤한 사례가 있습니다. 수술환자에서는 감염을 방지하기 위하여 수술 후에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술 1시간 전에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면 수술 후에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술 1시간 전에 항생제를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하고, 수술 후에는 항생제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감염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외과선생님들이 쉽게 생각을 바꾸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문제가 없더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안내로 많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팀장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끊임없는 변신이 필요합니다. 팀원들을 이끌어가기 위하여 스스로가 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상사에게 새로운 시도에 대하여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다음에 팀원들과의 개별적인 소통을 시작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당신에게는 배움의 과정이 될 것이며, 어쩌면 실수도 나타날 수 있고, 접근방식을 수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팀장들은 무의식적 자동관리, 체계적이지 못한 환경, 명확하지 않은 요점, 되는 대로의 소통 등으로 일이 꼬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조직의 세포책임자 팀장이 지켜야 할 조직관리의 기본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양기화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신경병리학을 공부해 밑천을 삼았는데, 팔자가 드센 탓인지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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