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건강보험 이의신청 73% 보험료 불만 민원…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편안 발목잡는 정부

[라포르시안]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뚜렷한 이유없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료 부과와 관련된 가입자들의 불만은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가입자가 제기한 보험료 이의신청 10건 중 3건이 수용될 정도로 부과체계의 불공정과 불형평성이 심각한 상황이다.

29일 건보공단이 공개한 건강보험 이의신청위원회의 '2015년 이의신청 현황 및 사례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의신청 결정건수는 총 3,778건으로 전년도(3,694건) 대비 2.3% 증가했다.

이의신청을 유형별로 보면 보험료 부과·조정·징수(2,167건) 및 자격(584건) 관련된 내용이 2,751건으로 전체의 72.8%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보험급여 828건(21.9%), 보험급여비용 199건(5.3%) 등의 순이었다.

보험료 이의신청은 전년도(2014년) 2,641건에 비해 110건(4.1%) 증가해 매년 가입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제기하는 불만요인이 되고 있다.

표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가입자의 보험료에 대한 불만이 타당한 문제제기라고 판단해 수용되는 사례도 많다. 보험료 이의신청 건수 가운데 약 1/3의 경우 신청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공단에 따르면 2015년 이의신청 결정 3,778건 중 인용결정은 482건(12.8%)이고, 여기에 공단이 신청인 주장에 따라 처분 변경해 취하 종결된 842건(22.3%)을 합하면 총 35.1%에 해당하는 1,324건에서 신청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공단은 "보험료 이의신청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가 소득수준에 비해 과다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으로, 직장가입자와 다르게 소득 이외에 재산, 자동차 등을 반영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산정하는 현재의 보험료 부과체계에 대한 불만이 작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만큼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의 형평성에 대한 가입자들의 불만이 높다는 의미다.

아이러니하게도 불합리한 보험료 부과체계는 건보공단 고객센터가 국내 공공기관 중 최대 규모의 조직과 업무처리 실적을 달성하게끔 만든 요인이 됐다.

 건강보험 고객센터는 전국 7개 센터에 1,500여 명의 상담사가 연간 3,600만 건에 이르는 전화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전화 외에도 방문, 팩스 민원 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공단에 제기되는 민원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건강보험 보험료부과체계개선단은 2014년 10월 발간한 '건강보험료 부과 관련 전국지사 유형별 민원 표본사례 모음집'을 중에서.

건보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민원업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한해 동안 발생한 건강보험 관련 민원은 7,759만9,000건에 달했다. 그 중에서 자격, 부과, 징수 등 보험료 관련 민원이 82%를 차지할 정도였다.

해마다 엄청난 규모의 보험료 관련 민원이 쏟아지는 이유는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가 너무 복잡하고 불합리하게 설계된 탓이다.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는 크게 4원화 되어 있고, 자격에 따라 7가지 그룹으로 구분된다. 단일보험자를 두고 있으면서 부과체계는 지나치게 다원화 돼 있다보니 보험료 부과 징수 업무를 수행하는 공단 실무자조차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국민건강보험 보험료부과체계개선단은 2014년 10월 발간한 '건강보험료 부과 관련 전국지사 유형별 민원 표본사례 모음집'을 통해 "직장을 실직해 소득이 없어지거나 감소함에도 보험료는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가 생기며, 자녀가 직장에 다니느냐의 여부에 따라 보험료를 낼수도 있고 안 낼 수도 있다. 직장에 다니는 부모 밑에 태어난 아이는 보험료 부과대상이 아니지만 실직으로 직장이 없는 부모 밑에 태어난 아이는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는 등 형평성과 공정성을 잃은 모순투성이"라며 "국민의 입장에서는 물론 공단 내에서 보험료 부과 징수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자로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2013년 7월 출범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통해 소득중심의 단일한 부과체계를 골자로 한 개편안을 마련, 작년 1월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취소했다.

이후 작년 2월 말부터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가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수차례 열고 논의를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2015년 2월에 열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당정협의체 회의 모습.

지난 1월 복지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6년도 업무계획에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은 빠졌다.

건보공단 내부적으로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요구가 높다. 해마다 쏟아지는 보험료 관련 민원으로 공단 직원들의 업무부담이 가중되면서 보험자 고유 업무를 수행하는 데 차질을 빚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보험료와 관련된 민원이 엄청나게 쏟아지다보니 다른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기 힘들 정도"라며 "합리적인 부과체계가 마련되면 관련 민원처리로 인한 행정업무가 크게 줄어들어 보험자 고유업무에 더 충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는 작년 12월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부과체계는 누더기 그 자체가 되어 직원들도 난수표 같은 표를 보고도 항의하는 민원인에게 설명이 어려울 정도"라며 "소득자료 보유율이나 신용카드 사용률이 훨씬 떨어지는 국가들도 소득으로만 보험료를 부과한다. 우리나라의 현행 부과방식은 가장 후진적이고 원시적일 뿐만 아니라, 서민에게 가장 혹독한 구조"라고 지적하며 부과체계 개편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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