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동맥우회수술 1~2등급 기관 수도권 등에 집중…내과마저 전공의 수급난으로 골든타임 사수 힘들어져

▲ 서울의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의료진이 관상동맥우회술을 집도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에게는 생명과 직결되는 '골든타임'이 있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후 신속하게 진단하고, 혈관을 막은 혈전을 녹이는 혈전용해제를 30분 이내에 투여해야 한다. 곧바로 그물망처럼 생긴 스텐트를 넣어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이나 좁아진 관상동맥의 혈관을 대신해 다른 혈관으로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주는 관상동맥우회술을 90분 이내에 시행해야 한다.

90분이란 골든타임 안에 이뤄한 조치가 이뤄져야 생명을 살리고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런 응급의료 조치를 골든타임 안에 시행하려면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 간호사, 방사선사 등의 전담의료진 인프라가 반드시 갖춰져 있어야 한다.  

전공의 인력도 필수다. 응급실에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내원했을 때 가장 먼저 상태를 확인한 후 검사를 의뢰하고 담당 전문의에게 콜(CALL)을 하는 것이 전공의다. 그런데 흉부외과에 이어 내과도 전공의 기피과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면서 많은 지방병원이 골든타임을 지키기 힘든 의료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실제로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의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에서 관상동맥우회술을 실시하지 못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8일 발표한 급성심근경색과 협심증 등의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관상동맥우회술 적정성 평가’ 결과를 보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

심평원이 이번에 발표한 3차 적정성 평가는 2013년 7월부터 1년간 허혈성 심질환 입원환자에게 관상동맥우회술을 실시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79개소를 대상으로 했다.

주요 평가분야는 ▲관상동맥우회술 수술건수 ▲수술시 내흉동맥을 사용하는 비율 ▲퇴원시 아스피린 처방률 ▲수술 후 출혈과 같은 합병증으로 인한 재수술 비율 ▲수술 후 사망률(30일내)과 수술 후 입원일수 등이다.

평가결과를 보면 1등급을 받은 의료기관 48개 중에서 29개소는 서울·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여기에 경상도 지역의 12개 기관을 포함하면 3개 지역에 모두 41개 의료기관이 몰려 있었다.

나머지 전라도와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 지역에는 1등급 기관이 7개소에 불과했다. 이들 지역은 2등급 평가를 받은 의료기관 3개소를 포함해도 관상동맥우회술 적정성 평가에서 1~2등급 기관이 총 10개소뿐이었다. 전국에서 관상동맥우회술 시술을 하는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79곳 가운데 평가등급이 산출된 기관은 66곳이었고, 그 중에서 56곳이 수도권과 경상도 지역에 편중돼 있다.

심각한 문제는 충청과 전라도 지역의 일부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관상동맥우회술 평가지표에서 '지표별 분모건수 3건 이상'이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등급제외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관상동맥우회술 3차 적정성평가 결과 1등급 및 2등급 기관의 전국 분포. 이미지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실제로 충청 지역에서 대전의 건양대병원과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은 이번 평가에서 지표별 최소 기준건수를 충족하지 못해 등급제외 판정을 받았다.

지난 2013년 발표된 관상동맥우회술 2차 적정성 평가에서 2등급을 받은 충남대병원의 경우 이번에는 등급제외 판정을 받았다. 건양대병원도 2차 적정성 평가에서 2등급을 받았지만 3차에서는 시술 건수가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등급제외 판정을 받았다. 전북 지역에서는 원광대병원이 2차 평가에서 3등급을 받았다가 이번에는 등급제외 판정을, 제주에서는 2차 평가때 2등급을 받았던 제주한라병원이 이번 3차 평가에서는 등급제외로 분류됐다. 

급성심근경색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 치료가 외과적 수술에서 점차 순환기내과를 중심으로 한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로 전환되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흉부외과 전공의 인력수급 등이 겹치면서 지방병원을 중심으로 관상동맥우회술 시술이 급감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지방병원은 순환기내과 쪽도 인력수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6년도 내과 전공의 모집에서 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 등 지방 대학병원에서 미달 사태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지방의 한 종합병원 의사는 "의료자원의 수급 불균형과 의료전달체계 왜곡, 저수가 등이 복합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면서 흉부외과에 이어 내과마저 지방과 수도권 간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지방에서는 급성심근경색증 환자가 발생해도 골든타임 내 적절한 응급처치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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