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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알파고 충격과 심평원의 ‘인공지능 전산심사’
  •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6.03.1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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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인공지능(AI)이라니…. 최신 디지털 기기에도 적응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세상은 또 인공지능으로 넘어가는 듯하다.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는 그 이름처럼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첫 관문이나 다를 바 없다. 세기의 바둑대결에서 인공지능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다섯 판을 둬 네 판을 이겼다. 네 번의 승리 모두 불계승(不計勝)이었다.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급기야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포비아'라는 호들갑스러운 반응까지.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지 모른다는 전망은 차라리 현실적이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이 평가했듯이 알파고는 인류 문명의 산물에 불과하다. 인간 대 인공지능의 바둑대결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의 대결일 뿐이었다. 이세돌 9단이 5판의 대국을 두는 과정에서 보여준 '인간적인' 도전의지와 창의성은 알파고가 보여준 놀라운 학습능력보다 더 주목받았다. 

뻔한 수순이지만 인공지능 관련 산업의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구글과 IBM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뭐든지 창조경제로 끌어들이기 좋아하는 정부는 '인공지능 응용·산업화 추진단'을 발족하겠다고 한다. 오히려 인공지능 충격에 대한 인간의 반응 형태가 어떤 알고리즘에 충실히 따르는 듯 도식적이다.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도 빠지지 않는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승부에서 패했듯 인공지능이 의사의 자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IBM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벌써 암환자 치료 과정에서 의사에게 조언을 할 정도로 기술개발이 이뤄졌다. 우리는 또 다급하게 인공지능 기술개발에 허겁지겁 열을 올릴 모양이다. 이대로라면 알파고가 일으킨 인공지능 충격은 관련 기술개발에 대한 조급함과 부실한 육성정책, 그리고 조악한 결과물이라는 '오메가'를 향해 나아가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이게 아닌데 너무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 활용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다들 환자 치료를 위한 임상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개발을 고민할 때 이미 발빠르게 인공지능을 도입한 곳이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란 곳이다. 심평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전산심사'라는 표현을 써왔다. 놀랄 필요는 없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은 아니다.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적합성 심사를 심평원 직원이 아니라 전산심사 프로그램으로 하는 정도다.

심평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요양기관이 환자를 진료한 후 작성·제출한 요양급여비용심사청구서 내용이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거다. 예전에는 이 업무를 심평원의 심사 담당 직원이 직접 수행했다. 지난 2003년부터 단순·다빈도 상병을 중심으로 진료비 청구내역과 심사기준, 의약품 허가사항 등을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로직으로 만들어 청구 내용이 적합한지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전산심사를 도입했다. 심평원에 접수되는 전체 심사 물량 가운데 전산심사로 처리되는 비율이 이미 60%를 훨씬 넘는다고 한다.

심평원의 전산심사는 의사들로부터 자주 원성을 산다. 전산운영 과정의 착오로 심사 오류가 발생해 잘못된 급여비 삭감이 이뤄질 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무엇보다 임상현장의 특수성이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 기계적인 전산심사에 대한 불만도 높다. 청구명세서에 상병코드를 잘못 입력하거나 정해진 급여기준을 벗어난 약처방이 입력되면 삭감이나 반송 조치를 각오해야 한다. 의약품의 허가사항이나 요양급여기준에서 벗어나면 진료비 삭감을 피할 수 없다. 초기에는 단순·다빈도 질환을 중심으로 적용되던 전산심사의 범위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그만큼 의사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현행 건강보험제도 아래에서는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검사를 하거나 약을 처방하는데 제한을 받을 때가 많다. 환자 상태에 따라 검사나 처치가 달라질 수 있지만 급여기준은 획일적으로 그 횟수를 정해 놓았다. 그 기준을 넘어서면 급여비를 삭감한다. 의사 입장에서는 질병이 의심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영상검사를 했는데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급여비를 삭감당하는 상황도 생긴다. 엑스레이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보이더라도 CT검사를 주저하는 '과소진료' 경향도 보인다.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진단이 늦어져 병을 키울 수도 있다. 전산심사가 확대될수록 이런 문제는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급여기준이 안고있는 문제는 제한된 건강보험 재정으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급여비 삭감이 심평원의 설립 목적은 아니다. 전산심사는 불합리한 급여기준과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의 문제를 심사업무의 효율성으로 치환해 버린다. 환자의 고통과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은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급여기준 알고리즘 속에서 디지털 코드로 단순화된다. 의료보장과 국민의 건강 증진이라는 목적은 사라지고, 전산심사의 효율성만 남는다.

이런 문제가 전산심사 프로그램 탓인가. 그 속에 적용된 알고리즘의 문제인가. 당연히 아니다. 애당초 불합리한 급여기준에서 비롯됐다. 더 근본적으로는 의학적 판단에 따른 최선의 진료를 힘들게 하는 급여기준이 생겨나게끔 만든 제도상의 문제다. 결국은 그런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다. 

심평원은 현재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각종 심사지식을 체계화하고 분석기능을 강화한 지식기반 심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로 인공지능에 가까운 전산심사 시스템을 갖추려는 모양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심사지식을 체계화 하는 것도 다 좋다. 다만 진정한 의미의 지식기반 심사시스템이 되려면 '전산심사는 환자에게 위해를 입혀서는 안 되고, 환자의 건강 증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 속에서 운영돼야 한다.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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