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 개발 단계서 ‘응용·산업화 추진단’ 발족 추진…“서비스발전법 제정되면 인공지능 육성 탄력” 주장까지 제기

[라포르시안] "인간 수준의 인공두뇌 SW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현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의 토양이 되는 지식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엑소브레인 SW는 기업․공공 분야의 경영자(CEO)와 의료, 법률 등 전문분야의 전문가 의사결정 지원 및 사회현상 분석과 예측의 핵심적인 SW로 활용될 수 있으며…"

지난 2013년 5월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보도자료 내용 중 일부다.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대형 엑소브레인(인공두뇌, Exobrain) SW 개발 본격 착수'라는 제목을 단 보도자료였다. 

미래부는 당시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2017년 인간과 퀴즈대결을 하는 컴퓨터가 등장하고, 2020년경에는 법률, 의료, 금융 등의 전문가와 의사소통을 통해 이들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인공지능 SW가 개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프로젝트는 ▲2013년 5월부터 2017년 4월까지 4년간 1단계(일반지식 대상 분석형 엑소브레인 SW 기반기술 개발) ▲2017년 5월부터 2020년 4월까지 2단계(전문지식 대상 협업추론형 엑소브레인 SW 응용기술 개발) ▲2020년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3년간 3단계(글로벌 전문지식 대상 문제해결형 엑소브레인 SW 상용기술 개발)로 진행될 예정이다. 

마지막 3단계까지 투입되는 총 연구비는 1,070억원(정부 800억원, 민간 27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2013년 5월 29일자 미래창조과학부 보도자료 중에서.

엑소브레인 프로젝트 1단계가 종료 될 2017년에는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인 '왓슨(Watson)'을 따라잡고 2단계부터는 컴퓨터 스스로의 지식학습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지능 진화형(WiseQA)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미래부는 전망했다.

미래부는 "엑소브레인 SW는 기업․공공 분야의 경영자와 의료, 법률 등 전문가의 의사결정 지원 및 사회현상 분석․예측의 핵심적인 SW로 활용될 수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지능형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의 융합형 신산업이 창출됨과 동시에 의료, 법률, 금융 등의 전문지식 지원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래부가 엑소브레인 SW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한지 거의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을까. 

1단계 프로젝트인 '지능진화형 WiseQA 플랫폼 기술 개발'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 음성인식을 통해 퀴즈 질문을 인식하고 정답을 찾아내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의 발표대로 2017년이면 IBM의 왓슨을 따라잡는 인공지능 컴퓨터 결과물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그런데 최근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기관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자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K-알파고 시나리오’가 떠돌았다.

K-알파고 시나리오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정부가 이를 겨냥해 터무니없는 계획과 예산으로 인공지능 산업 육성정책을 급조해 만들어 내 것이란 우려섞인 예측을 담고 있다.

▲ K-알파고 시나리오에 대해 언급한 트윗 갈무리.

우려대로 K-알파고 시나리오의 현실화 조짐이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인공지능 응용·산업화 추진단’을 발족키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의료서비스와 보안시스템,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등의 분야에서 인공지능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고 과감한 규제완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산자부는 의료서비스 분야의 경우 영상정보, 생체신호를 분석·진단하는 서비스 분야에 국내 스타트업 기업이 생겨나고 있으며, 딥러닝을 통한 진단서비스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를 대량 확보하는 한편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인공지능 응용·산업화 추진단’을 발족하겠다는 것이다.

미래부가 3년 전 발표한 엑소브레인 프로젝트가 여전히 원천기술 개발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는데 느닷없이 산자부가 인공지능의 응용 및 산업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꺼내놓은 것이다.

2016년 3월 14일자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중에서.

어쩌면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조만간 관련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인공지능 응용 및 산업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발표하지 않을까 싶다. 

보건복지부도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규제를 완화해 인공지능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덤빌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정부는 인공지능 붐을 이용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여론 조성에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 9일 작성한 '지능정보기술 관련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서비스산업에서의 ICT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 근거를 명시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제정된다면 정부의 지능정보기술 육성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구글이 인류를 충격에 빠뜨린 알파고를 만들었다면 한국에서는 정부의 즉흥적이고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으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무한상사판 K-알파고'가 등장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미래부가 2017년이면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측한 IBM의 왓슨은 의료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 단계에 접어들었다.

IBM은 지난해 5월부터 듀크 암 연구소, 예일 암센터 등 전세계 10여 곳의 암연구소와 협력해 암 환자의 맞춤형 치료에 활용하는 '왓슨 헬스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IBM에 따르면 왓슨의 활용으로 몇 주일 이상 소요되던 DNA 정보 및 개인별 유전 정보 해석, 의학문헌에서 관련정보 수집 등을 단 몇 분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IBM은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IBM에 따르면 왓슨 포 온콜로지 프로그램은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가 보유한 문헌과 문서, 290개 이상의 의학 학술지, 200개 이상의 교과서, 그리고 1200만 장에 달하는 문서를 포함한 방대한 자료 속에서 필요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구글도 상당히 앞서 있다.

이미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입증한 구글은 자회사인 '베릴리 라이프 사이언스'를 통해 수술의 영상 라이브러리를 분석해 집도의에게 절개 부위 등의 정보를 알려주는 인공지능 기능이 구현되는 수술로봇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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