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DNA 유전정보·의료기록 등 방대한 정보 몇 분만에 분석…“최적의 맞춤 치료법 추천”

[라포르시안]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기관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과의 첫번째 대국에서 패했다.

이세돌 9단은 9일 오후 1시부터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1국에서 구글 알파고에 불계패 하면서 충격을 안겨줬다.

알파고는 축적된 수많은 정보를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을 내리고, 자신이 필요한 데이터를 취사선택하는 식으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딥러닝’기법을 구현한다.

알파고와 비교되는 인공지능이 바로 IBM에서 개발한 '왓슨(Watson)'이다. 왓슨은 미국 유명 퀴즈쇼에 출연해 인간을 제치고 우승한 전력이 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맥도넬 게놈 연구소의 루카스 와트맨 암 유전체학 부소장이 IBM 왓슨 게놈 애널리틱스를 활용하여 유전자 염기서열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 제공: IBM

IBM은 현재 왓슨을 의료분야에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듀크 암 연구소, 예일 암센터 등 전세계 10여 곳의 암연구소와 협력해 암 환자의 맞춤형 치료에 활용하는 '왓슨 헬스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IBM에 따르면 왓슨의 활용으로 몇 주일 이상 소요되던 DNA 정보 및 개인별 유전 정보 해석, 의학문헌에서 관련정보 수집 등을 단 몇 분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IBM이 왓슨 헬스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하는 과제는 암환자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맞춤 치료법을 찾기 위함이다.

암 환자의 경우 대부분 수술이나 화학요법, 방사능치료를 받는데 최근 유전자 염기서열 검사가 용이해짐에 따라 일부 환자는 암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적 변이에 집중해서 맞춤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런 맞춤치료에는 의료기록, 논문, 임상시험 정보 등과 같은 건강정보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유전정보를 분석·비교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통상 환자 1명의 유전자는 100기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에 상응한다.

왓슨은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할 수 있고, 암 유발 변이와 연관 의학문헌에 대한 종합적인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이 수 주일에 걸려 진행하는 유전정보와 의학문헌 검토를 왓슨은 단 몇 분만에 마칠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왓슨은 환자에 대한 보고서와 데이터 요약표, 의학문헌와 같은 근거에 기초해 개별 환자의 DNA에 적합한 약물을 제안하는 능력도 갖췄다.

왓슨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가 암환자 맞춤 치료의 임상적 근거 자료를 평가하고, 해당 환자에게 적용할 맞춤형 치료법이 표준 치료법보다 더 효과적일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 프로젝트에는 유전자 분석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새로운 솔루션인 '왓슨 게놈 애널리틱스'(Watson Genomic Analytics)를 활용한다.

왓슨 게놈 애널리틱스는 근거 수집과 분석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로, 왓슨은 모든 인간 유전자의 변형을 찾고 치료 가이드라인, 리서치, 임상연구, 연구논문, 특허정보 등의 데이터 소스를 검토한다. 또한 의학문헌과 문헌에서 발견된 연관 약물의 목록을 제공한다.

특히 왓슨 게놈 애널리틱스는 수집, 분석한 환자 데이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법도 구현한다.

IBM 왓슨 헬스의 스티브 하비(Steve Harvey) 부사장은 "이 프로젝트는 현재 소수의 환자들에게만 제공되고 있는 맞춤형 정밀 암 치료법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의사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인 암과의 전쟁에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방식인 인지컴퓨팅의 힘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왓슨 헬스_유전체학 데이터그램. 이미지 제공: IBM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등 IBM이 인간의 인지능력과 유사한 수준의 코그너티브(cognitive) 컴퓨팅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IBM 본사에서 인공지능 연구 방향과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프로그램에 대해 발표했다. 

IBM에서 딥블루(Deep Blue) 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원인 제럴드 테사우로와 머레이 캠벨은 "IBM의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은 왓슨이 제퍼디 퀴즈쇼에서 우승한 이래 조직과 개인이 직면하는 복잡한 문제들을 다룰 수 있도록 능력을 향상시켜 왔고, 그 첫번째 목표는 암이었다"며 "우리는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와 협력해 코그너티브(cognitive) 컴퓨팅을 통해 의사들이 증거에 기반한 의료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왓슨 포 온콜로지 프로그램은 코그너티브 컴퓨팅이 인간의 판단력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며 "왓슨 포 온콜로지 프로그램은 정형, 비정형 데이터로 기록된 진료 노트와 보고서의 의미와 맥락을 분석할 수 있는 발달된 능력을 통해 일상영어로 쓰여진 환자의 주요 정보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IBM에 따르면 왓슨 포 온콜로지 프로그램은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가 보유한 문헌과 문서, 290개 이상의 의학 학술지, 200개 이상의 교과서, 그리고 1200만 장에 달하는 문서를 포함한 방대한 자료 속에서 필요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제럴드 테사우로와 머레이 캠벨은 "암과 같은 커다란 문제에 코그너티브 컴퓨팅 기술을 적용하는 일은 진정한 혁신의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며 "우리가 왓슨의 코그너티브 능력을 개발해 나감에 따라 인간과 기계를 융합함으로써 지식을 향상시키는 혜택은 의료, 교육, 은행, 보험, 법률, 법제, 정부, 유통, 제조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군에 걸쳐 점점 더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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