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인권향상 위해 노력한 한국 가톨릭 역사에 남을 부끄러운 기록”

[라포르시안]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지난 5일 열린 제32회 한국여성대회에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 ‘성평등 걸림돌상’을 수상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행사를 주관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997년부터 매년 양성평등에 역행한 조직 및 개인, 정책 등에 '성평등 걸림돌상'을 수여해 왔다.

역대 수상자로는 성희롱·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 양성평등을 저해한 기관이나 인물, 관련 정책, 여성을 상품화 한 TV프로그램,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판결을 내린 법조계 인사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인천성모병원을 성평등 걸립돌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비상식적인 경영과 여성 노조지부장을 집단적으로 괴롭혔다’는 이유를 들었다.

여성단체연합은 보도자료를 통해 "천주교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인천성모병원은 수 년 째 비상식적인 병원 운영과 노조 탈퇴 강요 등 노동조합 탄압으로 지역사회에서 비난받고 있는 가운데 병원 간부를 동원해 인천성모병원지부 홍모 지부장을 집단적으로 괴롭혔다"며 "여성노동자가 중심이 되고 있는 보건의료사업장에서 집단적이고 지속적으로 여성 노조 간부를 괴롭히는 것은 위계와 공포를 동원한 명백한 폭력행위이며 여성노동권 침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전국보건의료노조는 7일 성명을 내고 "(성평등 걸림돌상 수상으로)인천성모병원의 여성 노조지부장에 대한 지속적이고 집단적인 괴롭힘이 명백한 여성인권침해로 확인되었다"인천성모병원 경영진의 전근대적 조직관리 시스템이 일으킨 심각한 인권침해임이 입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성모병원의 이번 수상은 병원을 운영하는 천주교 인천교구에도 불명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노조는 "10년 전 인천성모병원을 인수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천주교 인천교구가 노동․인권탄압, 양성평등의 걸림돌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며 "인천성모병원의 이번 ‘성평등 걸림돌상’ 수상은 인천교구를 넘어 한국사회의 보편적 정의와 인권향상을 위해 애써 온 한국 가톨릭의 역사에 남을 부끄러운 기록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천주교 인천교구에서 운영하는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이 건강보험 급여비 부당청구 혐의와 관련해 지난 1월 말 보건복지부로부터 행정처분 사전통보를 받은 일도 있었다.

지난 1월 3일 답동성당 신자들이 단식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직후 훼손된 천막 앞에 앉아 있는 홍명옥 인천성모병원 노조지부장.

보건의료노조는 천주교 인천교구를 향해 그동안의 논란에 대한 침묵을 깨고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천주교 인천교구는 국제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 두 병원의 불법·부당한 행위에 애써 눈감으며, 사태의 해결과 병원 정상화를 요구하는 인천지역 시민사회의 요구를 철저히 묵살해 왔지만 진실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며 "복지부 실사결과로 밝혀진 국제성모병원의 건강보험 부당청구, 병원 앞 집회방해로 벌금형을 받은 인천성모병원 중간관리자, 그리고 ‘성평등 걸림돌상’ 수상까지 날이 갈수록 드러나는 진실과 부끄러움 앞에 인천교구는 더 이상 숨지 말고 결자해지의 자세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한편 인천성모병원 측은 노조 지부장 집단괴롭힘 논란에 대해서 "부서장들이 노조 지부장에게 언어폭력과 집단괴롭힘을 가한 사실이 없다"며 "인천교구가 인천성모병원을 인수하기 전인 2005년 2월경 ‘영양팀 외주용역전환’ 결정에 따라 이미 극심한 노사 대립이 시작되었고, 당시 240명에 달하던 조합원이 현재 11명으로 조합원수가 급감한 것도 사측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병원은 지난 1월 징계위원회를 열고 홍명옥 지부장에 대한 해고 처분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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