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단체연합 “모든 공공적 규제를 허물 토대를 만드는 법” …의약단체도 “친기업적 정책” 부정적 입장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녹색연합, 문화연대, 전국언론노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등 범시민사회단체는2015년 12월 7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폐기를 촉구했다.

[라포르시안]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4일 성명서를 내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명백한 의료·공공서비스 민영화법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2일 청와대, 그리고 3일 보건복지부가 나서 서비스법이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법 통과를 압박했다"며 "서비스법에는 의료 관련 규정이 없고, 의료법이 우선이기 때문에 서비스법으로 의료민영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은 완전한 거짓이고 기만"이라고 비난했다.

서비스법이 제정되면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서비스산업선진회위원회'를 통해 사회공공서비스 관련 정책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관련 기사: “서비스산업법, 의료민영화와 무관” 복지부 차관의 말 사실일까?>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서비스법은 농림어업과 제조업만 제외하고 의료를 포함한 모든 사회공공서비스에 적용된다"며 "이 법은 기재부장관이 위원장인 서비스산업선진화위가 사회공공서비스의 5년 기본계획을 심의하고, 각 부처의 연도별 시행계획을 기재부장관이 직접 검토하고, 각 부처가 사실상 이에 따르도록 한다. 기재부가 향후 모든 사회공공서비스에 대한 전권을 쥐고 의료법 등 모든 공공적 규제를 허무는 토대를 만드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박근혜 정부에서 서비스법의 국회 통과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의 영리 자법인 허용, 민간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 추진,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 등이 의료민영화와 무관하다는 복지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병원 영리자회사, 민간보험사 해외환자 유치, 원격의료 등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의료민영화"라며 "영리자회사 허용은 외부투자․배당을 허용해 의료법상 병원 비영리 원칙을 허무는 심각한 의료민영화 정책이다. 민간보험사 해외환자 유치는 보험사가 병원을 지배하는 미국식 의료민영화의 발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원격의료는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개인질병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의료기기·통신 업체만을 위해 추진되는 정책"이라며 "게다가 영리병원을 최초로 승인하고, 의료관광을 빌미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한 평가를 완화하는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의료민영화는 다 열거하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전국민 건강보험 의무가입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복지부의 주장도 일축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미 제주영리병원 허용으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무너졌다. 이런 정부가 이제 서비스법을 바탕으로 공공서비스 전체를 경제논리 아래 짓밟겠다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반대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나서 서비스법 통과를 촉구하고, 기재부 관료출신인 방문규 복지부 차관이 서비스법을 둘러싼 논란에 이례적으로 브리핑까지 하며 해명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서비스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직접 나선 청와대 안종범 수석은 복지수석이 아니라 경제수석이다. 또한 방문규 복지부 차관은 기재부 2차관 출신의 경제관료로 보건복지차관에 임명된 인사"라며 "박근혜정부가 보건복지를 사회보장제도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내야하는 산업으로 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이 서비스법에 대한 의료민영화 우려를 일축하면서 ‘배중사영(杯中蛇影,술잔 속 뱀 그림자)'이란 고사성어에 빗대어 표현한 것도 비난했다.보건의료단체연합은 "청와대가 ‘술잔의 뱀 그림자’라는 서비스법은 실제 ‘독이 든 뱀술’이다. 독주를 권하며 ‘의심을 거두라’고 말하는 정부가 바로 진정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의약 단체들도 서비스법이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새 일자리 창출 효과는 기대하기 힘든 '친기업적 정책'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간호협회 등 5개 보건의료단체는 지난 1월 22일 공동성명을 통해 "서비산업발전이 국가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보건의료 분야는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예외적으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비스산업법이 제정되더라도 보건의료 분야에서 새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들 단체는 "이미  국내 보건의료기관 수는 거의 포화상태고, 보건의료 인력과 시장 규모의 적정성이 유지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국민과 정부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며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친기업적 정책을 수정해 기업의 체력을 개선시킬 수 있는 범국민적 정책을 새롭게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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