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야당의원 설전에 방문규 차관의 이례적 브리핑

[라포르시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주요 연설에서 강조했던 서비스 경쟁력 강화 대책을 입법화한 것이다. (야당이) 이제 와 서비스산업법에 있지도 않은 의료공공성 훼손을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자기 당이 추진하는 정책이 옳은 것이고 국민을 설득할 자신이 있으면 '참여정부도 했단다'라는 식으로 바짓가랑이를 잡아끄는 물귀신 작전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서비스산업법의 국회 처리를 놓고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과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 간에 벌어진 간접 설전의 일부 대목이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지난 2일 경제동향 월례브리핑을 통해 서비스산업발전법의 시초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법안 처리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자 참여정부 당시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을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와 여당이 정당성이 없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참여정부를 끌어들이는 '물귀신 작전'을 편다고 비난했다.

서비스산업법을 놓고 이와 유사한 설전은 그동안 수차례 있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보건복지부가 끼어들었다. 방문규 차관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관련 사안에 대해 해명을 한 것이다.

더욱 의아한 점은 방문규 차관의 브리핑이 청와대 경제수석과 야당 의원간 설전을 보도한 라포르시안 기사를 직접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해명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靑 “서비스법 시초는 노무현 정부”…김용익 “언제까지 물귀신처럼”>

언론보도에 대해서 차관이 직접 나서 해명을 하는 일도 극히 드문데다 이날 브리핑도 시작하기 몇 시간 전 갑작스럽게 공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또 라포르시안 기사를 직접 언급하며 별도의 설명자료까지 배포하는 등 상당히 이례적으로 이 사안에 대해서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쨌든 복지부가 별도 설명자료나 방문규 차관의 브리핑을 통해 강조한 것은 서비스산업법이 의료민영화 우려와 관련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복지부와 방 차관의 설명 중에는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도 들어 있었다.

복지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다른 법에 규정이 있을 경우 그 법이 우선 적용되도록 하고 있고, 의료 관련 조항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방 차관도 브리핑을 통해 "국회에서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법은 다른 법의 규정이 있을 경우 그 법에 우선해서 적용하도록 하고, 의료 관련 조항은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서비스산업법은 종합법적인 성격이지만 의료법이라든지 건강보험법이라든지 이런 특별법에 따라서 규정되어 있는 것은 그런 개별법의 규정이 우선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 차관은 또 "의료공공성의 핵심조항인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전국민 건강보험 의무가입, 또 영리병원 금지 등은 건강보험법과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서비스산업법만으로는 이것이 변경될 수가 없는 내용"이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비스산업법이 제정되면 의료영리화가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복지부의 기재부 종속화 우려 심화…아이러니한 기재부 출신 차관의 브리핑

과연 그럴까?

라포르시안이 그동안 관련 기사와 칼럼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서비스산업법이 의료공공성을 훼손할 수 없다'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서비스산업법의 핵심은 서비스산업발전 발전을 위해 기획재정부 산하에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두고 이곳에서 관련 서비스산업 연구개발 활성화 및 투자 확대 등의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토록 하는 것이다.

맨 처음 이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는 서비스산업 범위에 '의료, 교육, 관광․레저, 정보통신서비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비스산업'으로 규정해 놓았으나 의료와 교육 등을 서비스산업으로 규정하는 것을 놓고 반발이 거세지자 관련 문구를 뺐다.

그 대신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에 관계되는 산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이라는 식으로 포괄위임했다.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으로 언제라도 의료를 비롯한 정부가 원하는 모든 산업을 포괄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게다가 이 법과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규정한 제3조 제1항은 '서비스산업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해 놓고 제2항은 다시 '정부는 다른 법령에 따라 수립하는 서비스산업 관련 계획과 정책이 제5조제1항에 따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 및 제6조제1항에 따른 연도별 서비스산업발전 시행계획과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즉, 의료법이나 건강보험법에 따른 의료산업 관련 계획과 서비스산업법에 따른 관련 산업 발전계획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규정한 것으로, 이 규정이 제정안에 포함될 경우 보건의료 관련 법률이 서비스산업법의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서비스산업법 제3조2항을 근거로 "정부가 제출한 서비스법에 따르면 의료와 교육을 포함한 서비스를 다루는 모든 행정부처는 위원장으로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립한 기본계획에 각 부처의 정책을 맞춰야 한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비스산업법 제12조(서비스산업 관련 법령의 제정ㆍ개정에 대한 의견 제시)에 따르면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서비스산업과 관련된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려는 경우 그 법령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사실상 전체 서비스산업의 정책을 심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부는 지금도 기재부가 주도하는 의료산업화 정책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서비스산업법이 제정되면 '복지부의 기재부 종속화'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국회 기확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서비스산업법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도 부처간 조정기구만 존재할 뿐, 서비스산업 진흥을 위해 개별 분야가 아닌 서비스산업 전체를 관할하는 입법례가 없다. 일본 역시 서비스산업 일반을 규율하는 단일한 법이 없다"고 지적할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 2차관에서 복지부 차관으로 전격 임명된 방문규 차관이야말로 서비스산업법을 둘러싼 의료민영화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는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방문규 차관이 임명되면서 "박근혜 정부가 의료산업화를 밀어붙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난이 제기된 바 있다.

서비스산업법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당 의원간 설전에 복지부 차관이 이례적으로 브리핑까지 하는 상황이 그래서 더욱 수상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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