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수 비뇨기과학회장, 전공의 지원기피 심각한 우려 제기

[라포르시안] 지금과 같은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 기피현상이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 외국의 병원으로 전립선암, 방광암 등의 비뇨기과 질환 수술을 받으러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수년 동안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비뇨기과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대한비뇨기과학회 주명수 회장(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사진)은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e-뉴스레터' 2월호에 게재한 '비뇨기과 전공의 수급 불균형에 대하여'라는 글을 통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주명수 회장은 "비뇨기과 전공의는 2010년 80% 충원율을 보이면서 감소하기 시작해 2014년에는 24명, 2015년에는 34명이 지원했으나 2016년에는 82명 정원에 21명으로 역대 최소의 전공의가 지원했다"며 "문제는 이전에는 다 충원되던 소위 대형병원들도 정원을 못 채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은 더 심각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기피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젊은 의사들은 인식 변화와 여학생 비율이 높은 의학전문대학원 체제,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비뇨기과학회의 문제 등을 지목했다. <관련 기사: 한때는 지원자 넘치는 인기과였는데…비뇨기과의 끝 모를 추락>

주 회장은 "최근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의 인식이 편한 과, 수입이 좋은 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여기에는 부모들의 입김도 적지 않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전원 체제에서 여학생의 수가 많은 것도 남학생이 주로 지원하는 비뇨기과의 특성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한국 의료체계의 건강보험수가를 비롯한 많은 문제점들이 기름을 부었고, 과거 비뇨기과가 잘나갈 때 비뇨기과학회 자체의 수급을 조절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면이 있다"며 " 비뇨기과 전공의 시절 어렵게 배운 지식과 기술을 수련 후에 발휘할 수 없는 현실적 상황도 일조했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지금처럼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기피가 이어지면 머지않아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비뇨기과질환의 고난도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 회장은 "우리나라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비뇨기과 환자의 대부분이 60세 이상 노인 환자임에도 노령인구에 대한 질환을 치료할 비뇨기과 전문의가 부족하다면 앞으로는 미국이나 유럽 혹은 일본이나 동남아로 전립선암, 방광암, 신장암 수술을 받으러 가야 할 형편에 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인구의 노령화로 비뇨기과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음에도 보건정책당국에서는 비뇨기과 전공의 인력 수급난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비뇨기과가 지금처럼 위기상황에 빠진 데는 정부의 편파적인 보건의료정책이 크게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흉부외과와 산부인관 등 다른 외과계열이나 영상의학과 등은 전공의 지원기피가 심해졌을 때 정부가 적극 나서 수가인상 등의 정책적인 지원책을 폈지만 비뇨기관의 경우 그런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 회장은 "정신과는 보건당국의 정책적 배려에 힘입어 상담료 인정, 전문약 처방 우선권을 인정받아 잘 나가고 있고, 영상의학과도 한 때는 비인기 과였지만 특수의료장비 인력기준에 영상의학과 전문의 전속 의무화, 판독료 신설 등으로 현재는 최고 인기과로 자리매김했다"며 "각 과의 자구 노력이 중요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과연 그것만 가지고 이런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그는 "수가가 가장 중요하고 또한 수련 후에 보수가 많고, 좋은 자리가 많은 과가 인기 과이다. 하지만 상대가치작업에서 힘없는 비뇨기과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외과나 흉부외과처럼 복부 수술을 하고 있음에도 유독 비뇨기과만 전문의 가산 30% 혹은 100% 수가 가산을 받지도 못하고 있다. 비뇨기과의 전공의 수급의 어려움은 외과, 흉부외과 수가가산이 시행된 후에 심화된 면이 있다. 비뇨기과 위기 극복은 학회 차원의 대책보다 정부차원의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의 균형 발전과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적정 의료인력 확보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 회장은 "앞으로 5년, 10년 후에는 다른 과가 또 비뇨기과와 같은 처지가 될지 알 수 없다. 이런 악순환은 미리미리 예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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