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화 모색 논의기구 구성…의료계의 강력 반발에 직면할 듯

[라포르시안]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둘러싼 의료계와 한의계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국회에서 의료일원화와 의료통합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대한의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범위를 제시하면서 뜨거운 논란을 예고했다. 또한 복지부가 의료일원화 추진을 위한 논의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혀 의료계와 한의계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상연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의·한 협진을 늘리고 의료기관과 학과 사이의 교류를 확대해 통합의사 면허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이 위원은 "이런 과정으로 가기 위한 선결과제로 의-한의계 간 정서적 거리감을 좁혀야 한다"면서 "이와 별도로 한의학은 한약재의 표준화, 한의학적 원리에 대한 과학적 근거 축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철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의학회는 의료일원화에 찬성한다"면서 "의료일원화 모형으로 중국식, 일본식, 대만식 등이 제시됐는데, 현상황에 대한 분석 이후 선택 가능한 옵션을 찾는 순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의학의 과학적 검증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의학의 궁극적 목적은 사망률과 이환율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적 검증이 필수적"이라며 "의학과 한의학을 통합하려면 한의학에 대해서도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상황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한의학에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려면 의료기기 사용에 적합하다는 학문적 타당성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어떤 학문적으로 어떤 연계를 갖느냐가 포인트"라고 했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소비자로서 할 말은 하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의료소비자들은 한 장소에서 통합의료서비스를 받고 싶은데 정작 의료계는 이런 소비자들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도 "한의원에서 치료를 하는데 부작용이 없고, 조작이 간단한 의료기기 정도는 허용하도록 의료계가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헌재서 합법 판결 난 5개 현대의료기기는 한의사에 허용할 방침"

이날 토론회의 하이라이트는 김강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의 발언 순서였다.

김강립 정책관은 이날 작심한 듯 민감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의료계와 한의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들이 모여 있다. 이들이 각 직역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머리를 맞대고 미래지향적으로 국민건강을 위해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 고민하는 건 더 미룰 수 없는 숙제"라며 의료일원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의료에서 영역 간 융합과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두 직역이 서로 반목함으로써 융합을 저해하고, 우리나라의 발전에도 저해되지 않나 우려하고 있다"면서 "될 수 있으면 빨리 의료일원화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의료계와 한의계만 참여해온 '국민의료향상을 위한 의료현안 협의체'를 전문가단체, 연구기관, 학계, 시민사회단체, 소비자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쪽으로 확대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는 위원 구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논의기구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이목이 집중됐다. 김 정책관은 "정부로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헌재에서 합법 판결이 난 5개 현대의료기기(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사용을 먼저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정책관의 발언으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을 둘러싼 의료계와 한의계 간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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