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산업 전반적으로 한미 FTA의 국회 통과에 따른 비관적 미래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의료계 내부적으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실제로 지난 23일 본지가 접촉한 의사들 가운데 약 70%는 한미 FTA 발효로 인해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 순기능이 많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장기적으로 약값 인상이나 영리병원 도입 확산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의사들은 한미 FTA가 저수가 정책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 영리병원이 설립되면 국내 의료기관과 수가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21일 ‘한미 FTA 저지 긴급토론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영리병원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의료비의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고, 이 때문에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의 진료비가 한국의 건강보험수가의 4배 이상까지 비싸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전국 7곳에 이르는 경제자유구역 내 신설될 외국 영리병원의 높은 수가는 국내 의료기관에도 파급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서울의 A내과 원장은 “한미 FTA 발효 이후 들어설 영리병원의 진료수가를 국민이 체험하면, 그동안 낮게 책정돼 온 한국의 수가를 인식하게 되고, 적정수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입에 의존하는 오리지널 약이나 치료재료 가격인하 효과로 의료공급자의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병원협회 이송 정책위원장은 “병원은 미국에서 들여오는 고가 의료장비와 치료재료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며 “FTA 시행 이후 관세철폐로 인해 이들 수입 제품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허가-특허연계제가 가동됨에 따라 약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미국 복제약 수입도 늘 것“이라며 “동일 약효라면 국내 복제약 보다 저렴한 미국 복제약을 선택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한미 양국간 의사면허인정에 대한 기대도 의사들이 FTA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 중 하나다.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두 나라의 전문직 상호 인정 조항의 경우 내년 안에 전문직 서비스 작업반을 신설해 직종별 면허 인정 범위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돼 있다. 외교통상부 서비스투자과 관계자는 “의사도 대표적인 전문직으로 면허 인정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내년 안에 면허 인정 여부가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재호 의무이사는 “실력있는 의사들이 미국으로 진출하는 길을 여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양국 간 의사면허교류가 가능하다면 (FTA 도입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원가 진료 환경 악화 등 한미 FTA가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도 감지됐다.

경기도 소재 B소아청소년과 원장은 “불법 네크워크 치과처럼 자본만 앞세운 병원들이 등장할 위험도 있다”면서 “이 경우 고용인 의사가 많아지게 되고 진료실적 올리기에만 더 매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C내과 원장은 “의료기기의 수입필증 의무가 강화됨에 따라 중고의료기기 시장의 유통도 위축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개원가 장비 활용에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발효 후 민간의료보험 상품의 확대와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돼 중소병원의 경영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인천의 D종합병원 원장은 “영리병원들이 하나 둘 늘면서 민간보험 상품이 덩달아 증가하고, VIP 환자를 쓸어갈 것”이라며 “재벌병원도 경제자유구역으로 진출하면서 스타급 의사를 영입해 덩치를 키우게 된다. 결국 중소병원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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