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의료기관 통한 청구절차 간소화 추진…의료계 “진료비 통제가 목적이며 환자에게 피해 돌아가”

[라포르시안]  금융위원회가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명분으로 의료기관이 청구업무를 대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혀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금융위는 최근 발표한 2016년 업무계획을 통해 현행 보험금 청구방식을 온라인으로 쉽게 청구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차원에서 환자 요청에 따라 의료기관이 진료비 내역 등을 보험회사에 보내는 등 실손의료보험금 청구절차 간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시스템 구축, 정보보호 이슈 등을 보완해 보험회사, 의료기관 ICT 업체 간 시범운용을 하반기 중에 추진하고, 필요하다면 보험업법령도 개선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가입자가 보험사에 직접 청구하는 방식에서 병원에서 청구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면 복잡한 청구서류가 사라져 실시간 간편 전송이 가능하고, 소액건이 누락되는 문제점도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업무를 의료기관이 대행토록 하는 것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문제가 곧 실손보험 심사업무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위탁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위 등은 지난해 실손보험 심사업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거센 반대여론에 직면했고,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청구대행이라는 우회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이번에 금융위의 방침대로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청구업무를 대행할 경우 심평원의 개입은 필수사항이 된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지난해 말 성명을 내고 "소액보험구 청구를 간편하게 한다는 명분은 미끼일 뿐 결국 국민들의 보건의료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고, 보건의료비 지출을 절감해 민간보험사의 배를 불리는 것이 목적"이라며 "지금은 실손의료보험의 보건의료기관 대행청구를 말하고 있지만, 결국 모든 실손의료보험의 심사를 심평원으로 이관시키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전국의사총연합회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의료계의 반대와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공정한 정책을 국민 편의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앞세워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의료기관에 대한 실손보험 청구업무 대행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의료기관의 행정업무 부담이 커지고 궁극적으로 그 피해가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의총은 "만약 이 정책이 시행되면 의료기관들은 민간보험사와의 진료비 청구 과정에서 발생할 행정 소요와 소송 비용 등의 부담으로 환자가 원하는 만큼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보험 계약자인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며 "환자들은 본인들이 보험사에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므로 (실손보험 관련 문제를)의료기관에 항의하게 되고, 이는 결국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관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고 우려했다. 결국 이런 정책이 추진되는 것은 의료비 통제를 위한 것이고, 보험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의총은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면서 실손 보험사 배불리기에만 악용될 실손 보험 청구업무 대행 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면 전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형병원들도 실손보험금 청구가 병의원 청구 방식으로 전환되면 무자비한 삭감과 업무 부담 가중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당장 청구업무를 대행하면 업무가 그만큼 늘어나는데 지금의 인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 환자 입장에서 볼 때도 의료기관에서 청구하면 그만큼 삭감될 소지가 많아진다. 아무래도 방어청구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위의 계획은 철저하게 실손보험사들의 이익만을 위한 정책이다. 의료기관도 환자도 모두 부담이고 손해인 정책을 왜 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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