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시범사업 평가결과 살펴본 의료전문가들, 연구방법·분석상 많은 문제점 제기…“단기간 수치 놓고 효과 판단하는 건 위험”

▲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가진 도서벽지 주민을 대상으로 원격진료 및 원격모니터링 서비스 제공 모형도. 이미지 출처: 보건복지부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2차 시범사업의 평가를 통해 원격의료의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됐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의료전문가들은 평가결과를 놓고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2차 시범사업 평가결과만 놓고 볼 때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의 임상적 유효성이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평가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요인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평가 기간이 너무 짧아 임상적 유효성을 판단하기에 무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기자는 지난 26일 복지부가 사전에 배포한 '원격의료 2차 시범사업 평가결과' 관련 보도자료를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물었다.

전문가들은 시험군과 대조군의 비교연구에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요인이 개입했을 가능성과 평가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 그리고 원격모니터링을 통한 지속적인 상담이 과연 원격의료 자체의 임상적 유효성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와 의문을 표했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대중 교수는 복지부가 제시한 평가결과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의 임상적 유효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복지부가 제시한 평가결과 자료에)여러 가지 연구와 개념이 혼재되어 있다"며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은 환자에게 자주 면담을 해 줄 수록 조절에 도움이 된다. 그 방법이 원격으로 화상진료를 하건 대면진료를 하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가톨릭 산학협력단의 연구에는 '원격모니터링의 효과'라고 되어 있는데 IT를 기반으로 환자가 혈당 측정 정보를 계속 서버에 올려주고, 그에 다른 목표 혈당과 상황을 파악해 의사가 피드백을 계속 주는 방식"이라며 "환자가 이런 서비스에 열심히 참여하면 혈당이 더 잘 조절될거고 만족도가 올라간다. 이건 원격진료와는 무관하고, 원격모니터링 서비스·피드백의 효과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일부 대학병원에서 비슷한 원격의료 서비스 모델을 제공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를 원격의료 서비스의 임상적 유효성으로 연결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김 교수는 "원격의료 관련 메타분석에서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하는 것 당연한 이야기"라며 "다른 대학병원에서 비슷한 연구를 했는데 대부분 자주 환자에게 잘 관리하고 있는지 혈당은 잘 측정해보고 있는지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다. 그렇게 자꾸 피드백을 주고 물어봐주면 환자의 혈당조절 등이 잘 이뤄질 수밖에 없다. 원격진료(임상성 유효성)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3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대한 평가결과를 놓고 원격의료의 임상적 유효성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단기간 효과를 가지고 섣불리 효과 판정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고혈압과 당뇨병 같이 이미 다 평가가 끝나고 약제를 처방하고 잘 조절되는지 추적관찰을 하는 게 진료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이런 경우에 한해 얻은 결과를 가지고 전체 진료를 원격으로 해도 되는 것처럼 확대해석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내과전문의)도 원격의료 시범사업 평가기간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수치에 대해서 3개월 짧은 기간의 변화를 가지고 임상적 유효성을 판단한다는 것이 웃긴 일"이라며 "일반적으로 비슷한 임상연구를 할 때 최소한 1년 이상에서 보통 2~3년간의 장기데이터를 가지고 평가를 한다. 만성질환자의 진료 효과를 판단하는 데 3개월치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요인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윤 회장은 "아마도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참여하는 의사들은 원격의료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인식을 자신도 모르게 갖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한 인식이 환자를 진료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테고, 결국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범사업 평가결과 중에서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 혈압이 3개월 간 131.32mmHg에서 128.09mmHg로 떨어졌다는 부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원격모니터링 서비스에 참여한 고혈압 환자군의 평균 수축기 혈압이 131mmHg 수준이라면 이미 혈압조절이 잘 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는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 혈압이 131mmHg 수준이면 거의 제대로 조절되고 있는 상태로 봐야 한다"며 "그런데 원격모니터링을 시작할 때 131.32mmHg에서 3개월 후 128.09mmHg로 떨어진 게 임상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원격의료의 임상적 유효성을 판단하려면 어느 정도 중등도 고혈압 환자를 시험군으로 해 비교평가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고 반문했다.

원격의료의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한 비교연구 설계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모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H교수는 "이번 비교연구가 무작위 배정에 따른 시험군과 대조군 분류였는지 확인이 필요하고, 대조군은 어떤 표준 관리방법을 적용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복지부가 제시한 연구설계 어디에도 무작위 배정이라는 설명이 없는 것 같다"며 "특히 원격모니터링군과 원격모니터링-원격진료군의 비교는 원격의료의 임상적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적절한 설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 원격모니터링군과 원격모니터링 원격진료군(재택모니터링과 원격으로 처방전을 제공)으로 서비스 제공 모형도. 이미지 풀처: 보건복지부

원격의료의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한 메타분석 방법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H교수는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는 원격의료를수행하는 지역사회의 특성에 따라서, 그리고 개입방법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해당 결과로 임상적 효과 여부를 판정하기는 힘들다"며 "메타분석 결과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분석에 개별연구 간 이질성(heterogeneity) 지표나 수풀 도표(forest plot) 등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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