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범위를 놓고 '좌고우면' 눈치보기를 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아예 이 사안의 결정을 내리지 않고 '뭉개기 작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복지부 한의약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26일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범위와 관련해 현재 언급할 만한 내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간 합의를 추진하거나 관계 부서 협의 등의 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복지부 내부적으로도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 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야 할지 방향성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에서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정책과 이형훈 과장은 "어려운 문제다. (의협과 한의협 간)합의까지는 아니어도 논의가 원만하게 진행되기를 바랐는데, 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다"며 "소강상태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복지부가 예상한 그림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범위를 정하고, 여기에 의료일원화 논의까지 패키지로 묶어서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이뤄진 게 없는 상황이다. 

이 과장은 "지금은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긴호흡으로 해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발표를 오매불망 기다린 한의협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앞서 한의협은 지난 12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가 이달까지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부작위 위법확인소송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의협 김지호 홍보이사는 "이 문제와 관련해 복지부는 아직까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합의가 가능한 상황도 아니다"며 "복지부가 이달을 넘기면 예고대로 법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문제는 쉽게 결론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장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복지부 고위공무원 정기인사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장관이 의사 출신"이라며 "이런 정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복지부가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버틸만큼 버티다 헌재와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허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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