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기습한파로 한랭질환 사망자 10명 발생…“저소득층 난방 위한 에너지 복지정책 강화해야”

[라포르시안]  영하 10도를 밑도는 매서운 한파가 계속된 지난 한 주 동안 저체온증과 동상 등의 한랭질환 사망자가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랭질환 환자나 사망자 중에는 추위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는 적절한 난방장치를 가동할 수 없는 '에너지 빈곤층'이 적지 않다. 기습한파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추위와 무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2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530개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한파로 인한 한랭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졌던 최근 한 주 동안(1월 18~24일) 한랭질환자가 평상시 대비 약 3배가 증가했다.

한랭질환 감시체계가 가동된 작년 12월 1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총 한랭질환자 발생 수는 309명이었고, 이 중 사망자는 17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17명 중에서 10명이 이달 18일부터 24일 사이에 발생했다.

최근 한주동안 신고된 한랭질환자는 127명으로 평상시보다 3.2배 증가했다. 질환별로는 저체온증이 2.2배, 동상이 6.7배 늘었다. 

한랭질환 사망자 중에서 12명은 60대 이상 연령층이며, 성별로는 남성(12명)이 여성보다 더 많았다. 사망한 장소는 대부분 집앞, 집근처 밭, 집앞 마당 등 주거지 주변이었다.

전체 한랭질환자 가운데 사망한 17명을 제외하고 중환자실에 입원한 경우가 50명, 일반병실 입원 37명 등이었다.

지금까지 발생한 한랭질환자 중에는 한파로부터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난방장치 가동에 취약한 '에너지 빈곤층'이 적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2012년부터 시작된 한랭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 수치가 그것을 입증한다.

한랭질환 감시체계가 가동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저체온증과 동상 등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27명에 달했고, 이중 상당수는 저소득층 등의 에너지 빈곤층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4년 1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신고된 한랭질환자 가운데 무직 및 노숙인 등의 경제적 취약층이 전체의 26%를 차지했다. 특히 사망자 12명 중에서 6명(50%)은 의료급여수급권자나 노숙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이었다.

작년 12월부터 이달 24일까지 신고된 한랭질환자 중에서 66명(21.4%)은 의료급여대상자, 행려환자 등의 경제적 취약계층이었다. 저체온증과 동상 등의 한랭질환 발생장소가 '집'으로 확인된 경우도 52명에 달했다.

한파시 개인행동요령 홍보 수준에 그치는 정부 대책"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공공과 국가 역할 강화해야"

이런 통계는 추위에도 난방장치를 제대로 가동할 수 없는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난방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난방과 보온을 위한 적절한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 제한을 받는 계층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영국의 '주택난방 및 에너지절약법(Warm Homes and Conservation Act, 2000)'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에너지 빈곤 여부를 가른다.

주택난방 및 에너지절약법에 제시된 에너지 빈곤의 기준은 '거실을 21도 이상, 그 외 사용하는 방을 18도 이상 유지하기 위해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비로 사용하는 가구'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현경 부연구위원은 지난 5월 발행된 보건복지이슈포커스에 게재한 '에너지 빈곤의 실태와 정책적 함의'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경상소득의 10% 이상을 난방비와 전기요금으로 지출하는 에너지 빈곤층은 178만명 가구에 달했다. 그 비율이 20%를 넘는 가구도 61만4,000여 가구나 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노인·아동·장애인 가구의 경우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에너지빈곤으로 인한 영향을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며 "노인가구의 경우 경상소득 대비 연료비 비율이 평균보다 다소 낮게 나타나는데 이는 노인가구가 난방을하지 않은 채 전기담요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등 적정 난방을 하지 않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민간기업 후원 등에 의존해 난방용품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혹한기 독거노인 보호대책' 관련 보도자료를 보면 한파 대비할 수 있는 개인행동요령을 소개하고, 독거노인을 돌보는 생활관리사를 통해 안부와 안전을 점검하는 수준에 그쳤다.

또한 (주)락앤락의 후원을 받아 3만명의 독거노인들에게 창문을 통해 찬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계량기의 단열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포장용 에어캡을 지원했다거나 여러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28억원 상당의 방한용품·의류·식품 키트 등을 10만명의 독거노인들에게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그나마 올겨울부터 난방시설 이용이 취약한 가구를 위해 '에너지 바우처' 지원이 도입됐다.복지부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 간 에너지 취약가구(약 80여만 세대)에 최소한의 난방을 보장하기 위해 전자카드 형태의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원금액은 동절기 3개월(12~2월)간 가구당 가구원수를 고려해 1인가구의 경우 8만1,000원, 2인가구는 10만2,000원, 3인이상 가구는 11만4,000원 수준이다.에너지 빈곤층을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저소득 가구의 노후주택 개선사업 등을 적극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사연 김현경 부연구위원은 "저소득 가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소비하는 이유는 에너지성능이 떨어지는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은 까닭"이라며 "효율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저소득층의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에 관련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추위가 삶을 위협하지 못하도록'이라는 제목의 서리플 논평을 통해 "빈곤과 주거 환경, 그리고 에너지 등 추위의 위험에서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이들 요소와 주로 관계되는 것이라면, 한 마디로 개인의 범위를 훌쩍 넘는 문제"라며 "겨울철 건강 수칙이나 ‘사랑의 연탄 나눔’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빈 곳이 크다는 뜻이다. 공공과 국가의 역할이 빈 곳을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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