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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 엉터리 원격의료 목표 세워놓고 허상만 좇는 복지부[뉴스&뷰] “섬지역서 응급환자 발생시 의사-환자 원격의료는 무용지물…절실한 건 그게 아니다”

[라포르시안] "저 멀리 호주 앞바다에서 일하는 원양어선 선원, 전방 어느 철책선에서 밤새 경계 근무하는 우리의 가족과 이웃, 아프리카 어느 오지의 대한민국 봉사단원분들에게 IT 기술을 활용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여 언제나 어디서나 적절한 진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이 보건복지부가 추구하는 원격의료의 목표입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의 2016년 신년사에 담겨 있는 내용이다. 표현은 그럴듯하게 들릴지 몰라도 곰곰이 따져보면 엉터리다.

먼 바다의 원양어선이나 전방부대 군인, 아프리카 오지의 봉사단원에게 원격의료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적절한 진료'란 게 대체 뭔가 묻고 싶다.

측정된 생체신호를 전송받아 원격지 의사가 분석한 후 처방을 내리면 필요한 약은 어디서 탈 것이며, 환자가 응급상황이면 또 어떻게 할 것인지 따져보면 말이 안 된다. 

복지부가 추구한다는 원격의료의 목표는 벌써 10년도 훨씬 전부터 관련 산업계에서 제시해온 판에 박은 듯한 u-헬스케어의 이상향에 가깝다. 

당장 눈앞의 현실부터 잘 살펴봐야 한다.

복지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원격의료 3차 시범사업을 통해 적용 대상 범위를 확대하겠다겠다고 밝혔다. 특히 섬지역 등 의료취약지를 중심으로 원격의료 서비스를 확대해 공공의료를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 인천 연안부두와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그러나 최근 기자가 인천의료원 백령병원을 방문해 살펴본 결과, 도서벽지 주민의 의료접근성 향상을 위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활성화는 허구에 가까웠다.

백령도에서 가장 필요한 건 응급환자 발생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고, 그게 여의치 않다면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후송할 수 있는 긴급 이송체계이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백령도 앞바다에는 해무가 짙게 끼었다. 이 때문에 백령도 주민 중 패혈증 진단을 받은 응급환자가 발생했지만 해무로 인해 배는 물론 응급헬기마저 뜰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가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다.

백령병원에서 수술을 할 수 외과의사와 응급환자 긴급 이송체계 확충이 절실하다. 

인천의료원 백령병원은 지난 2014년 2월 새 건물을 지어서 이전하면서 수술실도 갖췄다. 하지만 외과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2년 가까이 간단한 응급처치 외에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모두 인천의 병원으로 내보내고 있다.

그나마 백령병원에 엑스레이와 CT장비가 도입되면서 사정이 좀 나아졌다.

인하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인천의료원 등과 원격협진시스템을 구축해 응급환자 발생시 CT(컴퓨터단층촬영 영상) 등의 의료영상 정보를 공유하고, 전문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응급후송 조치를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백령병원은 지금까지 20여 건의 원격협진을 실시했다.

백령병원의 이두익 병원장(전 인하대 의료원장)은 "작년부터 인하대병원, 인천의료원 등과 원격협진을 통해 응급환자 발생시 엑스레이, CT 등의 진단영상을 보면서 협진을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서 보다 신속하게 진단을 하고, 응급후송 조치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백령병원에 도입된 원격협진장비.  라포르시안 사진DB

하지만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스템의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은 둘째치고 도서벽지 지역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인천의료원 조승연 원장은 "도서벽지 지역의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응급의료나 분만의료 등의 필수의료 서비스가 더 절실하다"며 "그러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응급환자 발생시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그보다는 도서벽지에 위치한 병원에서도 간단한 응급수술 정도라도 할 수 있게끔 의료인력과 시설을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또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긴급 이송체계를 확충하는 것이 의료취약지 주민들에겐 훨씬 더 현실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응급환자가 아니라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를 위해서라면 굳이 섬지역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고혈압·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 중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혈압과 혈당 등을 자가 측정해 주기적으로 의료기관에 전송하고, 의사가 이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면서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 상담을 하는 방식이다.

섬 지역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했던 한 의사는 "복지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를 위해서라면 굳이 원격의료가 아니라 전화상담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섬지역 보건소나 보건지소에 공보의가 근무하고 있지만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생겼을 때 육지의 병원으로 신속하게 환자를 후송할 수 있는 응급환자 이송체계가 정말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먼 바다의 원양어선 선원과 아프리카 오지의 봉사단원을 위한 원격의료에 앞서 당장 우리나라 곳곳의 크고 작은 수만은 섬지역에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더 급선무다.

시민사회단체는 "의료취약지와 도서벽지에 필요한 것은 응급 상황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응급의료 시설과 인력"이라며 "정부는 원격의료를 통해 기업에 퍼 줄 돈으로 군부대와 의료취약지에 공공의료를 확충해 국민들을 보호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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