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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보험료는 8천원, 노숙자 보험료는 3만6천원…황당한 건보료 부과체계불합리한 부과체계 탓 황당한 사례 넘쳐…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선안 마련해야
정진엽 보건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후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2016 업무보고' 사전 설명회를 가졌다.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라포르시안] 정부는 작년 1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려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돌연 부과체계 개편 방안 발표를 중단했다.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금년 중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지역가입자의 건보료가 줄어드는 것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추가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의 부담이 늘어나면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 마련한 개선안의 핵심은 월급 외에 금융·사업소득 등이 2천만원이 넘는 26만명의 직장가입자와 무임승차했던 19만명의 고소득 피보험자 등 45만명에 대해 추가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지역가입 770만 세대 중 602만 서민세대의 보험료를 부담수준에 맞게 낮추는 것이 골자였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부과체계 개편으로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일부 고소득 직장인과 고소득 피부양자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부과체계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당정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건보공단 고객센터로 연간 수천만건 보험료 민원 접수  건강보험공단에는 보험료 부과를 둘러싼 민원이 폭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공공기관 중에서 건보공단 고객센터의 조직 크기나 민원처리 건수는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최대 규모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접수된 전화민원의 총 발생 건수는 5,500만 건으로, 이 중에서 전국 7개 고객센터가 3,600만건을 처리했다.

전화 외에도 방문, 팩스 민원 등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공단에 제기되는 민원은 이보다 훨씬 많다.

건보공단에 접수되는 민원 중 절반 이상은 건강보험료 부과에 관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 건강보험공단 보도자료 갈무리.

앞서 건보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민원업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한해 동안 발생한 건강보험 관련 민원은 7759만9,000건에 달했고, 그 중에서 자격, 부과, 징수 등 보험료 관련 민원이 82%를 차지했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민원이 접수되는 이유는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가 너무 복잡하고 불합리한 탓이다. 단일보험자 체계에서 다원화된 보험료 부과기준을 적용하다보니 형평성과 공정성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는 크게 4원화 되어 있고, 자격에 따라 7가지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같은 부과체계의 다원화로 인해 퇴직 이후에 보험료가 상승하거나,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기 위해 피부양자로 무임승차하려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 회장님은 건강보험료를 8천원 낸다고요?”건보공단 역시 보험료 부과와 관련한 민원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사정은 공단이 발간한 '건강보험료 부과 관련 전국지사 유형별 민원 표본사례 모음집'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모음집에는 퇴직이나 실직 후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보험료가 더 상승하거나 현행 피부양자 제도의 모순, 지역가입자에 대한 불합리한 보험료 산정기준에 따른 문제, 부과체계 다원화에 따른 보험료 불형평성 등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민원 사례가 들어 있다.

실제 사례를 보면 20여년간 대기업에 근무하다 2013년 4월 회사 사정으로 원치 않는 퇴직을 하게 된 진모씨는 지역보험으로 편입된 이후 보험료가 더 올랐다며 이에 따른 민원을 제기했다.

진씨는 직장에 근무할 때 보험료를 21만원 정도 납부했고 퇴직 후에는 지역보험료로 20만2,260원이 부과돼 직장보험료보다는 그나마 적어 임의계속가입자로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서울소재 아파트 한 채와 시골 주택의 재산과표 상승으로 보험료가 23만5,120원으로 올랐다.

그는 "1억원을 대출받아 산 아파트 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실업자라 대출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현실에서 재산과표 상승으로 직장 다니던 때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라니, 도대체 나라의 복지행정 시스템이 엉망"이라며 "현실을 도외시한 이런 보험료 부과기준이 말이 되느냐"고 공단 지사를 방문을 불만을 토로했다.

고령의 노숙자에게 보험료가 부과되는 사례도 있었다.

충주에 거주하는 최모(1930년생, 84세)씨는 자녀도 없고 이혼 후 혼자 살고 있으며, 지역가입자로 월 3만6,150원의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었다. 부과내역은 폐허가 된 상가건물, 부모 산소가 있는 토지 및 생활수준점수 등이다.

그가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상가와 토지 때문에 인정이 안 되고 있으며, 소득도 전혀 없고 거주할 집조차 없어 노숙자로 지내면서 노인복지회관 등에서 제공하는 무료급식으로 어렵게 생활하며, 또한 재산은 세금 체납으로 압류와 경매가 진행돼 재산권을 행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매월 3만6,150원씩 부과되는 건강보험료를 계속 체납하게 되었고, 2013년부터 11개월 45만원이 체납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는 공단 지사에 찾아와 “당신들은 3만6,150원이아무것도 아닌 돈일지 몰라도 소득이 전혀 없는 나는 며칠 살 수 있는 돈이다"고 항의하며 강력히 민원을 제기했다.

피부양자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고액의 재산이나 소득이 있으면서도 피부양자로 등록해 무임승차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단의 민원 사례를 보면 수원에 거주하는 강모씨(57)는 2013년 4월 직장을 퇴직한 후 다른 직장에 근무하는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등재하려 했으나 본인의 재산과표가 9억원을 초과해 피부양자로 등재하지 못하고 지역가입자로 남게 됐다. 이후 고액의 재산과표로 인해 매월 20여 만원이 넘는 지역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자 건강보험제도에 대해 불만을 갖고 14개월분 345만원의 보험료를 체납했다.

체납보험료가 누적되자 공단에서 '재산압류예정통보서'를 발송했고, 이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가 공단 지사를 방문해 '소득이 없는데재산이 있다고 공단 마음대로 보험료를 부과하고 재산압류까지 하려하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그런데 민원 상담 중 재산과표가 9억 원을 넘지 않으면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등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알고 자녀에게 일부재산을 증여해 재산과표를 8억7,000만원으로 줄인 다음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등재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됐다. 더 황당한 사례도 있다. 충주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조모씨(61)의 경우 서울에 9층짜리 빌딩(과표 53억, 자녀에게 증여)과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 빌당은 자녀에게 증여했다.

그런데 조씨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월보수 10만원을 신고해 보험료 8,380원만 납부하고 있다. 또한 자녀에게 증여한 빌딩의 근로자로 취업한 것으로 신고돼 보수월액 110만원을 신고해 매월 3만2,940원을 납부했다. 공단에서 “조 대표이사가 보험료를 8,380원 납부하고 있는데 보수가 10만원이 맞느냐”고 묻자 “실제 보수를 10만원 수령하고 있고 자녀 사업장의 근로자로 11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며 되레 큰소리를 치는 상황이다.

지금의 부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고, 궁긍적으로 건강보험의 재정난을 심화시켜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중심으로 단일화 할 경우 공단 고객센터로 쏟아지는 연간 수천만 건의 민원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민원처리에 투입됐던 행정인력을 보험자의 고유업무 쪽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

공단 내부에서도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 발표를 중단한 것에 대한 불만이 상항히 높은 편이다.

건보공단 노조는 "2014년에는 보험료 관련 민원이 4천만 건을 넘었다. 고소득 부자는 무임승차를 보장해 주고 서민의 고혈을 빠는 부과체계에서 민원은 이미 성난 민심이 된지 오래"라며 "기획단이 마련한 부과체계 개선안을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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