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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소리] 라틴아메리카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라틴아메리카 문제와 전망 / 잰 니퍼스 블랙 엮음 / 중남미지역원번역팀 옮김 / 이담북스 펴냄, 2012년

[라포르시안]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남미여행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미에 대한 공부도 진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멀리 있는 탓인지 관련 자료가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행히 북소리에서도 한번 소개드린 것처럼 부산외대의 중남미지역원에서 내놓은 자료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북소리에서 다룬 <라틴 아메리카의 어제와 오늘>에서는 제목 그대로 지리, 자연, 사람 그리고 그 역사 등 라틴 아메리카에 관한 사항을 전반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역사에 관한 내용으로는 라틴 아메리카 고대문명의 기원과 시대구분에 이어 마야문명과 아즈텍문명으로 대표되는 메소아메리카의 문명과 잉카문명으로 대표되는 안데스문명을 각각 정리하였습니다. 또한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유럽제국들의 정복에 따른 식민지배 시기와 식민통치로부터 독립을 쟁취하여 근대국가를 형성하기까지를 정리하였습니다. 이어서 식민통치의 잔재로 인한 인종문제, 빈곤과 불평등, 종교와 언어, 도시화와 이주문제, 정치적 전통과 경제의 변천과정 등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 문제와 전망>은 이 지역의 현대사를 중심으로 라틴아메리카의 문제를 전망한 것입니다. 몬테레이국제대학원에서 국제정책학을 담당하는 잰 니퍼스 블랙교수가 편집 책임을 맡고 무려 35명의 필자가 참여하였고, 11명의 중남미전문가들의 번역으로 완성된 888쪽에 달하는 대작입니다. 이 책은 1984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제5판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수정과 증보작업이 이어져왔다고 했습니다. 특히 번역의 저본이 된 제5판에서는 마약과 외채의 충격적인 결과와 이를 빌미로 삼은 (미국의)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걸친 내정간섭을 포함하였을 뿐 아니라 세기의 전환기에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동향들, 예를 들면 수출부문의 역점화, 민영화의 압력, 사회복지프로그램의 예산 축소, 경제성장의 질주, 지속적인 소득격차 증가, 생태우수지역들에 대한 새로운 위협 등에 대하여도 고찰하였습니다. 그리고 경제위기와 극심한 박탈감이 촉매가 되어 일어난 새로운 포퓰리즘 정당들과 사회운동세력의 급성장에 대하여도 다루고 있어서, 최근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현상과 비교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남미와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편집책임을 맡은 블랙 교수가 서론에서 밝힌 것처럼 이 지역은 유럽 식민주의의 영향을 받은 제3세계의 선두주자로서 다양한 부문에서 첫 번째라는 독특한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유럽식민주의에 철저하게 종속된 제3세계의 첫 번째 지역으로, 처음 그 종속을 떨쳐버리고 공화정을 채택하였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대중의 참여를 현실의 장으로 끌어들인 첫 번째 지역이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국민경제주권의 토대를 처음 만들었지만 군부독재에 말살되었고, 자유무역을 위한 개방을 강요당하였으며 경제적 붕괴를 처음으로 경험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1990년대 들어 민주화운동이 다시 점화되면서 제한적 형태의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경제여건도 개선되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물가는 오르고 임금은 감소하면서 소득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불만이 분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에 따라서 새로운 유형의 사회운동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라틴아메리카 사회의 발전이 더디고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1. 이베리아반도 사람들과 그들이 가져왔던  제도, 태도 그리고 문화적 특질, 2. 라틴 아메리카 사람 자신들, 즉 엘리트층의 탐욕, 중산층의 기업가 정신의 결여, 그리고 일반대중의 수동성, 3. 미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자본주의 체계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남미의 성공과 실패를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을 인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남미와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라든가, 국제적 상황이 남미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전체 내용은 모두 9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 5부까지는 총론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제1부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의 지역에 따른 지형적 특성과 이곳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정리하고, 최근 들어 일고 있는 환경의 보존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동태에 관하여 놀라운 사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진출할 무렵 약 8천만 명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신종 전염병의 유입과 정복전쟁 그리고 생태계의 변화로 인하여 130년 동안 무려 95%의 인구가 감소하였다고 하며, 카리브해 유역의 경우 50년 만에 원주민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식민당국은 원주민 노동력이 고갈되자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들여왔고, 원주민과 아프리카 노예 그리고 유럽 사람들 간에 인종적 혼합은 원주민 소멸을 가속화하였던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20세기 들어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원주민을 말살시키려는 집단학살 정책이 시행되었다는 것입니다.

제2부에서는 식민시대와 독립 이후의 라틴아메리카 사회를 요약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라틴 아메리카의 어제와 오늘>에서 개괄한 바 있습니다. 간략하게 요약한다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라틴 아메리카를 식민화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진 양상으로 신속한 탐사와 정착, 신속한 통치체계의 수립, 원주민의 노동력 착취, 흑인노예의 수입과 기독교 보급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식민시대의 라틴 아메리카는 유럽사회가 필요로 하는 농산품을 생산하는 기지였으며 동시에 공산품을 소비하는 시장에 불과하였습니다. 유럽사회에서 발전된 기술의 전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독립 후에도 경제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으나, 이를 개선시키려는 뚜렷한 노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3부에서부터 제5부까지는 독립 이후의 라틴 아메리카 사회의 경제, 사회, 정치 그리고 대외관계의 변화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개별 저자들이 나누어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만, 이들 이슈는 서로 긴밀하게 연관을 맺고 있기도 합니다. 독립 이후에도 식민시대의 지배계층이 부를 독점하였기 때문에 계층 간의 갈등이 증폭되었으며, 쌓여가는 사회적 불만은 결국 민중의 저항운동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득권을 쥐고 있는 지배계급과 군부는 민중의 저항을 무차별적으로 탄압하여 권리를 지키려 하였고, 민중 역시 무장을 하고 대항하는 내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수집단에 대항하는 세력들은 사회주의 이념을 토대로 힘을 모았는데, 라틴 아메리카에 가까운 미국으로서는 턱밑에서 소련과 친밀한 정치세력이 자리 잡는 것을 묵과할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라틴 아메리카 지역 국가들의 권력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깊숙하게 개입하였던 것입니다. 1954년 과테말라의 민선정부에 미국 CIA가 개입하여 전복시킨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1959년 피델 카스트로에 의하여 쿠바에서 공산혁명이 성공하면서 도미노 효과를 우려한 미국으로서는 쿠바혁명이 라틴 아메리카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데 전력을 다하였습니다. 케네디 대통령 시절 만해도 공산혁명이 경제적, 사회적 궁핍으로 야기된 것이라고 인식하여 민주정권을 지지했는데, 케네디 사후 들어선 존슨 행정부에서는 강경노선을 채택하면서 라틴 아메리카의 민주화 일정이 늦춰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 쿠바 혁명 당시 피델 카스트로(좌)와 체 게바라(중앙)

그리고 중앙아메리카와 북부 아메리카 지역에서 대단위로 재배되는 마약은 미국 정부의 골칫거리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마약이 최종 소비처인 미국 내로 밀반입되고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하여 골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로서는 마약의 유통을 단속하는 것보다는 재배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 더 수월하기 때문에 관련 국가와 협력을 긴밀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20세기 들어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민선 정부가 들어설 수 있었지만, 여전히 군부가 힘을 장악하고 있는데다가 민선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큰 민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국내외 여건을 조성하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민선정부가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하거나 혁명으로 무너지는 악순환이 거듭되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산업구조가 취약하였기 때문에 구조적 빈곤을 해결하기에 벅찼을 뿐 아니라 국제적인 경제동향도 순탄하지 않았던 것도 큰 요인이었습니다.

21세기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서는 1970년대와 비교하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하여 민선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덜 억압적이고 고문, 실종, 테러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를 혼란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은 남아 있다고 합니다. 권위주의적이고 과두제 정치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어 권력이 일부 세력에 집중되고 있으며, 차별과 직권남용도 여전하며, 부패는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엘리트층을 기반으로 하는 제한적 민주주의는 매우 배타적이어서 민중의 분노와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민주화로 가는 과도기라고 평가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한적인 민주주의로는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사회를 정착시킬 수 없다는 논리를 앞세운 신보수주의가 다시 힘을 얻고 있는 형편입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관계는 대립과 협력이 묘한 균형을 이루어 왔습니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이 침략해올 때만 하더라도 광활한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는 국경의 개념이 없었을 것입니다. 19세기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얻어낼 때만해도 멕시코는 중미를  아울러 이뚜르비데가 다스리는 제국의 형태를 취하였던 것인데, 곧 실각하고 중미지역도 분할되어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그리고 코스타리카 등으로 각각 분리되었습니다. 남미 국가들 역시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분리독립 이후 지역적으로는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1864년 아르헨티나, 우르과이, 브라질과 파라과이 사이에 유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 1879년 칠레와 볼리비아 사이에도 광물자원을 둘러싸고 전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1932년에는 볼리비아와 파라과이, 페루와 콜롬비아, 1941년에는 페루와 에콰도르 사이에서 전쟁이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라틴아메리카는 뚜렷한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나서서 라틴 아메리카의 국가들을 조직화하려고 했지만, 아르헨티나는 추축국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고 브라질의 경우는 이탈리아에 군대를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반면 멕시코는 태평양에서 추축국을 상대로 전쟁을 수행하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공산주의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협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였고, 반면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관심은 지역 내 경제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에 있었습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잰 니페스는 양자 사이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미국이 자신감이 있을 때는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으며 미국이 불안을 느끼거나 세계 최강이라는 오만을 가졌을 때는 시달림을 당했다.(836쪽)”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 사이에는 변화에 대한 갈망을 공유하고 있다고 정리합니다.

그것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산업구조에 변화가 일어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20세기 말에는 공공자산과 서비스 분야에서 괄목할 정도로 민영화되고 경제성장이 재개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20세기의 후반을 지나면서 겪었던 정치적, 경제적 손실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이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다자간의 협력을 통하여 정치적, 경제적 선택을 확대할 수 있게 된 것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양기화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신경병리학을 공부해 밑천을 삼았는데, 팔자가 드센 탓인지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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