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위헌 결정…의협 등 의료광고심의위 운영에 영향

[라포르시안]  헌법재판소가 의료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를 규정한 의료법 관련 규정이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게다가 의사협회 등의 민간심의기구가 보건복지부장관의 위탁을 받아 심의를 맡더라도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헌법이 금지하는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려 각 의료인 단체에서 운영하는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9호와 제89조 관련 내용을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앞서 의사 안모씨 등은 '최신 요실금 수술법, IOT, 간편시술, 비용저렴, 부작용無'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보건복지부장관의 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했다는 혐의로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들은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재판을 받던 중 의료법 제56조 제1항 및 제2항 제9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다.

그러나 위헌심판제청 신청이 기각되자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이후 의료법 제56조 제4항 제2호, 제5항, 제57조, 제89조를 심판대상으로 추가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판결 요지에서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 표현에 대해서는 사전검열이 예외 없이 금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이 사건의 의료광고는 상업광고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헌법 제21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 됨은 물론이고 헌법 제21조 제2항도 당연히 적용되어 이에 대한 사전검열도 금지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헌법상 검열금지원칙은 검열이 행정권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에 한하지만 이 사건 의료광고의 사전심의는 그 심의주체인 보건복지부장관이 행하지 않고 그로부터 위탁을 받은 각 의사협회가 행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광고의 심의기관이 행정기관인가 여부는 기관의 형식에 의하기보다는 그 실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며 "민간심의기구가 심의를 담당하는 경우에도 행정권의 개입 때문에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헌법이 금지하는 행정기관에 의한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료법상 복지부장관은 의료인 단체에 대해 재정지원을 할 수 있고, 심의기준과 절차 등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행정권은 이를 통해 사전심의절차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따라서 이 사건 의료광고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므로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상업광고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의료광고에도 사전검열 금지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의사협회와 같은 민간심의기구가 사전심의를 담당하는 경우에도 행정권의 개입 때문에 그 사전심의에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행정기관의 사전검열에 해당함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용호 재판관은 "의료는 국민 건강에 직결되므로 의료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료광고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며 "의료광고는 영리 목적의 상업광고로서 사상이나 지식에 관한 정치적·시민적 표현행위 등과 관련이 적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조 재판관은 "의료광고와 같이 규제의 필요성이 큰 표현에 대해 입법자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보건·건강권 모두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사전심의절차를 법률로 규정했다면 이에 대해서는 사전검열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의료광고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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