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시행 앞두고 하위법령 제정 추진…위반시 제재 수단 없고, 국가 역할도 너무 미미해

[라포르시안] 내년 7월 말 시행을 앞두고 있는 '환자안전법'이 당초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가 생기고 있다.

의료기관에 포괄적인 환자 안전체계 구축을 의무화 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국가의 책임이나 관련 규정 위반에 따른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들은 환자안전 전담인력 운영을 놓고 벌써부터 인건비 부담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환자안전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환자안전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후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7월 2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관련 기사: “환자안전법 국회 통과…더는 종현이 같은 아픔 없기를”>

이날 공청회에서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김대욱 사무관<사진>은 환자안전법 하위법령(안)을 소개했다.

하위법령안에 따르면 환자안전사고의 개념을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 과정 중 발생한 사망과 장애(장애인복지법 제2조), 장해(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그 밖에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거나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상이나 질병'으로 구체화했다.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위해'는 환자안전사고 개념에서 제외했다.  

환자안전사고 발생 보고자도 '보건의료인이나 환자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람'에서 '보건의료기관의 장과 전담인력·보건의료인·환자 또는 보호자·그 밖에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사람'으로 구체화했다.

환자안전사고를 발생시킨 자가 보고한 경우 보건의료관계법령에 따른 행정처분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조항도 덧붙였다. 환자안전사고 보고는 사고 발생일시와 장소·사고의 종류·발생 경위·피해 상황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서면과 우편·팩스·인터넷 등을 활용해 보고하도록 했다.

환자안전 교육과 관련한 규정도 마련했다. 환자안전 전담인력 신규교육은 배치 6개월 이내에, 보수교육은 신규교육 이수 후 연 1회 실시하도록 했다. 교육은 의료인단체 등에 위탁할 수 있다는 단서를 뒀다.

환자안전사고의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계획 수립과 시행을 위해 병원에 두어야 하는 환자안전위원회 설치 기준과 전담인력 규모도 정했다.

종합병원 이상이거나 200병상 이상 병원으로 중환자실 또는 응급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 등 447개소가 환자안전위원회 설치 대상이다. 이들 병원은 위원장 1명, 외부인사 1명을 포함해 5명 이상 10명 이내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병원과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은 1명 이상,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2명 이상의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두도록 했다. 

전담인력은 의사의 경우 '면허 취득 후 7년 이상 또는 전문의 자격 취득 후 2년 이상' 보건의료기관 근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 간호사는 면허 취득 후 10년 이상 보건의료기관에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병원은 인건비 걱정…복지부는 뒤로 빠지고 환자안전사고 문제 개선에 국가 역할과 책임 너무 취약해 병원계는 환자안전법 하위법령(안) 중 전담인력 운영 규정을 놓고 볼멘소리를 냈다. 추가로 인건비가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협회 이왕준 정책이사는 "환자안전은 매우 중요한 분야지만 법이 시행되고 환자안전 문화가 정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정부는 의료기관이 자발적이고 실질적으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인력과 시설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현재 대형병원은 몰라도 중소병원 대부분이 하위법령에서 정한 기준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전담인력의 자격도 너무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앓는 소리를 냈다. 

환자안전 전담인력 교육과 관련해서는 "법정기관과 학회가 연계해 공동의 교육기관을 만들고 병원협회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환자안전법이 실효성을 내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 김종규 이사는 "환자안전법이 잘 시행되려면 강한 제재가 있던가 당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부족해서 과연 잘 시행될 수 있을지, 이름뿐인 법으로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환자안전법에 환자안전사고 보고 의무, 전담인력 배치의무 등을 어기거나 이행하지 않은 기관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벌칙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자율보고가 된 환자안전 정보를 공개하는 등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거나 직무 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보건의료기관의 장이 환자안전사고 보고자에게 불리한 조처를 한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유일한 벌칙조항이다.

김 이사는 "이 법에서는 병원과 의사, 간호사 부분만 논의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의약품 처방이나 조제, 투약 관리도 중요하다. 처방과 조제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 남궁형욱 팀장은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상당수가 오류 조제단계에서 발생한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해 국가환자안전관리위원회와 병원환자안전관리위원회에 약사가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환자안전사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하위법령을 보면 환자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병원에 대해 국가가 지원하거나 하는 규정은 전혀 없다. 심지어 환자안전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가환자안전관리위원회도 연 1회 소집에 그치는 등 있으나 마나 한 기구처럼 취급하고 있다.

복지부 주무부서도 의지가 부족해 보였다.

의료기관정책과 정영훈 과장은 "지금은 걸음마 단계인데, 과연 이상과 현실 사이에 어느 정도에서 접점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이라면서 "기본적으로 안전사고 보고가 제대로 안 돼 우리가 원하는 자료가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우려된다"고 말했다.

관련 예산 확보도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과장은 "게다가 환자안전종합계획 수립에 따라 예산이 필요한데 예산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도 미지수"라면서 "복지부는 전담팀을 꾸려 법안의 연착륙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단기간에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고 자신없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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