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법 개정안 등 7건 대표발의…‘안철수의 약속’ 지키기에 미미한 의정활동

▲ 지난 12월 13일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는 안철수 의원

[라포르시안] 안철수 의원이 다시 무소속으로 돌아갔다. 지난 13일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면서 그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안 의원은 2013년 치러진 4.24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안 의원은 상임위원회로 보건복지위원회를 선택했다. 그가 의사 출신이란 점에서 복지위에서 어떤 입법 활동을 펼지 관심이 모아졌다.

안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안철수의 약속'이란 공약집 책자를 통해 주요 보건의료정책의 기조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공의료 강화 ▲의료의 지역격차 해소 등을 제시했다.

보장성 강화를 위해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된 비급여 항목(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치료재료 등)을 단계적으로 급여로 전환하고, 2015년부터 간병비의 급여 항목 전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 인하 등을 제시했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낙후된 지역의 공공거점병원 및 선정된 비영리 민간거점병원에 대한 신증축과 개보수 및 의료장비를 지원하고, 지역거점병원을 지정해 이들 병원의 중증질환자 진료비에 대해서는 수가 가산율을 적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한국의 현실에 맞는 전 국민 주치의제를 도입하고, '일차의료특별법'을 제정해 바람직한 일차의료모형 및 인센티브제를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내용도 담았다.

4.24 재보궐선거에서는 지역내 장애인을 위한 의료 재활시설 확대, 노인들을 위한 치매병동과 노인병원 등의 인프라 확충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건보법 개정안 등 7건 대표발의...입법활동 성과는 미미  

2013년 5월 복지위로 배정된 이후 최근까지 2년 7개월의 상임위 활동을 통해 이런 공약을 얼마나 실천하고자 했을까.

복지위에 따르면 안 의원이 지금까지 대표발의한 법안은 총 7건이다.

대표발의 법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 및 권리옹호에 관한 법률안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담배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

이 중에서 '건보법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종합계획 및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 및 평가하고, 연도별 시행계획의 추진실적 등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관련된 이 개정안은 지난 5월 복지위 법안 심의 과정에서 유사·중복안과 통합을 거쳐 만든 '대안'에 일부 반영되고 폐기처리됐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안'은 부양의무자의 범위에서 직계혈족의 배우자를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년 2월 송파 세 모녀의 죽음 이후 '빈곤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 차원에서 추진한 법안으로, 국회를 통과해 올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장애인활동 지원법 개정안'은 장애인 활동지원급여의 신청자격에 관한 것으로, 현재 복지위에 계류 중이다.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 및 권리옹호법'은 일명 '도가니 사건'으로 불리는 광주 인화학원 사건과 신안군 염전노예 사건 등의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을 예방하고, 장애인의 권리옹호 및 인권침해 피해구제를 위한 절차와 내용 등을 규정한 법률이다. 이 법률안도 현재 복지위에 계류돼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건강기능식품법 개정안'은 지난 11월 대안반영으로 폐기 처리됐고,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공개와 담배에 사용되는 첨가물과 유해성분 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담배 유해성 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11월 복지위에 회부됐다.

지난 11월 안 의원이 대표발의한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 개정안'은 감염병이 확산되거나 관리대상 해외 신종감염병이 유행할 경우 해당 감염병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감염병 대책을 수립·종합 및 조정하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질병관리본부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안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을 보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장애인의 인권침해 방치와 권리옹호를 위한 관련법 개정에 비중을 두고 법개정 노력을 쏟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2년 7개월의 복지위 활동에서 공공의료 강화, 의료의 지역격차 해소 등을 위한 입법 활동이나 정치행보는 기대에 못 미쳤다.   

복지위에서 '안철수 생각' 눈 여겨 볼 대목은?

안철수 의원은 복지위 활동에서 인상적인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의사 출신으로서 전문성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오히려 중요한 보건의료 이슈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실제로 안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 하기 전 '새정치신당'(가칭) 창당을 추진하면서 접촉한 보건의료계 인사들을 보면 진보적 성향이거나 개혁적인 성향의 인물은 아니었다.

2013년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때 보여준 안 의원의 행보는 신중함을 넘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안 의원은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와 관련해 국회 차원에서 마련한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참여를 요청받았지만 거부했다.

이후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에 대해서 간간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지만 적극적인 행보는 아니었다. 

2013년 7월, 그가 진주의료원을 방문해 노조와 간담회를 갖기로 하자 당시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요구하는 주민감사청구인단' 대표를 맡고 있던 정영훈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진주의료원)해산 조례가 날치기 통과되고, 복지부 장관의 위법한 조례에 대한 재의요구를 무시한 홍 지사가 조례를 공포하던 때는 안 오시던 분이…. 변호사로 치면 상대방이 소송을 제기해 올 때부터 도움을 요청받고도 뒷짐지다가 패소 직전에야 법률상담을 해 주는 꼴"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에 대한 반대, 의료공공성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추진에 대해서는 일관된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4월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시절,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영리화 정책에 대해서는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도 공공의료의 비중이 10%도 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인데도 의료영리화를 추구한다면 국민의 부담과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의료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한국-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의 조사결과 발표를 하는 기자회견장을 직접 찾아가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안 의원이 기자회견장 출입을 거부당하면서 화제가 됐고, 이를 계기로 정부의 메르스 대책에 관해 보다 적극적인 문제 제기에도 나섰다.

다만 안 의원의 보건의료 관련 의정활동이 지속성을 갖거나 큰 틀의 정치적 함의를 가졌다기보다는 상황에 따른 즉흥적인 접근에 더 가깝지 않았나 싶다.

보건의료·복지 분야의 정치적 지향성 분명히 밝혀야

안 의원은 탈당 이후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 어떤 식이든 야권의 재편과 국내 정치판에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정치집단이든 보건의료 및 복지와 관련해 새로운 비전과 정치적 지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최근 <서리플 논평>에서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모색하는 이들을 향해 "건강과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공적 사회보장과 민간보험의 역할 분담, 보건의료 공급의 주체와 방식(예를 들어 공공병원), 보건소와 지방의료원, 국립 병원의 역할, 민간 병원이 기여할 바에 명확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리플 논평 바로가기>

또한 "보건의료 영리화, 산업화, 시장화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묻는다. 이것이 정권과 정부의 정치경제적 노선이라고 이해한다면 어느 정당도 모호한 태도를 가져서는 자격이 없다"며 "보건의료는 상품과 산업, 영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가, 아니면 기본권이자 삶의 질, 또는 복리인가"라고 물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사회 양극화와 그로 인한 불평등에 대해서 어떤 정치적 지향성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서도 물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불평등에 대한 입장이 중요하다. 다른 배분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건강의 분포도 정의의 핵심 질문이다. 소득 불평등이 더욱 깊어질 것이 뻔한데, 혁신된 정당은 성장을 위해 불평등을 감수할 것인가, 온 힘으로 저항할 것인가…. 지역 연고와 개인의 친소관계, 당선의 가능성, 이런 것 말고 당신들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만들든 뭉치든 헤어지든, 이것만은 명확히 밝혀 달라"고 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이런 질문은 작년 2월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준비할 때 던졌던 물음이기도 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수많은 '안철수와 안 철수'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보건의료와 복지에 있어서 정치인과 정치집단이 최소한의 구체적 희망이라도 보여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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