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역학조사 담당 인력 30명 채용공고…“정규직 공무원 업무보조나 맡을 수도” 지적

[라포르시안] 지난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과정에서 지적됐던 경험을 갖춘 역학조사관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정규직 역학조사관 인력채용에 나섰다.그러나 복지부가 제시한 계약조건으로 볼 때 당초 목표했던 것처럼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역학전문요원(EIS; Epidemic Intelligence Service)과 같은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복지부는 지난 9일 '역학조사 담당 전문임기제 공무원 채용시험 공고'를 내고 총 30명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채용하는 인력은 질병관리본부에 근무하며 국내외 감염병 역학조사 및 행정지원, 역학조사 계획수립 및 교육, 국내 발생 감염병 정보 수집 및 분석, 신종감염병 대비 대응계획 수립 등 업무를 담당한다.

임용예정 직급은 가급 7명, 나급 18명, 다급 5명 등이다. 

가급은 의사자격증 소지 후 보건, 의료 등 관련 분야 6년 이상 연구 또는 근무 경력자로, 내과와 예방의학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신경과 전문의 자격증 소지자는 우대한다.

가급의 연봉 하한선은 5,255만원이다.

나급은 의사자격증 소지 후 관련 분야 2년 이상 경력자나 간호사로 4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를 대상으로 한다. 전문간호사(감염관리) 자격증 소지자는 채용시 우대한다. 

나급 역학조사관의 연봉은 상한액이 6,533만원이고 하한액은 4,353만원으로 책정됐다.

모두 5명을 채용하는 다급은 학사학위를 취득한 후 4년 이상 임용예정 직무분야 경력이 있으면 응시할 수 있다. 통계학, 간호학, 생물학 및 기타 관련 계통 학문을 전공하고 보건의료분야 경력자여야 한다.

다급의 연봉은 상한액 5,340만원에서 하한액 3,792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역학조사관의 계약기간은 2년이며, 근무실적이 우수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복지부는 이달 21일까지 서류접수를 마감하고 서류전형과 면접시험을 통해 내년 1월 중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9일 채용공고를 냈는 벌써부터 문의전화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2년제 계약직 공무원 신분이고, 보수 수준도 전문의 자격증 소지자 등을 채용하기에는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문의 자원을 원하는 가급 역학조사관만 봐도 연봉이 7,000~8,000만원을 넘지는 못할 것 같다"면서 "이런 수준으로는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기가 어렵다. 단기간 경력이 필요한 사람이 들락날락 할 것 같은데, 이렇게 되면 전문성이 떨어져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이번 역학조사관 채용의 중요한 관건은 전문성 있는 의사를 확보하는 것인데 2년짜리 계약직 공무원 신분만 보장하고 있다"면서 "미국 CDC의 경우 경력을 쌓으면 디렉터(Director)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 그러나 복지부의 공고를 보면 정규직 공무원의 업무보조나 하는 역할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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