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외과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전공의 업무 줄고 환자 만족도 상승, 인건비 부담이 관건”

▲ 한 대학병원의 오전 병동 회진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라포르시안] "호스피탈리스트(입원환자 전담 전문의)를 채용하면서 전공의들의 업무량이 크게 줄었고, 수술 참여 기회도 늘었다. 또한 교수와 간호사들의 만족도 향상됐다. 처음에는 옥상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이제는 지나가는 나를 붙들고 자신의 상태를 물어오는 환자도 거의 없다. 이미 호스피탈리스트에게 충분한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이혁준 교수는 지난 5일 대한외과학회 주최로 열린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을 위한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호스피탈리스트 도입 이후 변화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운영·평가 협의체'의 협조를 얻어 외과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호스피탈리스트가 장기환자와 고위험환자를 돌보면서 전공의들이 이런 환자를 접할 기회가 줄었다. 기존 의료진에 비해 낮은 급여와 불안정한 신분, 세부전공을 살리고 싶은 욕구로 인해 이직하는 사례도 잦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이식외과에 채용된 호스피탈리스트는 2개월 만에 사표를 던졌다.

이 교수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운용에 따른 비용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인건비와 4대보험 등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외과의 입원 관련 수가가 원가의 75% 수준으로 너무 낮다. 포괄간호서비스와 같은 모델을 도입해 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펠로우나 PA(의사보조인력)로 전공의 정원감축과 수련환경 개선에 따른 업무 공백을 막을 수 없다. 결국 전문의가 입원환자 전담의로 들어와야 하는데 정부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스피탈리스트는 PA 등 불법 무면허보조인력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세대 외과 이강영 교수는 "호스피탈리스트의 활용은 PA 등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인력 공백을 메우고 있는 외과의 관행을 개선할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큰 수술은 대형병원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한 병원에서는 연간 1만 건의 수술이 진행된다고 하는데 외과 전공의는 정원의 60%도 채우지 못해 외과 전문의들은 더 힘들어졌다"면서 "그래서 업무 공백을 PA 등으로 메꿔왔는데, 이제 더는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의협 의무이사도 "외과에 PA가 돌아다니면서 중요한 일은 다 하고 전공의들은 찬밥신세가 됐다. 수술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잡일만 하니까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외과가 정공법이 아닌 임기응변식으로 인력공백을 메꿔왔기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이제는 제대로 된 접근이 필요하다. 호스피탈리스트를 새로운 직군으로 도입해야 하는 당위성도 있다"면서 "다만, 제도를 도입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라고 했다.

노성훈 외과학회 이사장(연세의대)은 "외과학회가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왜곡된 전공의 수련시스템을 정상화하고 환자 안전 문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공의는 교육생 신분임에도 환자를 진료하느라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외과 전문의의 질 관리 문제로 이어진다"며 "학회는 그간 수련기간에 의무적으로 이론교육과 술기교육을 받게 하는 등 노력해왔지만 이제는 내부적인 노력에 한계가 왔다. 환자 안전도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현재 외과의 문제는 의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사회적 관심 속에서 모두의 지혜를 모아 하나씩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호스피탈리스트는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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