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고 기가 막히다.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공단의 신임 이사장으로 김종대 씨를 임명했다고 한다. 공단의 신임 이사장에 임명된 김종대 씨가 누구인가.

그는 보건복지부 의료보험국장과 국민연금국장, 기획관리실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고, 1970년대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후 행보를 보면 현 건보공단의 이사장이 될 수 없는, 아니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란 판단이 든다. 그가 공단 이사장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한 이유로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그는 1989년 직장과 지역으로 나뉘어 있던 공단을 통합하는 ‘의료보험법’(현행 건강보험법)에 반대했던 전력이 있다.

특히 노태우 정권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하면서 여야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의료보험법에 대해 ‘통합시 직장인 의료보험이 3~4배 인상’이란 보도자료를 배포해 반대 여론을 조성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의료보험법은 논란 끝에 국회 회기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당시 국회를 통과한 의료보험법에는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계약제 전환'과 '수가조정위원회 설치' 등의 조항도 담겨 있었다. 

둘째, 그는 2000년 의약분업 도입을 앞두고 직장의료보험조합과 지역의료보험조합의 통합을 추진할 당시에도 이를 반대하다 복지부에서 직권면직(1999년) 됐다. 이후에도 줄곧 ‘국민건강보험법 폐지’와 ‘통합공단 해체’를 공공연하게 주장해왔다.  

셋째, 그는 2009년에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 등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단일 보험으로 관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에도 관여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빠르면 올 12월 중, 늦으면 내년 초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릴 경우 직장과 지역의료보험조합 통합을 기반으로 한  단일보험사업자 중심의 국민건강보험 체계 전반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질 수밖에 없다.

넷째, 공단 이사장 공모 과정에서 현직 복지부 차관의 ‘대리접수’라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특혜를 누렸다는 것이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지난 4일 "현 복지부 차관이 당시 보건의료정책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10월4일 김종대 씨의 공모서류를 복지부 공무원에게 지시해 대리 접수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손건익 복지부 차관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위에 언급한 과거 행적을 놓고 볼 때 과연 그가 건보공단의 이사장직에 적합한 인물인지 강력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김 전 실장의 이사장 임명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통합 건강보험을 신속하게 해체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그는 지난 15일 열린 취임식에서 "의료보험조직이 통합된 지는 10년이 훨씬 지났고 보험재정까지 완전 통합된 지도 8년이 넘었다"며 "사회적 혼란과 막대한 비용 초래를 생각하지 않고 제도를 어떻게 과거로 회귀시키냐“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김 이사장은 2009년에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또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체계 확립을 위한 분명한 정책 방향과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하나의 유령이 건보공단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통합공단 해체주의라는 유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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