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삼성병원, 간호사 못구해 응급실 폐쇄 직면…군청서 간호인력 파견 결정

[라포르시안]  지방 중소병원의 의료인력 구인난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의사나 간호사 인력을 구하지 못한 지방 중소병원 중에는 산부인과 등의 진료과 기능을 축소하거나 응급실을 폐쇄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분만과 응급의료를 시작으로 지역의 필수의료시스템이 무너진 지 오래됐다.

최근 경남 하동군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지역의료체계 붕괴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역 내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던 병원이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응급실을 폐쇄해야 할 상황에 처하자 지자체가 보건소 소속의 간호인력을 파견할 정도다. 

5일 경남 하동군에 따르면 이 지역의 유일한 지역응급의료기관인 하동삼성병원(구 하동병원)이 응급실 간호사 구인 문제로 지난 10월 말까지 응급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이달 1일자로 응급실을 폐쇄할 계획이었다.

하동삼성병원이 응급실을 폐쇄할 경우 하동군민은 인근의 진주나 광양·순천 등에 위치한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동군에서 광양의 응급의료기관까지는 20~30분이 소요되고, 진주는 40분이 더 걸린다.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적 특성을 감안할 때 급성심근경색증과 같은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제때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기가 곤란해진다.

하동군은 하동삼성병원의 응급실 폐쇄를 막기 위해 군 보건소 소속의 간호인력 2명을 응급실 전담간호사로 파견 발령을 냈다.

하동삼성병원 응급실로 파견된 보건소 간호사 2명은 하동병원이 간호사를 구할 때까지 최대 2개월간 응급실에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하동군보건소 관계자는 "하동삼성병원이 이전부터 간호사를 구하기 위해 구인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며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지난달에 응급실을 폐쇄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동삼성병원이 응급실을 폐쇄할 경우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제때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건소 간호사를 파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보건소 간호사를 파견해 응급실이 폐쇄되는 상황은 막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하동병원에서도 응급실에 근무할 간호사 인력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고 했지만 지원자를 찾지 못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지방 중소병원에서는 의사나 간호사 인력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심지어 진주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보수를 1.5~2배 정도 더 준다고 해도 지원자가 없을 정도"라고 상황을 전했다.

"복지부, 응급실 운영 지원 약속 해놓고 예산 없다면서…"

병원 측도 갑갑한 상황이다.

지난 몇 개월간 최소한의 인력으로 응급실을 운영해 왔지만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치달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응급실 운영에 따른 적자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하동삼성병원 이천형 병원장은 "우리 병원이 신규 간호사를 채용하지 못한 게 벌써 8년째다. 지방 중소병원에서 근무하려는 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병원장은 "게다가 관내 인구수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려면 의사와 간호사, 방사선사, 원무과, 구급차 운영인력까지 최소 8명 이상이 필요하다"며 "여기에 드는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응급실을 운영하면서 매달 2~3천만원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응급실의 경우 기존 5명의 인력 중 2명이 빠지면서 간호사 3명이 3교대로 돌아가면서 몇 개월째 계속 근무를 서고 있다.  

그는 "응급실 전담간호사를 최소한 2명은 더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보수조건을 기존보다 훨씬 높여서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동삼성병원은 응급실의 간호사 뿐만 아니라 의사 인력난도 겪고 있다.

올해 초까지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공중보건의사 한 명이 지난 4월 다른 지역으로 배치됐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실시하는 전국 응급의료기관평가에서 하동삼성병원이 3년 연속 법정기준 미충족 판정을 받으면서 일종의 패널티로 공보의 배치가 취소된 것이다.

이 병원장은 "우리 같은 지방 중소병원에서는 응급의료기관평가 기준에 따른 의사, 간호사 인력을 도저히 확충할 수가 없기 때문에 미충족 판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정은 전혀 감안하지 않고 복지부는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면서 공보의 배치를 취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전에도 응급실 운영에 따른 적자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을 자진 취소하려고 했지만 복지부에서 인건비 등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해서 계속 운영했다"며 "그런데 복지부는 한 번인가 지원하고 다음부터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지원을 끊었다"고 말했다.

하동군 뿐만 아니라 지방의 군단위 지역에서는 문을 닫는 중소병원과 응급실을 폐쇄하는 병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더는 병원이 적자를 감내하면서 지역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병원장은 "군단위 지역에서 우리 병원과 같은 처지에 몰린 곳이 숱하게 많다. 응급의료나 분만 같은 필수의료는 지역 사람들의 죽고사는 문제임에도 정부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이대로 방치하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의료취약지역의 필수의료 서비스는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식으로 공공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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