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건보공단, 재난적 의료비 지원 시스템 특허 취득''국민건강보험공단 인재개발원 지역아동과 함께하는 "별 헤는 밤" 행사 실시'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배포한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하나는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의 운영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취득했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공단 인재개발원에서 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건강보험제도를 소개하고 천체관측 행사를 열었다는 내용이다.

공단이 주최한 행사나 업무와 관련된 동정을 전하는 수준의 짧은 보도자료였다.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다른 문제가 보인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왜 하게 됐는데…

정부는 지난 2013년 8월부터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암, 희귀난치성질환, 심장·뇌혈관질환 등 중증질환자가 발생한 저소득층 가구의 과도한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본인부담금 중 일부를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이다. 연간 600억원의 예산 범위 안에서.

말 그대로 큰 병으로 인해 재난에 가까운 의료비 폭탄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계파탄을 막자는 거다.

이 지원제도는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논란이 커지자 단계적으로 보장성 확대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임시 보완장치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3년 6월 발표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을 통해 2016년까지 암, 심장·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와 관련된 모든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이면 더는 중증질환을 앓더라도 치료를 위한 재난적 의료비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올해 말까지 운영키로 한 것이다. <관련 기사: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도 미지급 사태…“병원이 부담 떠안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계획에 따라 고가항암제와 치료재료, 각종 비급여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3대 비급여 중 선택진료비 부담의 단계적 축소와 4·5인실 급여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비 부담은 높은 편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4대 중증질환에 집중되면서 다른 질환에 대한 역차별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은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당기흑자를 기록하면서 누적수지가 13조원에 달한다. 이런 추세대로 가면 내년에는 누적수지가 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09년 65.0%에서 2013년 62.0%로 계속 떨어졌다. 건보공단은 보장률 하락의 원인으로 비급여 진료비의 증가를 꼽고 있다.

그보다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재정투입과 정책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 아닐까 싶다. 건강보험 재정 누적수지가 13조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추가로 투입한 재정은 1조6,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재난적 의료비 지원 시스템’의 특허를 취득했다고 홍보하는 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마치 재난적 의료비가 발생한 근본 원인이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에 있다는 걸 모른다는 듯이.

공단은 특허 취득을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공적보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단이 개발·보유·운영하고 있는 정보시스템에 대한 특허출원을 추진해 왔다"고 강조했다.

기록적인 건강보험 재정 흑자 행진 속에서 생색내듯 한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도입한 후 그 운영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취득해 놓고 '공적보험의 안정성' 운운하고 있다.

 

공단 인재개발원, 1억 가까이 투입해 천체망원경·관측돔 설치

건보공단 인재개발원이 지역아동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제도 홍보를 위한 행사를 열었다는 건 이상할 게 없다.

다만 걸리는 대목이 있다.

지역 초등학생을 초청해서 한 프로그램 중에는 전문 해설사의 별자리 강의, 천체 관측이 들어 있다.

지난 3월 충북 제천시 청풍면 인근에 개원한 공단 인재개발원은 2년여의 공사기간 동안 총 66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서 지었다. 인재개발원은 19만8000㎡(약 6만평) 부지에 연면적 2만㎡ 규모로, 교육시설 1동과 총 147개 객실을 갖춘 3동의 숙소건물로 구성됐다. 공단은 인재개발원 건물에 천문관측시설을 설치했다.<관련 기사: 건보공단 인재개발원에 천문관측대가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

천문관측시설 설치를 위해서 지난 7~8월에 '인재개발원 천문대(원형돔) 구매' 공고를 냈다.

공단의 입찰공고서에 따르면 원형 관측돔 구매·설치 사업에는 총 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3m 크기의 원형회전 관측돔 2기를 설치한다. 천문 관측돔 설치 사업의 목적을 "인재개발원에 천문우주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체험이 가능하도록 원형회전 돔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천문대 설치를 위해서는 원형돔과 함께 천체망원경이 있어야 한다. 공단은 원형돔 설치에 앞서 천체망원경 2개를 먼저 구매한 확인됐다. 천문관측시설 설치에 1억원 가까운 비용이 투입되는 셈이다.

지난 8월 라포르시안의 취재에서 공단 인재개발원 관계자는 "1개당 2천만원씩 2개의 천체망원경은 이미 구입해 놓았다"며 "원형돔 사업 계약이 체결되면 45일 이내에 설치가 완료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의 초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천문관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연수교육생도 이용하도록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굳이 공단 인재개발원에 1억원 가까운 비용을 들여서 천문관측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공단은 '별 헤는 밤' 행사를 전하는 보도자료에서 인재개발원장의 말을 인용해 "이번 행사를 통해 지역아동들이 건강보험제도가 무엇이며 우리 생활 속에서 왜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서비스 보장, 건보공단의 역할을 홍보하고 알리는 데 필요한 건 천문관측시설이 아니라 건강보험 보장성의 강화다. 건강보험제도가 있음에도 급여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 수두룩하고, '재난적 의료비 폭탄'이 왜 발생하는지 아이들이 묻는다면 어떻게 설명할 건가.

공단 인재개발원 천문관측대에서 별들에게 물어보나….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