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준우(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의학부 총괄전무, 내과전문의)

[라포르시안]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은 언제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할까. 현재 우리나라는 CD4 양성 T-림프구가 1㎣당 350개 미만이거나 중대한 에이즈 관련, 비관련 증상이 있을 때에만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에이즈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서둘러 급여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의학계의 판단이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최근 3년간 HIV/AIDS신고 현황'에 따르면 국내 에이즈 감염환자 수는 2012년 868명에서 2013년 1013명, 2014년 1081명으로 3년간 24.5% 증가했다. 최근 들어 에이즈에 대한 개념이 만성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혁신적인 치료제의 등장으로 '걸리면 죽는 병에서 약만 잘 먹으면 수명대로 살 수 있는 병'으로 인식이 전환된 것이다. 에이즈를 만성질환으로 인식하게 한 데는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공이 컸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비리어드', '트루바다', '스트리빌드' 등 하루 한알만 복용하면 되는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했다. 스트리빌드 출시 1년도 지나지 않아 새로운 신약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반준우 의학부 총괄전무는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회사의 이익보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부터 생명을 보다 연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HIV 감염도 이제는 만성질환이란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감염시 치료는 언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나.

"아직까지 HIV 감염은 완치되지 않는 질환이므로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 초기에 개발된 HIV 치료제는 부작용이 많아 환자에게 부담이 컸다. 때문에 치료 시작 시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달랐다. 그러나 계속해서 부작용을 줄인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치료 시기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에서는 조기부터 치료제를 복용할 때 치료 이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지난 9월 세계보건기구(WHO)는 CD4 양성 T-림프구 수와 상관 없이 HIV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것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아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WHO는 HIV 연구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미국 보건부(DHHS)에 비해 상당히 보수적인 단체다. 권고안의 근거 연구는 올해 7월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에이즈학회에서 발표됐다. HIV 양성 반응을 보이며 CD4 양성 T-림프구가 1㎣당 500개 이상인 성인 무증상 감염자 4,685명을 대상으로 조기에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할 그룹(조기 치료군, 2,326명)과 CD4 양성 T-림프구가 350개/㎣로 감소, 또는 에이즈나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요하는 기타 질환이 발현될 때까지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는 그룹(지연 치료군, 2,359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비교했다. 중간 종료점에서 두 그룹의 사망률이 큰 차이를 보여 연구를 중단했다. 이에 HIV 조기 치료를 권고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 개발된 치료제는 기존 약물에서 나타났던 부작용이 상당히 개선돼 조기 치료 시 AIDS 관련, 비 관련 사망률이 모두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 HIV 감염을 확인하는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인가.

"HIV 치료 시작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의미다. 물론 현실적으로 조기 치료 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도 있다. HIV 치료제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치료제와 달리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내성이 발현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환자 본인이 약물 치료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실제로 의료진은 치료에 협조하지 않는 환자를 가장 우려한다. 따라서, 조기 치료와 함께 꾸준한 치료의 중요성에 대한 환자 교육이 필요하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에이즈는 '죽음의 병'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요즘 젊은 환자들은 HIV를 만성질환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우려가 덜한 것 같다."

▲ HIV 치료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국내 HIV 치료의 표준요법에 대해 설명해달라.

"국내에서도 HIV 치료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고 있지만 논문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표준화해 발표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시간 차이는 있지만 국내 가이드라인도 해외 여러 가이드라인(WHO 또는 DHHS 가이드라인) 등과 유사한 경향을 따른다."

▲ 가장 최근에 출시한 '스트리빌드'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된 복약순응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트리빌드의 약리적 기전과 특장점은.

"HIV 감염은 여러 가지의 약을 조합해 치료한다. 현재 정착된 표준 치료는 2가지 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 효소 억제제(NRTI) 계열의 약제를 기반요법(Backbone)으로 다른 계열의 약물인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 효소 억제제(NNRTI), 단백분해 효소 억제제(PI), 통합 효소 억제제(INSTI) 중 하나를 조합해 치료하는 것이다. '트루바다'는 백본 약물 중 하나다.  과거 DHHS의 HIV 치료 가이드라인에는 세 가지 계열 약물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으나 이번 개정안에는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 효소 억제제 계열의 약제는 우선 처방에서 제외되었고, 통합효소억제제 계열의 약제가 모두 포함됐다. 또한 단백분해효소억제제중 1개만이 1차 치료제에 포함됐다. 스트리빌드는 트루바다를 백본으로 통합효소억제제와 통합효소억제제의 효과를 높여주는 부스터 약물이 합쳐진 단일정복합제이다. 최근 개정된 가이드라인에서 통합효소억제제 계열의 약물이 모두 우선 권고되었다는 것은 부작용이나 내성 발현이 적고 약의 효능이 입증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점도 스트리빌드의 특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복약 순응도 측면에서 스트리빌드가 개선한 점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과거 HIV 환자들은 하루에 20-30가지의 약물을 복용해야 했지만, 국내에서 처음으로 단일정복합제인 스트리빌드가 출시되면서 하루 1정만 복용하면 된다. 이는 환자들의 복약순응도 향상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부작용이나 내성 문제를 개선하고 치료 효과를 좋게 만들었다. 이전 HIV 치료제의 경우 부작용이 많아 환자 스스로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스트리빌드는 기존 약물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상당히 개선하면서 복약순응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 항바이러스 치료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내성 문제다. 스트리빌드의 내성 발현율은 어느 정도인가.

"임상 연구 결과에서 스트리빌드의 내성 발현율은 1% 미만으로 굉장히 낮다. 현재 HIV는 3가지 다른 계열의 약물을 조합해 치료하고 있기 때문에 약물 자체의 내성을 우려하지는 않는다. 사실 내성은 복약 순응도와 연관되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복약순응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스트리빌드와 같은 단일정복합제가 환자의 내성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최근 스트리빌드의 적응증이 '6개월 이상 기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요법에 실패없이 바이러스 수치 억제효과를 보이며, 스트리빌드 개별 성분에 내성 관련 치환이 없는 환자'로 확대됐다. 이번 적응증 확대의 근거가 되는 연구는 무엇인가.

"스트리빌드 투여군과 단백분해효소 억제제를 6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복용 중인 환자군을 비교한 Study 115와 스트리빌드 투여군과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 억제제를 6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복용 중인 환자군을 비교한 Study 121 연구가 있다. Study 115 연구에서는 스트리빌드 환자군의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단백분해효소 억제제 환자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Study 121 연구에서는 스트리빌드 환자군의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억제제 환자군과 비교 시 비열등한 것으로 확인됐다.해당 연구들은 기존 약제로도 이미 안정적으로 치료가 잘 되고 있는 환자군과 비교한 연구이다. 이 경우 약물을 변경해서 치료 효과가 더 좋아지기는 어렵고, 오히려 이전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연구들을 통해 스트리빌드는 우월하거나 비열등한 바이러스학적 억제 효과를 입증했고, 부작용에 있어서도 더 나은 결과를 확인했다."

▲ 모든 HIV 감염 환자를 스트리빌드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인가.

"사실 HIV 감염 환자들이 해당 질환만 가지고 있어 다른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질환 치료제를 함께 복용 한다면 약물 간 상호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어떠한 약물도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현재 새로운 단일정복합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약물이 스트리빌드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스트리빌드는 4가지 성분(엘비테그라비르, 코비시스타트, 엠트리시타빈, 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푸마레이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하나가 트루바다에도 들어있는 비리어드(테노포비르)다. 효능 측면에서 테노포비르는 B형 간염이나 HIV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나, 드물게 신장 기능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현재 개발 중인 단일정복합제는 이를 개선시킨 약물이다. 스트리빌드와 같이 4가지 성분으로 조합하되, 비리어드 성분이 다른 성분으로 교체된다. 이로 인해 신장 기능 및 골밀도 개선에 유의한 효과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판매 승인을 신청한 상태이다."

▲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에이즈 치료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길리어드가 에이즈 치료제 시장에 주목한 배경은 무엇인가.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부터 생명을 보다 연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길리어드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만성질환 치료제보다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했다. 이는 HIV 뿐만 아니라 길리어드가 연구 개발하고 있는 다른 치료제에도 적용된다. 지금도 다양한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는 이달부터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전 세계는 물론 한국에서도 HIV의 치료를 위해 관련 단체 혹은 학회 등에 후원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의 전 임직원이 직접 참여해 HIV환우를 위한 후원금을 조성하는 색다른 캠페인을 기획한 것이다. 'WE CAN’T, WE CAN 길리어드 챌린지 레이스'는 45일 동안 임직원 개개인이 120.1km를 목표로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의 활동을 진행해야 한다. 총 임직원이 5,000km도달에 성공하면 1km당 2,402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모든 임직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목표 금액은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련된 후원금은 HIV 환자 중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 계층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계가 길리어드 사이언스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문화가 명확한 것 같다. 사업적 이익을 고려해 남들이 하는 사업을 따라가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정말 필요한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을 먼저 고려한다. 사업적 이익이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사명감이 훨씬 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사업 확장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현재 전세계 직원 수가 약 8,0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도 최근 몇 년 사이 C형 간염 치료제 등을 개발하면서 사업 규모가 커진 것이다. 국내 제약사는 비교적 제한이 많은 시장 상황 등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꼭 완벽한 본보기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자세가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되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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