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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정의를 찾아서: 법정에 선 고문피해자를 위한 심리사회적 지원
▲ 영화 '남영동 1985년' 중 한 장면.

[라포르시안]  2012년 개봉한 영화 '남영동 1985년'. 이 영화는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민주화 운동 시절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22일간 당했던 참혹한 고문을 재구성한 것이다.

김근태 전 상임고문은 1971년 서울대 내란음모 사건으로 수배되면서 도피생활을 시작했고 80년대와 90년대 2차례 모두 5년간 투옥되기도 했다.

당시의 고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고, 26년간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으로 고통받았다.

한국에서 70~80년대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국가폭력이 자행됐다. 김근태 전 상임고문처럼 모진 고문을 당하고 풀려난 생존자들은 오랜 기간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며 피폐한 삶을 살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으로 인권의학연구소가 펴낸 '고문피해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문생존자의 정신질환 유병률은 남자의 경우 일반인 보다 1.26배, 여자는 1.48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도 24.4%에 달했다.

고문생존자는 고문 경험을 지속적으로 재경험하거나 심리적 고통을 신체적 증상으로 지각하는 신체화 증상 등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는 것은 물론 대인관계 부적응이나 적대감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다.

고문피해자가 고문으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원래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가해자 처벌과 같은 사법적 정의 구현이 필수이다.

그러나 사법적 정의구현을 위한 법적 과정은 고문 피해자에게 또다시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서적 고통을 경험하게 만든다.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고문피해자에게 피해상황의 회상이나 재연, 또는 진술반복을 요구하면서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고문피해자를 충분히 배려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다룬 책이 나왔다.

국제고문피해자재활협회(IRCT)가 쓴 '정의를 찾아서'(In Pursuit of Justice)가 한국어판<출판사 건강미디어협동조합>으로 번역 출간됐다.

'법정에 선 고문피해자를 위한 심리사회적 지원'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고문피해자들의 경험과 그들에 대한 지원 사례를 모은 보고서와 같다.

이 책에서는 재판 중에 정신심리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고문피해자 사례를 소개한다. 

재판 과정 중 고문피해자에게 정신심리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고문피해자들이 얼마나 재판과정에 취약한지에 대해서 사법부가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짚었다.

또한 법률전문가와 의료인이 함께 고문피해자의 정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을 펴낸 IRCT는 전 세계 고문피해자의 재활을 지원하고, 고문방지와 정의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독립적인 보건 관련 국제인권단체다. 

전 세계 70여개국 이상에서 의사 등 수천명이 IRCT가 추진하는 고문피해자의 재활과 고문 방지를 위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 책의 번역은 김근태기념치유센터 '숨'에서 했다.

김근태기념치유센터 '숨'은 고문 등 국가폭력 피해자의 정신적·신체적 외상 치유와 이들의 삶을 원상으로 회복하기 위해 포괄적 지원을 제공하는 민간치유전문센터이다.

국가폭력피해자들의 치유상담 뿐만 아니라 피해자 실태와 치유에 관한 조사연구활동,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제화와 재심지원, 피해자와 유족을 위한 사회기금조성, 국제인권단체들과 협력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고문피해자들의 경험과 그들에 대한 지원 사례를 모은 보고서로, 한 개인의 삶이 국가권력의 부당한 횡포 앞에 얼마만큼 망가질 수 있는지,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보여준다"며 "불의에 맞서는 일은 언제나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그 대상이 국가권력일 때는 더 많은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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