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폭행에 따른 손상 퇴원환자 상당히 많아…“학교 폭력을 공중보건 문제로 다뤄야”

[라포르시안]  '학교 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된지 오래다.

최근 경찰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6개 경찰청의 학교폭력 검거 건수만 9,000여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전년도인 2013년(1만7385건)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학교 폭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 특성을 감안하면 실제로 발생한 건수는 이보다 훨신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학교 폭력 문제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탓에 효과적으로 예방대책을 수립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폭력은 10대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보건의료 문제로 떠올랐다.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만성질환관리과 홍성옥, 이동한)와 이화여자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박혜숙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 손상 입원환자의 역학적 특성'이라는 논문을 통해 10대 청소년의 폭행과 관련한 손상 문제를 짚었다.

이번 연구를 위해 2005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퇴원손상심층조사 자료를 활용해 주진단 또는 부진단 코드가 국제질병분류(ICD-10)의 '손상, 중독 및 외인에 의한 특정기타 결과'(S00-T98)로 확인된 13!18세 청소년 손상 입원환자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2012년 한 해 동안 전국 100병상 이상 병원에서 손상으로 퇴원한 만 13~18세 청소년은 총 6만3,227명(추정)으로 파악됐다.

이런 숫자는 전체 청소년 퇴원의 29.7%를 차지하는 비율로, 그만큼 청소년에서 폭행이나 운수사고 등으로 인한 손상 발생이 많다는 의미다. 손상으로 퇴원한 청소년을 성별로 보면 남자가 75.5%로 여자보다 훨씬 많았다.

손상 의도성에 따른 퇴원율은 인구 10만명당 비의도성이 1,389명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폭행, 의도성자해(자살) 순이었다.

주목할 대목은 남자 청소년에서 폭행이 인구 10만명당 137명으로 여자청소년(35명)에 비해 3.9배나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청소년의 폭행이 사회문제는 물론 공중보건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각인시켜 주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청년층의 중요한 보건문제로 폭행을 다루고 있다.

연구팀이 인용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 10~24세 연령층에서 폭행과 관련한 손상으로 응급실을 찾아 진료를 받은 인원은 73만8,000명에 달했다.

미국내 고등학생의 30%는 적어도 한 번의 신체적 싸움이 있었고, 의료와 작업손실로 인한비용이 연간 16억2,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계됐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청소년 폭행으로 인한 손상 발생과 그에 따른 의료손실 등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논문에 따르면 손상으로 인한 양상 가운데 남자 청소년에서는 골절이 인구 10만명당 1,052명으로 가장 많았다.다음으로 염좌(338명), 장기손상(219명), 타박상이나 표재적 손상(183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입원이 필요한 중증 이상의 손상에 관한 것으로, 100병상 이하 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와 외래환자 등 경증 손상이 포함될 경우 골절보다는 염좌·긴장, 타박상 등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퇴원환자 조사에 의한 청소년의 손상은 운수사고와 폭행이 다른 손상에 비해 높았다"며 "청소년기의 손상은 다른 질병보다도, 또한 다른 연령군 보다도 높은 질병부담을 나타내고 있다. 청소년기 사고 및 손상은오랜 기간 동안 심리적 외상, 육체적 손상, 장애 그리고 사망 등의 결과를 초래하여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최근 들어 손상 역시 개인의 생활습관 변화와 국가적 차원의 중재를 통해 예방 가능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정책 수립 필요성을 언급했다.

연구팀은 "세계 각국에서는 손상에 대한 관리 및 중재를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질병관리본부에서 운영 중인 의료기관 기반의 손상감시를 포함한 국가손상통합감시 체계 활용을 강화해 근거기반의 손상예방 안전가이드라인을 개발하는 등 다각도로 손상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건강정책은 폭력 등 범죄예방 정책과 다르지 않다"한편 국내에서는 2005년부터 보건복지부가 폭력 등으로 인한 손상환자 규모 및 발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병원기반의 손상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폭력에 따른 손상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폭력이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문제라는 인식은 여전히 낮다.

정부가 폭력 등의 문제를 범죄예방이라는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CDC는 2013년 7월 발간된 '청소년 건강 저널(journal of adolescent health)'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학교 폭력과 청소년 자살이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학교 폭력을 공중보건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서리플 논평을 통해 "경찰청 통계로는 2010년에만 1,251명이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었고 폭력 발생은 30만 건에 가깝다. 죽고 다치는 것이 이 정도면 중요한 ‘건강’ 문제가 아니고 무엇이냐"며 "건강정책이 폭력 등 범죄예방 대책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서리플 논평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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