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학력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열린 고용사회를 만들겠다'며 추진한 공공기관 고졸채용이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공공기관이 고졸인력을 저임금의 비정규직이라는 저질 일자리로 내몰면서 갖은 생색을 냈고, 고용불안과 낮은 처우를 견디지 못한 상당수 고졸채용자는 1년도 못 버티고 퇴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보건복지부 및 산하기관 고졸채용자들의 정규직·비정규직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의 고졸채용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았다.

국민연금공단은 2012년에 총 930명의 고졸자를 채용했으나 그중 892명(95.9%)이 비정규직이었다. 또 2013년에는 630명 중 577명(91.6%)이, 2014년에는 503명 중 485명(96.4%)이 비정규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 고졸채용자들은 연금공단 전국 각 지사에 배치돼 행정보조 업무를 수행하면서 130여만원의 월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금공단에 채용된 고졸인력 중 대부분은 1년도 안 돼 퇴사했다.  

김용익 의원에 따르면 연금공단의 고졸채용자 가운데 2012년에는 비정규직 892명 중 892명 전원이, 2013년에는 577명 중 576명, 2014년에는 485명 중 483명이 퇴사했다.

고졸채용자가 대부분 퇴사한 것에 대해서 연금공단은 “근무기간이 6개월~1년인 청년인턴으로 채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MB정부가 "고졸에 대한 학력 차별 등 사회적 인식 제고를 하겠다"고 추진했던 것과 전혀 다른 설명이다.

국민연금공단과 대조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고졸채용자에 대해서 '열린 고용'을 적극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고졸인력 173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 기간동안 뽑힌 고졸채용자 173명 중 퇴사한 인원은 4명뿐이었다.

김용익 의원은 "연금공단이 고졸자 채용을 올해까지 4년째 이어오면서도 계속 채용인력의 대부분을 비정규직으로만 채용한 것은 당초 고졸채용의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정부지시에 실적만 쌓으려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청년희망펀드 조성’ 사업도 구체적 목표가 없으면 실제 현장에서는 실적 쌓기에 급급한 생색내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MB정부 때 보건복지 정보의 수집·제공과 보건복지 관련 정보시스템 개발 및 운영 등 보건복지 정보화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회보장정보원(옛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도 고졸채용자를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뽑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보장정보원은 2012년에 48명의 고졸인력을 비정규직으로 뽑았고, 이중 16명이 퇴사했다.

 2013년에는 34명의 고졸 비정규직을 채용했지만 이 중 30명이 퇴사했고, 2014년에는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22명의 고졸인력 전원이 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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