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사생활, 데이비드 월시 지음, 곽윤정 옮김, 문용린 추천(시공사 펴냄)


최근 중학교에서 여학생과 선생님이 머리채를 붙잡고 싸웠다거나, 남학생이 담배를 압수한 교감선생님을 마구 폭행한 사건들이 이어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이런 상황이 체벌을 금지하는 등 학생의 개인주의적인 의식을 고양시킨 탓으로 일어났다고 보고 적절한 체벌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형편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월시교수의 <10대들의 사생활>을 소개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제 리뷰를 읽어 주시는 분들 가운데 사춘기에 있거나 앞둔 자녀를 두신 분들께서 관심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 경우처럼 이미 사춘기를 지낸 자녀들 두신 분들도 예전에 자녀들이 보였던 행동을 다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여겨서입니다.

그리고 월시교수가 사춘기 청소년들이 보여주는 예상치 못한 행동이 뇌신경계통의 성숙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적인 현상이며, 이런 현상이 아이들마다 정도와 나타나는 시기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청소년의 행동변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심리학뿐만 아니라 신경생리학 등을 포함한 신경과학의 성과가 기여한 바를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 아이들이 사춘기를 넘길 무렵에 간혹 생각지 못한 반응을 보여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지나친 감정대립으로 끌고 가지는 않았던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만, 그때는 아내나 저나 나름 속을 많이 끓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10대 청소년기에는 4 가지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첫째는 급격한 신체변화입니다. 체격이 급격하게 커지고, 변성기를 거쳐 목소리가 변하며, 모발의 변화, 여드름과 같은 피부문제, 성기나 유방의 발달과 같은 신체변화 등입니다. 둘째는 정서의 강도가 강렬해지고 감정과 기분의 기복이 심해집니다. 셋째는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 대상이 부모로부터 또래 친구들로 바뀌게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나는 누구인가?’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자신의 정체성 찾기에 눈을 뜨게 된다는 것입니다(327쪽).

저자는 10년 이상을 고등학교에 재직하면서 수만명의 청소년과 가족들을 상담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충동적인 행동, 사랑과 섹스, 술과 담배 그리고 마약 그리고 10대에서 생기는 정신질환 등의 사례들을 어떻게 접근하여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풀어낼 수 있었는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상담사례들을 읽다보면 아이들의 돌출행동에 대응하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극적인 변화로 나타날 수 있는 청소년기의 행동변화 - 예를 들면 욕설을 내뱉고, 자주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는 10대와 생활을 같이 하게 되면 아무리 온화한 성품을 가진 어른이라고 하더라도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이들 10대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10대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어른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하여, 또 10대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하여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보이는 문제행동에 관하여 적절한 사례를 인용하여 설명하고, 자신이 적용했던 대응방안을 소개하여 독자들이 나름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모가 스스로를 점검하는 체크포인트를 두고 있고, 부모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는 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학을 비롯한 생명과학을 공부한 분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제2장 ‘10대들의 뇌속탐험’입니다. 동물의 생명활동뿐 아니라 정신활동은 기본적으로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복잡하게 엮여 형성하고 있는 신경네트워크를 통해서 신경정보를 주고받음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뇌신경계가 발달하여 기능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변화는 청소년기에 이르러서야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10대 자녀들의 충동적인 행동을 다루는 일이야 말로 부모들에게는 일생의 가장 큰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분노를 폭발시키거나 거칠게 행동하는 것이 10대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특징이지만, 이것은 어른들과는 달리 청소년기에는 신경계통을 전반적으로 통제하는 전전두엽이 아직 완성되지 않아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녀들의 분노행동을 통제하는 한시적인 ‘외부의 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자녀들에게 엄격한 제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자녀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4장 ‘10대들의 뇌에 브레이크를 걸어라’에서는 10대들이 어리석고 위험한 행동을 충동적으로 하는 이유를 신경생리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적한대로 전전두엽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까닭에 뇌신경계통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이 적절하게 작용하지 않고, 이에 따라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의 호르몬이 균형을 이루지 못해서 충동적 행동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현상은 정서적인 판단을 하는데 있어 성인과 청소년이 사용하는 뇌의 영역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얼굴을 보며 감정을 읽을 때 성인들은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되는 반면, 청소년들은 공포와 분노를 관장하는 편도체가 가장 활발하게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즉 성인들은 정서를 읽기 위하여 이성을 관장하는 뇌가 활성화되지만 청소년들은 충동적인 반응을 결정하는 뇌영역을 이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잠시 생각을 되돌려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사춘기 자녀의 행동을 이해하실 수 없었던 경험은 없으신지요. 아니면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이 청소년시절에 어른들이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야속하신 적은 없으셨는지요.

성인과 청소년들이 상황을 처리하는 경로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10대 자녀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는데 써먹을 수 있는 일곱 가지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152쪽). 대표적인 기술을 하나만 소개하면, “일반화시켜 말하는 것을 피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너는 한 번도 식탁을 치우지 않는구나’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너는 오늘 저녁에 식탁 치우는 것을 잊었더구나’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지면이 제한되어 있어 일곱 가지 기술을 모두 소개해드리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까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실들, 즉 청소년기 동안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하여 많은 연구성과를 얻게 되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겠지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답을 구하는 일은 여전히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364쪽). 그 이유는 지식이 유일한 힘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청소년기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어른들이 10대를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우울증이나 분노폭발, 반항적인 태도, 정신없이 어지러운 방, 급변하는 감정 등이 그저 뇌발달로 인한 모습일 뿐 정상적이라는 것(354쪽)”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녀들의 충동적 행동이 정상적인 변화과정이기 때문에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대응방식을 바꾸되 훨씬 더 많이 자녀들의 삶에 간여해야 한다고 합니다. 역시 ‘사춘기 자녀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우리의 부모님들이 그리하셨듯이 “사랑이 답이다.”입니다.

양기화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신경병리학을 공부해 밑천을 삼았는데, 팔자가 드센 탓인지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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