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대응 치료거점병원 피해보상은커녕 감사까지 받는 상황…석해균 선장 치료비도 병원이 떠안아

[라포르시안]  "메르스 위기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환자 진료에 임했던 많은 의료기관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폐업을 고심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 이런 위기가 재발했을 때 누가 앞장서서 싸우겠는가. 어느 의사도, 어느 병원도 나서지 않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를 겪고 난 병원들의 허탈감과 분노가 상당하다.

정부의 부실 대응으로 무너진 국가방역체계를 회복하기 위해 최일선에 나선 병원에 남은 건 남은 건 환자 감소로 인한 막대한 진료수입 적자와 월급지급에 대한 걱정뿐이다. 경영난으로 폐업을 고려하는 병원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부 치료거점병원은 메르스 확진환자를 제대로 격리치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사원 감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국가 재난 상황이나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나설 경우 도움을 준 사람만 손해를 입는다는 '헬조선 법칙'이 메르스 사태에도 어김없이 적용된 셈이다. 급기야 의료계에도 헬조선' 증후군이 감지된다. 국가 재난에 자발적으로 나서 협조하면 고스란히 그 손해를 떠안고 제대로 피해보상을 받기도 힘들다는 불신이 팽배하다.

실제로 국립중앙의료원의 상황을 보면 안타까울 지경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 6월 초 '메르스중앙거점의료기관'으로 지정되면서 2개월 넘게 병원내 모든 시스템을 메르스 환자 격리치료로 전환했다.

의료원은 6월 이후부터 모두 40여명의 메르스 환자를 진료했고, 지금도 4~5명의 환자를 격리치료 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국립중앙의료원의 외래진료 기능은 거의 올스톱 상태였으며, 격리음압병상 유지 등으로 인한 추가비용과 관련 치료재료 구매 비용 등을 모두 합하면 230억원이 넘는 적자를 입었다.

그러나 국립중앙의료원은 아직까지도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 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심지어 최근 들어 일부 의료진이 빠져나가면서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 메르스중앙거점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피해보상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며 "심지어 최근 들어 일부 의료진이 병원을 그만두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국가중앙병원으로 치켜세우며 온갖 관심을 보이더니 위기를 넘기고 난 이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외면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는 이용만 당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심지어 감염병 확산을 막기위해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한 병원을 대상으로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의료계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손해 감수하고 메르스 치료·거점병원 했더니…돌아온 건 감사원 감사>

감사원은 최근 국가지정격리병상 보유한 지역거점병원을 대상으로 메르스 확진환자 전원시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확인하는 감사를 벌였다.  

이번 감사는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에서 지적된 사항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지역거점병원을 대상으로 메르스 확진환자가 전원 조치됐을 때 제대로 격리치료를 실시했는 지 여부를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메르스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했던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6월 초부터 중순까지는 하루에 많게는 20여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격리치료 시설이 거의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확진환자가 오더라도 즉시 격리치료에 들어가기가 힘든 상태였다"며 "이런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왜 확진환자 격리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따지는 것 같아 황당할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가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 팔 걷고 나선 병원이나 의사가 손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상황에 처한 건 처음이 아니다.

▲ 아주대병원 입원 치료를 받을 당시 석해균 선장 모습. 사진 출처 : 아주대의료원 홈페이지.

앞서 이명박 정부 때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해운 소속 선박 '삼호 주얼리호' 구출 작전 당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의 치료를 맡았던 아주대병원과 이국종 교수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올해 초 라포르시안이 단독 보도하면서 알려진 것처럼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린 석해균 선장의 치료를 맡았던 아주대병원은 그의 치료비를 끝내 받지 못한 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기사: 아주대병원, ‘석해균 선장’ 치료비 2억여원 결국 못 받았다>

아주대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우학원은 지난 2월 개최한 이사회를 통해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는 데 든 비용 2억여원을 회계상 손실처리했다.

병원비를 내야 할 삼호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치료비를 받을 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정권에서 석해균 선장을 영웅으로 포장하고 이를 정권홍보에도 이용해 놓고 결국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병원만 손해를 보는 상황은 말이 안된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문제는 이 일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게 병원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석해균 선장 치료를 맡았던 이국종 교수도 황당한 일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덴망 여명작전' 직후 이국종 교수는 석 선장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판단에 따라 에어앰뷸런스를 이용해 한국으로 호송할 것을 적극 주장했고, 그 과정에서 외교부가 지급보증을 서고 이 교수 본인 명의로 에어 앰뷸런스를 빌렸다.

그런데 나중에 에어 앰뷸런스 비용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서 이 교수가 해당 비용(4억4800만원) 지급 독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에어 앰뷸런스 비용이 지급되지 않자 스위스 회사에서 비용 결제를 독촉하는 최고장까지 발송했다"며 "그 일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의료계에서는 앞으로 국가적 재난이나 감염병 확산 대응에 나서면 손해만 입고 피해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란 인식이 뚜렷해졌다.

의료계는 "메르스 사태와 같은 재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나선 병원과 의료인에 대해서 국가가 그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결국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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